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362
Total : 1,022,649
"귀여워 하지 않는 게 최대 방법!" - 2학년 이야기
작성자 : 작은나무
  수정 | 삭제
입력 : 2015-03-28 10:22:13 (7년이상전),  수정 : 2015-03-28 10:25:38 (7년이상전),  조회 : 326
지난 3월 26일,
하루열기가 끝나고 용준이가 코피를 흘리며 교사실로 들어옵니다.
잠시후 세헌이가 손목잡고 울며 들어옵니다.
둘이 싸운건지, 누구에게 맞은 건지...
이 일로 두 시간이 넘게 2학년들은 회의을 했습니다.
A4용지 4장 분량입니다.
이 일의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이 글을 끝까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정휴: 싸움을 한다고 해서 봤더니 용준이가 울고 그랬어요.

태환: 아침에 세헌이랑 학교에 와서 안 들키기 놀이를 했는데
원가연이랑 장채원이 김세헌 잡으려고 와서 우리가 도망쳤는데 애들이 덤벼서 밀었더니 싸움이 난거야.

세헌: 놀이하는데 장채원이랑 원가연이 갑자기 와서 덤벼서 싸우게 되었는데
하루열기 끝나고 장채원이 주먹으로 코를 쳤어, 장채원이 갑자기 밀어서 손이 꺾였어.

작은나무: 저는 채원이가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채원: 잘 모르겠어. 내가 세헌이 밀었어. 생각이 잘 안나.

원가연: 내가 셔틀에서 신발장에 와서 채원이를 만났는데 채원이가 나랑 놀자고 해서 놀았는데
채원이가 세헌이 귀여워하자고 해서 막 이렇게 됐어. 밀고 놀았어요.

유송: 세헌이가 채원이를 세게 밀어서 채원이가 울었고 채원이가 많이 화가 나서 밀었던 것 같고
용준이가 채원이한테 기분 나쁜 말을 한 것 같아서 그래서 채원이가 용준이를 때린것 같아요.

용준: 기분 나쁜 말 안했어. 놀 때 장채원이 밀어서 아팠어. 그래서 싸웠는데 장채원이 손바닥으로 코를 때렸어요.

장채원: 내가 세헌이를 밀어서 용준이가 화가 나서 나한테 덤빈 것 같아.

세헌: 장채원이 내 코도 주먹으로 때렸어요.

김가연: 채원이랑 용준이랑 세헌이도 그렇고 원래부터 그 싸움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작은나무: 계속 채원이 이야기가 나오는데 채원이는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어요.

채원: 용준이와 세헌이가 아프다고 해서 마음이 안 좋고 아플 것 같아요.

동윤: 다음부터 안했으면 좋겠어요. 이 놀이를.

용준: 이 놀이를 좀 없앴으면 좋겠고요 다음부터는 한다고 해도 나는 안 할거에요.

세헌: 다친 기억이 있어서 이 놀이는 안할 거에요.

김가연: 때린 사람이나 아픈 사람이나 화해해서 풀고 다음부터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세헌: 화해할 기분이 아니에요.

용준: 저도 그래요.

채원: 저도 화해할 기분이 아니에요.

작은나무: 미안한데, 이 놀이라는 게 뭐에요?

유송: 귀엽다고 하면서 치고 박고하는 싸우는 듯 한 놀이에요 그걸 하다가 싸움이 됐어요.

서진: 제가 이 놀이를 많이 해봐서 아는데 여자애들이 남자애들 귀엽다고 하면서 따라와서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하니까 몸으로 하다가 싸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용준: 일단 억지로라도 사과하고 마음 풀고 나중에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

김가연: 이 놀이 안하고 사과하고 화해했으면 좋겠어요.

세헌: 싫다면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유송: 김가연이 억지로라도 사과하라고 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사과만 한 것뿐이지 마음은 그대로잖아요. 아프고 그냥 있을 것 같아요.

세헌: 억지로라도 사과를 하면 사과하기도 싫은데 자꾸 화가 더 화가 나요.

채원: 아침에 세헌이가 하지 말라고 해서 안했는데 종쳐서 다시 했는데
그때는 세헌이가 하지 말라고 안 해서 계속 했어요.

용준: 근데 아까 종 치기 전에 정휴가 막 도망가고 있었어요.

정휴: 이건 용준이한테 말해주는 건데요. 아까 내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쫒아왔잖아 세헌이 한테 말한거야.

김가연: 그러면 또 이걸 안 할라면 아픈 셋끼리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용준: 정휴가 도망갈 때 내가 좀 도와줬는데 강당에서 싸움이 일어났는데 이걸 해도되나 생각을 했는데
코피가 나고 아프니까 이제 안했으면 좋겠어요.

서연: 서로 사과했으면 좋겠어요.

세헌: 마음은 가라앉아서 사과할 기분은 아직 없어요.

채원: 서연이가 계속 사과하라고 말하면 짜증이 나요. 계속 기분 나쁜데 사과하라고 하니까 화가 나요.

서연: 사과할 마음이 아닌데 계속 사과하라하면 하기 싫은 마음 일 것 같아요.

김가연: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채원: 그럼 언젠가는 사과하면 되잖아요.

세헌: 꼭 지금 사과해야 하는 법은 없잖아요.

정휴: 질문, 그럼 언제쯤 사과할 건가요?

세헌: 마음도 가라앉고 기분도 좀 좋아지면.

유송: 저는 엄마랑 싸웠을 때 사과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되려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세헌: 마찬가지 우리도 그래요

채원: 사과라는 말이 안나왔으면 좋겠어요.

김가연: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태환: 사과라는 말이 안 나오면 그럼 계속 긴급회의를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채원: 제가 말했잖아요. 언젠가는 하게 된다고.

세헌: 죽을 때 까지 안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김가연: 그러면 저도 언제 엄마랑 싸웠는데 친구들하고 저절로 자기들끼리 화해를 안해도 하게 될 것 같아요.

정휴: 지금은 김가연이 말한 상황과 다른 것 같아요.

서진: 아애 사과를 하지 맙시다.

세헌: 그럼 기분이 안 풀리잖아요.

채원: 셋이 낼이나 그 다음날이나 다른 사람 안볼 때 그냥 사과하면 안되나요.

정휴: 오늘이랑 내일 이 일이랑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셋이 따로 회의해보고 마음을 푸는게.

서진: 사과를 하지 말고 이 기억을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면 될 것 같은데요.

세헌: 좀 놀다가 그냥 사과하면 안되나요? 꼭 이렇게 해야 해요?

서진: 지금 이게 여자애들이 남자애들 귀여워해서 벌어진 상황이니까
이제부터 여자애들이 남자애들 귀여워하지 않는 게 최대 방법인 것 같아요.

서연: 여자애들이 속상해 하지 않을까요?

채원: 그럼 해도 된다는 사람에게는 해도 된다는 건가요?

세헌: 그럼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용준: 저도 서진이 의장님 의견에 아주 많이 동의하고요 이걸 좀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집에 가서 양치할 때 엄마가 “이리 와봐, 이빨 빠질 수도 있어” 하면서 양치를 막해요. (억지로) 그런 거처럼.
(여자들이 억지로 남자애들 볼을 만지고 하면서 귀여워 놀이를 한다.)

정휴: 조용준한테 말하는 건데 장난치지 맙시다.

용준: 장난 아니에요 진짜에요. 여자애들이 1학년 때 예뻐해 가지고 아빠랑 이빨을 뺴러 치과를 갔는데
선생님이 마취를 안 하고 뺀지 같은 걸로 빼가지고 아팠어요.
여자애들이 귀여워한다고 볼을 자꾸 잡고 눌러서 이빨이 그렇게 됐어요.

작은나무: 그럼 지금까지 이야기 한 걸로는 이 놀이에 대한 합의가 나왔네요.
이 놀이는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하지 말고 괜찮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해도 된다.
에 모두 동의 하나요?

태환: 귀여워하는 거 규칙을 정하고 어기면 벌 같은 게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정휴: 일단 벌을 정해야 하는데 벌을 뭘로 정할건지 의논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작은나무: 그럼 오늘 서로 화난다고 때린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동윤: 오늘 서로 때리고 싸운 사람은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어. 같이 놀지 않고.

세헌: 나는 채원이랑 싸우고 용준이랑은 안 싸웠는데 그럼 용준이랑도 놀면 안돼요?

정휴: 그건 아니죠. 용준이랑은 안싸웠으니까 놀아도 돼죠.

채원: 둘이 안 놀았으면 좋겠어요. 또 싸울 수 있으니까.

용준: 우리 아까 안 싸웠어요.

정휴: 계속 떨어져 있을 수 없으니까 기간도 정해야 하고 용준이랑 세헌이랑은 싸우지도 않았고
그리고 용준이랑 세헌이는 만나는 적이 별로 없는데.

세헌: 일주일 동안이면 같이하는 몸놀이 같은 거는 어떻게 해요?

동윤: 그건 같이 해야지.

서연: 정휴만 계속 시켜주는 것 같아요. (발언권을 의장인 서진이가 정휴에게만 준다고.)

정휴: 서연이한테 말하는 건데요. 내가 먼저 손들어서 그런건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채원: 지금 그 얘기 할 때가 아니잖아요.

정휴: 그럼 지금 무슨 얘기를 하면 좋아요?

세헌: 이건 거 갖고 싸우지 말고 아까 그 얘기 해.

정휴: 이건 의견인데 떨어져 있는건데 딱하루 제한 시간을 정해놓고
하루만 잠깐 떨어져 있으면 되는 게 뭐 그렇게 속상할 것까지는.

태환: 오늘 안에 그 셋이 화해하자.

정휴: 그 셋이 오늘 화해하기 싫다는데 마음이 화해하고 싶지 않은데 화해하면 훨씬 떠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까요.

작은나무: 서로 화해하고 사과하고 그런 것도 좋지만 우리 서로 화난다고 때리지 않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서로 화난나고 아프게 했지요. 그리고 세 친구는 사과할 마음이 아직 없다고 했어요.

용준: 작은나무, 입술이 계속 아파요.

정휴: 반성문을 씁시다.

용준: 저는 1학년 때 반성문을 써 봤는데 하기도 귀찮고 해보니까 좀 힘들어요.

정휴: 반성문이 쓰기 쉽고 안 힘들고 재밌고 그러면 그게 반성문 입니까?

세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반성문은 좀 힘들 것 같아요.

용준: 저는 저 쫌 화해할 마음이 생겼는데 세헌이가 좀 반대할 것 같기도 하고.

세헌: 저도 지금은 화해할 마음이 있어요. 근데 작은나무가 화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한 것 같아요.

작은나무: 세 사람은 앞으로 이런 일 조심하겠다고 서로에게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채원: 저는 좀 이야기 하니까 사과할 마음이 좀 생겼어요.

용준: 저도 채원이 한테 잘못 한 게 있어서 사과할 마음이 생겼어요.

세헌: 저도 채원이한테 잘못한 게 있고 채원이가 왜 날 밀었는지도 이해가 가서요.

채원: 회의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잘못한 게 있어요. 때린 거요.

(회의 끝나고 일어나며...)
용준: 아~ 나 오늘 설거지 당번인데.

김가연: 회의까지 했는데 설거지, 완전 안 좋겠다.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고 나니 아이들 표정이 훨씬 편안해 졌다.
서로에게 사과하고 또 채원이는 다친 용준이와 세헌이를 내일까지 챙겨주기로 했다.
이 놀이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벌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 의견은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다시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회의는 아이들도 그렇지만 저에게도 쉽지가 않습니다.
어느 부분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해도 늘 하고 나면
이 말이 적절했나, 이 아이가 배려 받지 못한 것은 아닌가, 결론을 내가 내렸구나. 등등 수많은 생각이 스칩니다.
아이들에게 온전히 맡기고 싶지만 저는 시간과 일정에 압박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훈계로 회의를 끝날때가 종종 있지요.
이 날은 무조건 끝까지 듣는다는 각오로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중간중간 진행 도와주고 쓰느라 빠진 말들이 있고 아이들 말을 그대로 옮기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하면 아이들 입말로 옮기려했습니다.
찬찬히 다시 읽어보니 아이들이 참 대단합니다.
갈등 안에서 서로 충분히 조율하는 힘이 있다는 걸 보게 됩니다.
누구하나 억울한 마음은 없었을까 하지만, 이야기 하면서 많이 풀어진 것 같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끝까지 얘기할 수 있는 용기, 아이들은 이것 또한 배워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름


비밀번호
재헌세헌맘 ( 2015-03-28 12:56:48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이답지만 깊은 생각들.
갈등을 풀어내는 모습들이 어른보다 낫군요.
어느덧 훌쩍 자란 아이들 모습에 눙물이~~~
남자아이들은 이제 좀 덜 귀여워져라^^*
지유엄마 하트~ ( 2015-03-31 11:19:50 (7년이상전)) 댓글쓰기
편한 감정도 아니었는데
2시간동안 회의 할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회의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듣고 온 신경을 집중하신 작은나무~ 존경합니다~*^^*
김가연맘(트리) ( 2015-03-31 20:04:51 (7년이상전)) 댓글쓰기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네요. 치열하게 놀고 싸우며 푸는 아이들 꼬-옥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긴 시간동안 아이들 이야기 들어주신 작은 나무, 감사합니다^^
* 꿈이 *.* 훈영,솔담비맘 ( 2015-04-02 12:20:3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저는 읽는내내 웃음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네요..
확실한 것은 어른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해 가는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배우게 되네요...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430
2015년 3월 27일 시농제 마지막 이야기 [8] 세연이 2015-03-28 257
1429
2015년 3월 27일 시농제 이야기 3!! 세연이 2015-03-28 195
1428
2015년 3월 27일 시농제 이야기 2~^^ 세연이 2015-03-28 206
1427
2015년 3월 27일 시농제 이야기~^^ 세연이 2015-03-28 192
1426
"귀여워 하지 않는 게 최대 방법!" - 2학년 이야기 [4] 작은나무 2015-03-28 326
1425
1학년 시농제 소원지 [7] 징검다리네 2015-03-26 253
1424
1학년 하루이야기(3월 26일) [4] 징검다리네 2015-03-26 228
1423
반반반 첫 농사 이야기!! [5] 아미 2015-03-26 213
1422
2학년 춤과놀이 시간(사진) [4] bys6701채송화 2015-03-24 237
1421
직조수업 - 지원교사 김세연의 수업일지 [1] 달님(이화전) 2015-03-24 262
1420
[방과후] 오달 (오징어 달구지) .. 2015.3 .20 * 꿈이 *.* 훈영,솔담비맘 2015-03-24 347
1419
[방과후] 원놀이.. 2015.3.19 * 꿈이 *.* 훈영,솔담비맘 2015-03-24 272
1418
[방과후] 우리의 아지트..2015.3.18 [1] * 꿈이 *.* 훈영,솔담비맘 2015-03-24 314
1417
[방과후] 나는 이빠진 1학년.. 2015.3.17 [1] * 꿈이 *.* 훈영,솔담비맘 2015-03-24 257
1416
[방과후] 중등수업엿보기..2015.3.16 [1] * 꿈이 *.* 훈영,솔담비맘 2015-03-24 221
1415
장 담그는 날 [1] 자연 2015-03-23 294
1414
"야, 이 미친놈아!" -2학년 이야기 [4] 작은나무 2015-03-21 327
1413
봄이 왔어요(3학년 이야기) [5] bys6701채송화 2015-03-20 214
1412
3학년 알뿌리 관찰 [1] bys6701채송화 2015-03-20 177
1411
1학년 하루이야기 (3월 19일) [2] 징검다리네 2015-03-20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