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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환이 이야기
작성자 : 징검다리네
  수정 | 삭제
입력 : 2019-04-21 13:20:12 (5년전),  수정 : 2019-05-08 14:06:37 (4년전),  조회 : 363
어제 점심 씀바귀와 태환이 셋이서 교사실에서 미술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중간에 태환이가 울고, 나는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어 수업을 위해 강당으로 내려갔다.
잠시 후 씀바귀가 내려오셨고, 태환이는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러 온다고 하셨다.
수업이 시작하고 태환이가 내려오질 않아 화장실과 교실에 가 보았다. 태환이가 없었다. 구석진 곳에서 울고 있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내려오겠지 하는 마음에 다시 수업에 들어갔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켜보니 태환이가 카톡을 했다.
‘징검, 미술은 절대 하지 싫어 먼저 집에 가겠습니다.’ 라고.
문자를 보고 전화를 해서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알았다라고 하고 쉬고 내일 학교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태환이는 올 해 미술과 음악 수업에 선택권이 없이 6학년이 미술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미술 시간에 속상했던 이야기를 듣고 시작도 하기 전에 수업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몇 몇 다른 아이들도 미술수업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를 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씀바귀에게 물어볼 질문도 만들어보고 나름 노력을 해 보았지만 태환이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몇 번 수업에 들어가 보고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지난 주 화요일 아침에도 카톡이 왔었다.
‘징검 저 몸도 안 좋고 오늘 미술 수업도 있어 하루 쉴게요.’
태환이에게 전화를 해서 하루 안 온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고, 태환이가 회피하는 것처럼 느껴져 일단 학교에 나와 이야기하자고 했다,
점심시간에 학교에 온 태환이는 미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딱히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해오라는 씀바귀의 이야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태환이를 달랬다.
‘일단 오늘은 수업에 들어오고 다음 주 씀바귀와 이야기를 하자.’
태환이가 그렇게 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가방을 챙겨 태환이가 집에 가 버렸다.

점심시간 씀바귀와 태환이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다.
태환이는 미술 시간이 어렵다고 했고, 자기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쑥스럽고 좋지 않다고 했다. 씀바귀는 경험이 없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지만 잘 하려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해 보라고 하셨다. 태환이가 딱히 경험하고 싶지 않고 자기는 모든 것에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한데 씀바귀의 말도 편안하지 않고 힘들다는 이야기도 했다. 예민한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예민하다는 단어로 자신의 모든 것을 설명하면 안 된다는 말씀과 우리가 미술을 배우는 것은 꼭 직업적으로 미술을 하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셨다.
씀바귀의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인데 태환이에게는 너무 어려운지 받아 들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자꾸 튕겨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조금도 바꾸려고 하지 않은 태환이에게 씀바귀가 야단을 치셨다. 알지 못하면서 싫다는 태도가 맞지 않다고, 너무 어린 나이부터 못하니까 안하겠다는 것은 너 스스로에게 잘 못하는 일이라고. 그 때 태환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는 다른 아이들에게 내려갔다.

미술시간 옆에서 바라 본 태환이는 무엇을 그려야할지 주제를 정하는 것을 가장 난감해 했고 다시 해오라고 하거나 고쳐 보라고 할 때 실망하거나 힘든 표정이 역역했다. 다른 수업에서도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이긴 하나 친구들과 모둠 수업을 하거나 활동 중심의 수업은 대체로 잘 따라(?)와 주는데 미술은 너무 힘들어 했다. 씀바귀와 이야기를 나눌 때 태환이는 씀바귀가 하신 말씀이 틀리지 않다고 고개는 끄덕이지만 한 발작국도 움직이려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완강한 모습이 씀바귀가 보시기에 너무 답답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대체로 다시 해오라는 것을 못했다는 평가로 받아들이고 귀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는 교사로서는 씀바귀의 수업 내용이나 질문 등이 흥미롭다. 아이들에겐 부담스럽겠지만 새로운 것을 만나고, 만난 것에서 끝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해서 수정하고 고쳐가는, 그리고 과정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는 수업은 나에게도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져준다.

태환이는 아직도 강하게 미술 수업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다행히 들살이와 들살이 휴일이 있어 나도 태환이도 좀 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들살이 가서 태환이와 좀 더 이야기를 해 보고 글을 써보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교사인 나도 태환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고민과 생각이 더 필요하다. 아이들과 교사회와는 꾸준히 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미술을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인 나도, 태환이도, 아이들도 이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

<태환이가 쓴 글>
3월 5일 화요일
김이라는 글자안에 뭘 그릴지 고민하다가 교실에 있는 달력을 봤는데 숫자가 보여서 수와 관련된 것을 그렸다. 미음안에 있는 시계는 교실 벽에 있는 시계를 보고 그렸다, 하지만 나는 수학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3월 12일 화요일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내 이름 한자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됐고 내 한자 안에 뭘 그릴지 생각이 안나서 어려웠다. 씀바귀와 정휴가 아이디어를 내줘서 겨우겨우 그렸다. 내 그림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내가 정한 한자가 곧을 태여서 곧은 것만 그렸다. 대나무도 곧고, 자도 곧고, 연필도 어떻게 보면 곧기 때문에 내 그림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곧음이다. tv는 씀바귀가 아무거나 그리라해서 그린거다.

3월 19일 화요일
벽화하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모양이 잘 그려졌다 이다. 다양한 걸 그리다가 모양이 실물하고 달라 뭘 그릴지 생각하다 수저가 떠올라서 그렸다. 포크는 씀바귀가 추천해서 그렸다. 은근 잘 그려져서 좋았다.

3월 26일
제목 : 미술이 싫은 이유
미술을 하며 나는 힘든 적이 많다.
이번 수업할 때 포스터 칼라를 썼는데 내가 딱히 미술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한 색 실험하고 주방 가서 시계 보고 그랬다.
그리고 자기 이름 쓰기 할 때 살짝 두껍게 나왔다. 눈에 잘 안 보였는데 씀바귀가 노란색으로 글자 따라가면 잘 보인다고 하셨는데 하니까 더 안 보여 진 것 같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색의 3원색을 알았다.

4월 11일
제목 : 씀바귀와 얘기한 것과 집에 간 이유
나는 지난 시간에 씀바귀와 이야기를 했었다. 내 생각에 미술이 내 미래에 도움도 안되고 시간을 버린단 생각이 들어서다. 얘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씀바귀께서 건방지다면서 13살이 뭘 아냐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때 억울했다. 13살도 알 수 있는 거고 4번 정도 해봤는데 시간을 버린단 느낌이 든건데 일방적으로 화를 내시면서 혼내시니까 그 때부터 기분이 나빠져서 집에 갈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절대로 미술을 하기 싫다.
집에 가니 딱히 마음이 불편하진 않았다. 미술은 진짜 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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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 ( 2019-04-23 22:20:04 (5년전)) 댓글쓰기
징검 ~세세히 관찰해주시고 고민해주셔서 감사해요.

태환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은
과목선택권이 있다고 했는데 6학년와서 과목선택권이 없어진 것에 대한 불만과

'건방지다 13살이 뭘안다고~'의 표현에서 마음의 문을 닫은것 같아요.(제가 만나본 씀바귀선생님은 인격적 깊이가 느껴지시는 분이었거에 이런 말도 의도된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아이의 눈높이가 있으니 이 부분은 씀바귀샘과 태환이가 대화를 나누었으면합니다. 이 얘기를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었어요.)

그리고 과목선택권이 있었다고 태환이가 알고 있는 것은 이전에 이야기가 된것인지 아니면 태환이가 오해를 한것인지 풀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호불호가 강한 것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태환이 자신과 6학년 모두에게 좋은 영향이 되도록 쓰이면 좋겠어요.
잠자리 ( 2019-05-02 16:06:48 (5년전)) 댓글쓰기
태환이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더불어 함께하는 녹두. 징검. 씀바귀. 6학년 아이들까지 모두에게 회복의 과정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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