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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하며, 지나온 걸음을 돌아본다.
작성자 : 우보천리
  수정 | 삭제
입력 : 2018-08-24 20:46:51 (5년전),  조회 : 128
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하며, 지나온 걸음을 돌아본다.


봉제산방과후 ‘협동조합’
5년 전 이맘때 즈음인, 2013년 8월 5일에 봉제산방과후가 공식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방과후 창립총회는 당시 화곡8동에 있던 바람쐬다에서 했고, 터전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저희 집을 주소로 해서 만들었어요. 그리고 나서 실제 아이들이 등원을 한 것은 다음 해인 2014년 2월이었습니다. 지금은 중학생인 승서, 5학년인 기주, 도담, 민욱 이렇게 아이들 4명과 교사로는 봉봉 1명으로 시작했어요. 조직을 만들고서도 반년을 더 준비하고 나서야 운영을 개시한 셈이지요. 그러나 실제 준비는 더 길었습니다. 정확한 기록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데, 그 몇 년 전부터 논의를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구상할 때 초등 돌봄을 위한 방과후를 만들자고 하면서 당연히(!) 조직의 형태를 ‘협동조합’으로 삼았었습니다. 주식회사도 아니고 개인사업자도 아니고 비영리단체도 아닌 ‘협동조합’으로 만들기로 한 거죠.

강서구 1호 마을기업
방과후를 준비하던 그해 어느 봄날, 마을기업 지원 공모사업을 알게 되어 해보자고 제가 제안했었어요. 마을기업으로 선정되면 최대 1억원을 5년 간 공간보증금으로 준다더라. 돈이 없어 터전 마련을 어떻게 하나 고심하던 차에 한줄기 빛이었지요. 그래서 원래는 아이들 4명이 등원하는 시점을 고려해서 방과후 만드는 시기를 더 늦게 잡았었는데 갑자기 급하게 준비가 들어갔어요. 애초 구상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하는 거였는데 공모사업에 지원하려면 시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일단 일반 협동조합으로 시작하고 나중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바꾸자. 그런 과정을 거쳐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조건으로 해서 마을기업 지원사업에 응모했고, 운좋게 선정되었습니다. 봉제산방과후가 강서구 1호 마을기업이 되었지요. 방과후가 자리잡는데 첫 고개를 넘은 셈이었어요.

터전 마련
마을기업을 생각하기 전에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있는 공간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증금 1억원이 더 생겼어요. 동네 곳곳 부동산을 다니고, 발품을 팔고팔아 화곡본동 주민센터 근처에 작은 단독주택이 매물로 나온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집주인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었고, 또 그 집이 안 팔리는 상태라, 아이들 같이 키우려고 공간이 필요하다고 사정사정해서 전세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 집주인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도 근처에 살던 지인을 통해서 방과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있게 지켜보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작지만 마당이 있는 터전도 생겼어요. 두 번째 고개를 넘은 셈이었습니다.

봉봉과의 만남
협동조합도 만들고, 마을기업 지원금도 받게 되었는데 또 다른 큰 문제가 있었어요. 바로 교사를 구하는 거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 일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문제였어요. 월 40만원 내는 아이들 4명이 다니게 되니 한 달 전체 수입이 160만원이었습니다(물론 몇 달 운영하다 도저히 안되어서 월 50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4명으로 1년만 버티면 내년에는 아이들이 더 들어와서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 160만원에서 교사 임금, 간식비, 공과금 등등 내야 되니 교사 임금을 많이 드릴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마을기업도 처음이고, 공동육아 방과후도 사례가 드물어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으니 교사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죠. 사람 구하기 어렵다고 일반 구인광고를 내서 구한다고 해도 제대로 구해질지도 불투명하고, 적당한 사람으로 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어요. 그런 차에 알고 지내던 열혈 청년 김수림씨가 떠올랐어요. 방과후를 실질적으로 만들고 있던 엄마들에게 추천했어요. 와, 좋다며, 엄마들이 달려가서 만났어요. 엇, 그런데 김수림씨가 하겠다고 했네요. 나중에 봉봉으로 별명을 지은 김수림씨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비전도 없고, 돈도 많이 안주는 곳에 오겠다고 한 거에요. 가장 힘든 세 번째 마지막 고개를 너무 기쁘게 넘은 거죠.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방과후
터전, 아이들, 교사. 이제 봉제산방과후가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팔려고 내놓은 집이라 관리가 안되어 터전에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도배는 경험많은 또뇨의 지휘 아래 아빠들이 직접 했어요. 화장실 세면대를 새로 하려고 용가리가 회사 근처에서 좋은 세면대를 아주 저렴하게 사서 직접 차에 싣고 오고, 전기 수리는 전기 전문가 그렇지가 시간 날 때마다 와서 했어요. 터전을 정리하고 났더니 안에 채울 게 또 부족하더라고요. 책상을 우선 10개 만들기로 했는데, 바람쐬다에서 달콤 지도를 받아 아빠들이 자르고 밀고, 붙이고 칠해서 만들었어요. 책상 만들 때에는 개구리에 다니던 엄마아빠들도 같이 도와줬어요. 냉장고가 필요했는데, 방과후를 다니려면 3년이나 남은-어쩌면 방과후가 3년 안에 망하면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었던-하준이네의 이모인지, 고모인지 하여튼 친척이 쓰던 냉장고를 준다기에 강북구 어딘가에 가서 받아왔어요. 아이들이 풍물을 배우기로 했는데 악기가 없었는데, 씽씽이가 회사에서 얻어다 줬어요. 책장도 제가 쓰던 사무실과 다른 여러 군데에서 남는 걸 얻어서 왔고요. 일부는 사기도 했지만, 집에 있는 그릇, 수저, 장난감, 담요, 하다못해 커텐까지 집에서 가져다 날랐습니다. 책장에 꽂아넣을 책도 많이 얻어 왔는데, 봉봉도 어릴 때 보던 책을 수백권 갖다줬어요. 이렇게 해서 터전 안에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을이 지어지면서 현 터전으로 이사와서 외부 환경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한 게 거의 없지만(그 일들을 이을 주민들이 대신 해주셨다고 볼 수 있죠.) 안에 있는 건 대부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고 얻어와서 채운 겁니다. 방과후 홍보도 구청에서 마을버스에 홍보해주기도 했지만, 소위 문어발을 동네 곳곳에 붙이러 다녔고요, 현수막은 밤마다 아빠들이 붙이러 다녔는데 100장은 안되고 50장은 넘었을 거에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방과후가 지나온 발자국마다 오래된 조합원의 땀이 배겨있습니다.

마을과 함께 만들어오다.
방과후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지만,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에요. 지금은 사업이 종료된 화곡마을살이가 처음에 참 많이 도와줬어요. 다행히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연이 화곡마을살이 대표로 오게 되어 화곡마을살이에 도움을 많이 청했습니다. 방과후를 2014년 2월에 열고 3월 입학식에 홍보 전단을 각 학교에 돌려야 하는데 당시 아마들 대부분 입학식에 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화곡마을살이에 도와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대거 와주셔서 홍보 전단을 많이 뿌릴 수 있었습니다. 개원잔치하는 날에는 ‘우리는 화곡본동’이라는 노래를 직접 만들어서 불러주기도 했고, 특히나 고마운 건 봉제산방과후 노래를 직접 만들어 줬다는 거에요. 터전이 좁아 고민했던 택견도 마을살이에서 해도 된다고 해서 1주일에 한번씩 가서 택견도 배우고 놀고 오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마을살이 청년들을 형으로 부르며 잘 따라서 좋았어요.
방과후와 일종의 특수관계인 개구리어린이집도 많이 도와줬어요. 2014년 3월 처음으로 개원식하는 날 대거 와서 축하해주셨고 정말 많은 걸 주셨어요. 화곡동에 살지도 않고 다른 곳으로 이사한 지 2년이나 되었던, 5학년 남자 아이들의 친구라는 이유로 방과후 개원하는 날 왔던 아이의 아빠는 기꺼이 저와 같이 주변에 떡을 돌려주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수십만원 공연비를 받으셔야 하는데도 공짜로 노래 공연을 해주신 분도 계셨고요. 방과후를 만들었다고 하니 책을 수백권이나 주신 분도 여럿 계셨어요. 이런 분들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동네에서, 마을에서 많은 주민들의 도움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편하게 지내는 방과후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민주주의에 있습니다. 주식회사는 출자한 자본금 규모에 따라 권리가 달라서 돈 많이 낸 사람 목소리가 그만큼 큽니다. 반면, 협동조합은 출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1인 1표입니다. 협동조합 안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게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만일 주식회사처럼 했다면, 방과후를 지금처럼 즐겁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을 거에요.
일반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소유권에 있습니다. 일반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소유하고 있어서 원하면 배당도 받을 수 있고, 해산 시 지분에 따라 재산을 나눠가질 수도 있습니다. 즉 조합원만 주인이죠. 반면, 사회적협동조합은 배당이 금지되고, 해산할 경우 본인의 출자금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은 사회에 기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조합원인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운영은 그만큼 책임있게 해야하는 것이죠.

봉제산방과후는 옛조합원과 마을이 함께 만들고 가꿔오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지금 아이들이 다니는 집, 조합원은 어쩌면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으니, 우리가 주인인 것은 맞지만, 우리만 주인인 것은 아닙니다. 함께 만들었던 옛조합원들(졸업하신 분들도 모두 현재까지는 100% 조합원이고 앞으로도 조합원으로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갖다주고, 도와주고, 아이들을 보살펴준 마을과 모든 주민이 봉제산방과후의 주인입니다. 그래서 잘 운영해서 선배조합원이 물려준 것보다 더 잘 가꿔서 후배 조합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봐요.

봉제산방과후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처음에 함께 만들었던 옛조합원들과 마을과 주민이 함께 갖고 있다는 생각, 이 생각이 사회적협동조합을 하자는 취지입니다. 나머지 번거로운 일이 생기는 것, 공모 사업 등에 유리해질 수 있는 것 등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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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 2018-08-24 20:57:08 (5년전)) 댓글쓰기
남편 굿~~!
우보천리 (2018-08-24 21:04:52 (5년전))
생각해보니 도담이 친구 세준이네가 에어컨 준다고 해서 일산가서 에어컨 받아오기도 했었네요 ㅋ
봉우리 ( 2018-08-24 21:04:31 (5년전)) 댓글쓰기
수고 많으셨어요. 시간과 땀과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띠용~ ( 2018-08-24 21:09:39 (5년전)) 댓글쓰기
땡땡이에게 상반기 총회 얘기를 전해들었어요. 어렵지만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중... 소걸음 생각 잘 새겨볼께요^^
새벽 ( 2018-08-24 22:09:13 (5년전)) 댓글쓰기
아름답네요. 계속 아름답도록 잘 지켜나가야겠어요. 다들 화이팅!
yammy54 ( 2018-08-24 23:37:34 (5년전)) 댓글쓰기
맞아요. 공동체를 하나 세운다는 게 거저 되는 게 아니지요. 당사자들이야 힘들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간절함과 설렘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돼요. 참 고마운 일이지요. 따뜻하게 지켜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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