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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가 머리자른 날--이럴리가!
작성자 : 용화준화엄마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11 18:51:32 (7년이상전),  조회 : 433
말을 하지 않는 것 외에 용화가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것 하나는
바로 머리를 자르는 일이었다.
잠을 잘자게 되고 (아기 때도 보통 8시간을 넘기지 않던 녀석이 이제는 보통 10 - 11시간씩, 가끔은 12시간씩이나 자고),
편식이 없어지고 (닭고기와 김, 멸치, 콩장 등을 싸들고 용화를 따라다니던 작년이 아주 까마득한 옛날 같으니),
바지에 물이 묻거나 말거나 소매가 흠씬 젖거나 말거나 둔감해지고 (작년 이맘때 소사동에 쑥 뜯으러 갔다가 물 한 방울 옷에 튀었다고 뒤집어졌던 용화가 똑같은 이 용화인가!),
2년 10개월간 관장해야만 하던 응아를 집에서는 물론 산집이건, 도혜네건, 송내 체육관이건 간에 가리지 않고 하고,
타기를 거부하던 자전거를 타고 일요일마다 중앙공원을 누비고 다니고,
소꿉놀이, 농구, 볼링 등 상상도 하지 못하던 여러가지 놀이를 하고....

그래도 머리를 자를 때가 한참 지났건만 엄마는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머리를 자르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그 놈 잘생겼다" 내지는 "그 놈 인물이 훤하다" 소리를 하는 줄 다 알아도
미장원에서 우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엄마는 참다참다 도저히 못봐주겠다 싶을 때에야 비로소 용화를 데리고 미장원에 가곤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게 된 오늘,
집에 오는 동안 한 15분간 "용화야 머리 싹독싹독 자르자"를 내내 노래불렀다.
이렇게 하면 혹 마음의 준비가 되려나?
미장원 옆에 주차하고 내려서 "용화야, 머리 싹독싹독 자르자"고 말하니
이 녀석 웬일인지 제발로 걸어 미장원으로 들어간다.
엄마 머리 자를 때도 울면서 따라 들어오곤 해서
그 울음소리 줄여보려고 엄마는 다니던 미장원을 바꾸어서 아들과 다른 곳에 다니던 차여서
"이 녀석이 잠깐 잊어버렸나?" 생각한다.
워낙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미장원 안에 들어서자 여러 아줌마들이 반가이 맞아주며
"오늘은 안울고 들어오네?" 한 마디씩 한다.

드디어 용화 차례.
"용화야, 싹독싹독 머리 자르자. 의자에 앉아."
지난 번까지도 혼자 앉지 않아서 엄마가 안고 머리를 잘랐기에 기대도 하지 않고 한번 말해 본건데
웬일인지 이 녀석 혼자서 의자 위로 휙 올라가 앉는다.
수건과 가운 등등을 둘러 줘도 헤헤 호호.
이럴리가!
원장이 가위로 싹독싹독, 바리깡으로 쓱쓱쓱쓱, 면도기로 들들들들...
그래도 거울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며 헤헤 호호 웃기만 하는 용화.
"이런 날도 오네요?"
웃느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엄마.
용화도 제 스스로 대견한지,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미장원을 나와서도 신날때 하는 특유의 옆으로 뛰기를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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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2005-04-11 19:43:2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날"이 매일 계속되길 바랄께요. 인찬이 녀석도 머리자를 때가 지났는데...어쩌지?
azinku ( 2005-04-12 07:37:42 (7년이상전)) 댓글쓰기
너무 좋습니다. 용화 너무 멋져요. 용화 엄마와 함께 저도 헤헤 호호.
ohj0920 ( 2005-04-12 10:49:56 (7년이상전)) 댓글쓰기
축하해요. 이제야 봄이 확실히 느껴지는 것 같네요. 많이 수고하신 진달래와 잘 자라준 용화 화이팅!!
노랑나비 ( 2005-04-13 14:53:54 (7년이상전)) 댓글쓰기
감동, 감격!!! 와!! 콧끝이 시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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