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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덩실방 아마일지 (2011.7.11)
  수정 | 삭제
입력 : 2011-09-30 06:53:32 (7년이상전),  수정 : 2011-09-30 07:24:39 (7년이상전),  조회 : 175
7월 11일, 한참 지났네요^^ 그래도 기록이 남는다,는 생각에 늦은 아마 일지 올립니다.


주말에 미리 준섭에게 일렀다.
"엄마, 월요일에 덩실방 아마한다."
"덩실방?"
"응. 엄마는 덩실이들하고 생활해. 그날 소나기가 없거든. 엄마가 소나기 역할 하는거야. 준섭이는 도글이니까 도글방에서 풀잎이랑 도글이들과 생활하는 거야. 우리는 터전에서 틈틈히 만날 수 있어."
"좋아!"

쏘쿨~한 준섭.
실제로 엄마가 옆방에 있어도 준섭은 도글방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잘 자며 엄마의 덩실방 아마를 잘 지원해주었다.
종종 관찰을 나오기는 했지만, 하루종일 희원 누나에게 엄마품을 내주고도 질투 없이 즐겁게 생활해주었다.

전날 아마 준비: 짧은 육아의 경험상 자유시간에 몰입할 꺼리를 가져가면, 아이들도 즐겁고 나도 편해진다.
전날밤 '미술놀이'를 검색해서 '그림 위에 수수깡 붙이기' 놀이를 하겠다 정하고, 아침 등원길에 수수깡을 준비해 갔다.

10시 등원 : 한창 아침열기 중

방별 모둠시간 :
'모둠시간이라.. 차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면 되겠지. 주말에 뭐했나 이야기 나누면 되겠다.'
라고 즉흥적으로 막 머리를 굴리는데, 에너지 왕성한 효기와 몇몇 아이들이 내 어깨와 팔에 매달려 습격한다.
"헉"
'이 아이들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나의 말을 경청하게 할까?'

덩실이는 아가같기도 하고 형아티도 내고 싶어하는 애매~~한 시기이다. 자주 멍~때리며 상황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거나, 부정확한 발음 (예: (준섭이를 부를 때) 주연이는 "둔섭아~", 율이는 "준덥아~"한다.)을 보면 도글이랑 별반 차이없고, 눈웃음치며 얼렁뚱땅 상황을 넘어가려하거나 할땐 확실히 도글이는 아니다!

순순하지만,살짝 능글능글한 아가들, 그들이 바로 덩실이로다. 나도 가끔 능청을 떨어주자.

"자, 맛있는 차 마시며 주말에 뭐했는지 이야기 좀 해 볼까? 돌아가면서!"
여진이, 경남 주말 중에 인상적였던 인상적였던 주요 사건을 조목조목 말한다. 이때까지 애들도 잘 테이블에 붙어 경청 중이다.다음은 주연이 차례
"어, 먼저, 토요일에는...(중략) 홍대에 가서 마이크하고 이모를 만났어."
"마이크?"
"응"
"외국인을 만났구나."
"(깜놀한 표정으로) 어떻게 알았어?"
마치, 단비도 왔었어? 하는 표정으로. 이럴 땐 꼭 도글이같다.
"이름이 마.이.크 니깐. 외국사람 이름이거든."
"어..."
잠깐 생각하는듯 하더니, 다시 주말의 일과를 시간순서대로 기술한다. 5분경과.
"어..주연아, 다른 친구들도 말해야하니까 조금 짧게 말할까?"
"아니야. 기다려봐. 나 할말 남았어. 음. 있잖아 그다음엔.." 10분 경과
어느새 효기와 경남이가 남아있는 앉은뱅이 테이블 아래로 기어들어가 "좁아. 니가 나가"하며 투닥이고 있다.
여자 아이들은 딴청 중인데 주연이는 주말에 있었던 일 하나라도 놓칠새라 기억을 집중하며 일장연설 중.
단비의 중재는 씨알도 안먹혀 "가만있어 봐. 잠깐 더 남았어." 손사래치며 끈질긴 집중 주연!

놀이시간: 수수깡을 색깔별로 동그란 모양, 길죽한 모양으로 잘라 주면, 자신들이 그린 밑그림 위에 장식해주는 활동을 했다. 터전에 있는 목공용 풀이 다 말라서 쓸수가 없었고, 딱풀로 붙이느라 자꾸 떨어져서 아이들이 좀 속상해했다. 결국 수수깡에 딸려온 미니 이쑤시개로 수수깡 꼬치 만들며 집중. 어느새 도글이 몇명과 사계절 몇명이 합류해 있다.

점심시간: 야무진 여자아이들과 달리, 경남이랑 효기는 조금 먹여주어야 했다. 효기는 밥풀을 여기저기 달고 있고. 밥 먹는 중에도 둘은 신경전을 벌이는데 꼭 떨어지지 않고 논다. 희원이도 "먹여줘 잉잉" 오전부터 내내 아기:희원, 엄마:단비 놀이를 하자며 나에게 딱 붙어있다. "흠흠 덩실이 언니, 형아들 혼자서도 잘 먹을 수 있지?" 하며 배가 고픈 단비가 제일 신 나게 먹었다.

낮잠시간: '얘들이 과연 잘까?'
일단 요를 깔며 생각한다. 재잘재잘 정신없는 덩실이들.
"자, 이요는 누구 거야?"
"경남이"
"자 경남, 받아." 하고, 던져서 얼굴 위에 얹혀준다.
키득키득 아이들이 집중한다.
"나도해줘. 나도."
이불과 베게를 던져서 맞혀주니 깔깔거리며 좋아하는 덩실.

"자 이제 자자."
"내가 단비 옆에서 잘거야." 희원이 달려와 자리잡는다.
"나는 희원이 옆에서 자고 싶어" 여진이 말한다.
"나는 단비 머리 만지며 잘래" 주연이 말한다.
교통정리를 하고 눕는다.
효기 경남한테 같이잘까, 하니 단박에 뿌리친다. 차도남들!
아이들 사이에 누우니 희원이 파고들며 귀를 만지고 주연이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안온한 느낌이 밀려온다. 엄마와 떨어져 종일 큰깨동이에게 사랑을 의지하고 지낼 '능청스러운, 하지만 아가들!'
마음이 물컹해진다. 동시에 쏘쿨한 준섭이가 주욱 스킨십을 등안시해서 서운해왔는데, 딸하나 더 보면 이런 애교로 호사 누릴 수 있으려나, 가족계획에 살짝 마음도 흘들리고..
감기에 걸린 주연이 코막힘으로 잠을 못자다 3시가 넘어 제일 마지막에 잠들었다.

간식시간: 잠을 덜 털어낸 아이들 테이블에서 나른하게 간식을 먹고. 주연은 늦잠 자다 뒤늦게 먹었다.

자유놀이시간 :시작하자마자, 주연이 "나랑 같이 포트리스 만들사람?" 하니 아이들이 "나,나!"하며 우르르 주연의 뒤를 따라 사계절 방으로 이동한다. 그리곤 한자리에 모여 종이를 접고 오려 붙이는데 여념없다. 관심사가 다른 아이들은 또 그대로 잘 논다.
여허~ 덩실이들은 그세 놀던 가닥이 있어, 알아서 자리잡고 끈기있게 노는구나. 덕분에 아마는 쉽다!
사계절 방에 가서 경태랑 몇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고 ( 손올리면 아이들이 펄쩍 뛰어 단비손 잡기했는데, 재미붙인 경태, 주연 끈질기다. 특히 경태 섈섈 웃으며 "또,또!"하며 30분 넘게 몰입 중)

마당 놀이 조금하고 교사들이 모두 퇴근하는 시간, 남은 아이들은 거실에 모였다.
테이블을 붙이고 색싸인펜 꺼내주니 조용한 가운데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준섭인가 주연이 입을 뗀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강산과 그 외 아이들이 질세라 합류한다.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 싶네~~ " 이어서 모두 합창!
요즘 터전에서 '님과 함께'가 유행가이다.
준섭이 얼마전부터 가르쳐주지도 않은 '저푸른 초원위에'를 신나라 쭝알거리기 시작했는데
왜인가 하니, 강산아빠 말에 의하면 요즘 히트 프로그램 '나가수'의 영향이란다.
김범수의 '님과함께'를 보고 아이들이 혹 빠져버린것. 그리하여 그것을 본 아이들이 노래를 암기, 터전에서 입으로 입으로 빠르게 전파되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랑하는 노래가 되었다는 것. 재밌다. 시대를 불문하고 명곡은 명곡인 이유가 있나보다.


총평: 덩실이들은 자기들끼리도 잘 놀고 순해서 아마가 수월했다.
사랑스런 덩실이들! 율이가 결석해서 좀 아쉬웠다. 덩실방 아이들과 하루생활을 하고 나니, 덩실이들도 한결 친근하게 나를 대한다. 또 다른 방 아이들의 개성을 들여다보고, 친해질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른 아마들에게도 다른 방 아마를 적극 권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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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아빠 ( 2011-09-30 09:30:46 (7년이상전)) 댓글쓰기
몸은 회사에 있지만 글 읽는 동안 영혼은 잠시 터전으로...
호랑이 ( 2011-09-30 10:46:37 (7년이상전)) 댓글쓰기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놀이터(주연아빠) ( 2011-10-17 05:23:57 (7년이상전)) 댓글쓰기
준섭이 정말 쿨하군요. 고생하셨어요.
고마워(윤선맘) ( 2011-10-17 10:45:31 (7년이상전)) 댓글쓰기
단비, 글 잘봤어여. 덩실이들이 막 보고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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