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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8일(수) 아마일지
  수정 | 삭제
입력 : 2012-01-19 23:28:07 (7년이상전),  조회 : 88
한 달도 안된 사이에 세 번의 일일아마를 하게 되었다. 이 세 번째 아마는 계획에 없었다. 직업의 특성상 여름과 겨울방학에만 일일아마를 한다. 겨울에 두 번 했으면 다했지 싶었다. 결국 누군가는 해주시겠지 하는 생각으로, 18일 아마 한 자리는 채우지 못한 채 다소 찝찝한 마음으로 백두산에게 운영이사 업무를 인계하였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백두산도 그 한자리를 채우지 못해 쩔쩔매고 계셨다. 이렇게 해보시라 코치를 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백두산의 마음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섰다.

아마를 하기로 결심하고 백두산에게 전화하는 그 순간부터 강산이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원래 18일은 터전에 가지 않고 강산이와 단 둘이 하기로 계획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마하는 것을 무지 좋아하는 강산이지만 이건 도저히 양보할 수 없나보다. 강산이는 아마 당일 아침까지 나를 애먹였다. 9시까지 가야만 하는데 계속 아마를 하지 말라며 징징대고 협조를 안한다. 결국 나는 언성을 높였고, 5분 지각한 채 터전에 들어섰다.

들국화와 서영아빠가 먼저 와계셨다. 들국화가 오늘 간식은 어떻게 해야 하며, 쌀은 어디에 있는지 물으신다. 냉장고에 식단이 붙어있을 줄 알았는데, 1월 식단이 없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단호박찐빵과 사과가 넉넉하여 그것으로 간식을 정했다. 들국화가 쌀을 안치고, 사과를 준비하시는 동안 나와 서영아빠는 등원아동을 확인하고, 오늘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 날씨가 좋으니 나들이는 반드시 가기로 하고, 장소는 근래 가보지 않았을 것 같은 대공원 호숫가로 정했다. 가서 무엇을 하겠다기보다 오고 가는 그 과정이 재밌으리라 생각했다.

아이들과 사과를 먹으면서 오늘 나들이 장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대공원 호숫가는 시큰둥해 했다. 그래도 좋은 쪽으로 유도하며 밀어붙이니 받아들이는 눈치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오기로 예상했던 깨동이 수가 많이 비었다. 10시 다 되어가는데, 등원 안한다거나 지각을 할 사정을 전한 가구는 3가구 뿐이다. 나와 서영아빠가 나머지 아마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나들이 장소로 데리고 오겠다는 아마들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나들이 장소를 변경했다. 대공원 호숫가로는 오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과학관 놀이터에 가기로 하고 그 곳으로 오시라고 했다.

아마로만 운영되는 날이라서 단 몇 십분이라도 아이들을 덜 보라고 일부러 배려를 해주시는 걸까? 지난주에 일일아마 하면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제 시각에 오지 않는 깨동이들이 있다. 만약 교사회가 정해진 시간에 계획한 활동을 하고자 할 때 이러한 일들이 있으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총회때, 교사회가 배부한 유인물 ‘부모님께 부탁드립니다.’의 몇 구절을 옮기자면,

· 아침 9:30까지 등원을 합니다. 등원 시간을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아이가 결석을 하거나 혹은 늦게 등원을 하게 될 경우에 반드시 10시 이전에 터전으로 전화를 주시기 바랍니다.
· 10시에는 각 방에서 아침모둠이 시작됩니다. 혹여 늦어서 모둠이 시작된 다음에 오게 되면 마루에서 기다려주시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드디어 나들이 출발이다. 겨울 치고는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 날씨다. 짝손을 잡고 걷는다. 참 잘 잡고 간다 했는데, 큰 길을 건너니 달리기 시합이다. 민경이는 분홍색 도시락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있었다. 반찬만 들었겠지만 그 작은 몸에 무거워보여 들어줄까 했더니 싫단다. 좋아하는 가방인가보다. 그 가방 때문인지 민경이가 가장 꼴찌다. 몇 번을 가방 들어줄까 되물어도 싫단다. 고집 있다. 1등과 아주 많이 떨어졌다. 민경이의 마음은 그곳에 있는데 발이 잘 안떨어지니 짜증을 낸다. “나도 빨리 저기 가고 싶어.”, “그럼 빨리 걸어.” “안아줘.”, “싫어. 네 힘으로 가. 대신 가방은 내가 들어줄게.” 결국 가방을 내민다.

방학이라 과학관을 찾는 학생들과 유아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실내에 들어가지 않았다. 날씨가 좋으니 놀이터에서만 논다. 과학관을 찾아 멀리서 온 학생들이 놀이터를 먼저 찾을 리 없으니, 놀이터는 완전 우리 차지가 된다. 윤아와 현서는 따로 또 같이 놀고, 어린 도글이들은 들국화와 서영아빠가 놀아주고, 나머지 아이들은 2~3 그룹으로 나뉘어 우루루 몰려 다니며 여기 저기서 놀았다. 나는 그렇게 몰려 다니며 노는 아이들을 감독했다. 중간에 뜨거운 매실차로 추위를 녹이고, 더 놀다 11시 30분에 놀이를 정리하고 터전으로 출발했다.

터전에 도착하여 옷 정리를 하고, 손을 씻었다. 그 사이 얼른 식사 준비를 했다. 들국화는 언제 감자국을 끓여놓으셨는지... 식사는 각 방에서 하던대로 했다. 서영아빠는 도글방, 들국화는 덩실방, 나는 사계절을 맡았다. 아이들이 도시락 싸오는 날을 좋아한다. 서로의 반찬을 주고 받으며 정답게 나누어 먹는다. 돈까스가 최고의 인기다. 아침에도 강산이가 돈까스, 돈까스 했는데... 나도 이집 저집 반찬 맛보며 밥을 3그릇 먹었다. 다들 바쁜 아침에 도시락까지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지난 번에도 느낀 거지만 달님(경태엄마)의 도시락이 참 정성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선호만 고려하지 않은 영양만점의 반찬이 3가지나 된다. 두 아이의 육아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실텐데, 날적이도 그렇고 식단까지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설거지를 하고, 두 분은 양치와 놀이 지도를 해주셨다. 1시 30분이 되자 각 방으로 가서 낮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을 항상 자는 자리에 눕히고, 책 두 권을 읽어주었다. 경태, 정우, 윤성이는 일찍 곯아떨어졌다. 희수는 코가 막히는지 몇 번 일어나 코를 풀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 윤아와 태환이는 구석에서 소곤소곤, 현서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잠을 자지 않더라도 조용히 누워있자. 다른 친구들이 잘 잘 수 있도록.” 피곤한 나도 잠을 청해보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윤아와 현서는 끝내 잠을 자지 않았다. 그래도 참고 조용히 있어주니 대견하고 고맙다. 3시 반이 되자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4시까지는 마루로 나오지 않도록 했다. 도글과 덩실의 낮잠을 방해할까 싶어서다.

오후 간식은 단호박찐빵. 간식을 먹고, 마당놀이와 실내놀이로 나누어 자유놀이를 진행했다. 나는 마당놀이를 맡았다. 현서와 주연이는 배드민턴을 하고, 윤성, 희수, 강산이와 나는 농구를 했다. 요즘 강산이는 속된 말로, 농구에 미쳐있다. 두어 번 농구 경기를 보러 갔더니 아주 푹 빠져버렸다. 축구와 야구도 몇 번씩 봤지만 농구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장래희망이 농구선수, 요즘 열심히 연습한다. 그런 강산이에게 터전에 있는 농구골대가 이제야 보인 것이다. 중간에 현서는 안으로 들어가고, 주연이는 농구로 합류했다. 더는 어두워져 할 수 없을 때 모두 들어갔다. 그런데 경태는 아직도 자고 있다. 집에서 잠을 안자나? 서영아빠 왈, “그 놈 참 건강하네.”

하나 둘씩 하원을 하며 일일아마를 무사히 마쳤다. 4년 동안 아마를 해왔지만 늘 일일아마는 두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연달아 3번을 해보니 이제는 적어도 두렵지는 않게 되었다. 사계절... 많지만 오히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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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여진엄마) ( 2012-01-20 23:06:4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강산아빠 아니었음 제가 오전에 뛸 뻔 했어요. 고맙습니다.
호랑이 ( 2012-01-21 09:47:54 (7년이상전)) 댓글쓰기
교사연구기간부터 선생님들이 터전을 비우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서 교사회도 아마활동과 아이들 생활에 많이 마음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리 터전을 들어오셔서 아마를 하시고 아이들을 보살피며, 교사입장도 되어보시는 분들의 마음에 감사한 마음 가~득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두손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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