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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싱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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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7-09 10:50:33 (7년이상전),  수정 : 2013-07-09 11:01:33 (7년이상전),  조회 : 267

<민준군 4세>

동상이몽(同床異夢)

지난 주말 아침 늦잠을 자던 우리 세 식구의 대화입니다.
뒹굴뒹굴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중

아빠 : 민준이는 이 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정의롭고, 현명하고, 어질고, 굳건한 사람이 될 거지?
(이 중에서 민준이가 알아 들을 수 있는 낱말은 몇 개나 될 까요?)
민준 : 어, 어, 민준이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어, 어, 커~피 마실 거야.
(엄마 아빠가 가끔 마시는 커피를 평소 동경해 오던 민준이였습니다.)
엄마 : 우하하하!!!
아빠 : 끄응.. (돌아눕는다)


<민준군 4세>

얼마전, 민준이가 생산한 응가를 물에 씻겨 보내면서 "응가, 안녕~" 했더랬습니다.
그러고는 민준이 바지를 올려 주고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민준이가 저 보고 이러더군요.

"엄마, 응가는 얼굴이 없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눈을 지그시 깜빡이며 충고하듯 말하는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유정물과 무정물을 분별하기 시작했나 봅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기나름의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아이다운 말솜씨에 미소짓는,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민준군 5세>

며칠전 민준이와 함께 '요술공주 세리'를 봤습니다. 아시죠, '요술공주 세리가 찾아왔어요, 별나라에서 지구로 찾아왔어요.'하는. EBS에서 하더군요.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유미라는 아이가 나오는데, 꿈에서 엄마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엄마와 이야기를 할 수 없더라구요. 죽음의 여신 말이 '산 자와 죽은 자는 대화를 할 수 없다'네요. 하여튼 눈물 흘리는 엄마를 보며 자기가 웃어야 엄마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밝게 살아간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날 밤 잠자리에 누었는데 장농에 붙어 뭔가를 중얼거리던 민준이가 또르르 굴러와서는
"엄마, 죽으면 말을 안해?" 합니다.
"응, 말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지."했더니
작은 목소리로 "아, 그렇구나."하며 굴러갑니다.

잠시후 다시 또르르 굴러 온 민준이
"민준 엄마도 죽어?"합니다.
당황한 저는 뭐라 대답할 지 몰라 머뭇거리는데
"넘어지면 죽을 수 있어?"합니다.
"아니, 넘어지면 아프긴 한데 죽지는 않아."했더니
"아, 그렇구나."하며 굴러갑니다. 한결 밝은 목소리입니다.
그리고는 또 장농에 붙어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뭐라 중얼거립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궁금하더군요.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것이 '죽음'에 대한 민준이의 첫 생각일까요.
'말도 못하고 만나지도 못하는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형이상학적인 사고가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부터는 민준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솔양 4세>

오늘 낮에 서점에 갔다가 최숙희씨가 쓰고 그린 그림책 '너는 기적이야'라는 책을 샀다.
아이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감동'이라는 메시지로 일관되게 엮어낸 책인데,
맨 마지막 장에 이런 내용이 있다.

'너와 함께 한 하루 하루,
너와 함께 한 한 달 한 달,
너와 함께 한 한 해 한 해가 내겐 모두 기적이었어.

네가 내 아이라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이야.'

벙글이가 민솔이에게 이 부분을 읽어 주며 코끝 시큰해하고 있는데, 민솔이가 야무진 목소리로 이런다.

"아니야, 나는 팬티 기저귀야!"
(민솔이는 요즘 일반 기저귀에서 팬티 기저귀로 갈아타고 있는 중이다.)

푸하핫!

옆에서 뭔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있는 민준이. 그런데 민준아 기억하니?

시장 놀이 하면서 '에이 좀, 깍아 주세요~' 했더니 '네엣?!'하고 놀라면서도 잠시 후 칼을 가져와 자동차 깍는 시늉을 하며 내게 건네 주던 일.
너도 한창 말 배울 때, 기막힌 말들을 많이 쏟아냈었지. 엄마 아빠를 참 많이 웃게도 하고, 코끝 찡하게도 했어.

말 배우기가 한창일 때만 맛볼 수 있는 이 유쾌한 에피소드들. 한 동안 뜸 했던 이 기쁨을 민솔이가 다시 맛보게 해 준다. 기대 만땅이다.


>> 여러분, 적어 놓지 않으면 이 소중한 순간들을 잃어버려요. 깨동이들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말과 생각들, 아마들끼리 서로 공유해요. 남의 아이도 내 아이같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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