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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아이들에게 공감능력을 키워준다는 것
작성자 : 달콤
  수정 | 삭제
입력 : 2009-03-10 22:54:50 (7년이상전),  조회 : 161

 

 얼마 전 한 지역단체의 초청을 받아서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강의를 갔었다. 강의를 마친 후 몇 명의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와 닿았다. 아이가 남을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이나 남에게 사랑받을 줄 모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어떤 큰 감흥 같은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이래도 응, 저래도 응, 무감각해져서는 건성건성 살아가는 것만 같은 모습에 부모들은 쟤가 커서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생명을 보면 신기해하고 죽음을 보면 슬퍼하며, 좋은 일에는 기뻐하고 고통을 보면 괴로워하거나 가슴아파하는 것이 인간의 공감능력이다. 인간의 공감능력은 어떤 일들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 내가 어떠할까를 복잡한 계산이 없어도 바로바로 거울처럼 떠올리고 자기의 일처럼 여겨 반응하게 한다. 최근의 신경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에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동적으로 활성화되어 반응을 일으키는 거울 뉴런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미 ‘나’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으며, 그 다른 사람과 함께 공감하는 공통의 감각으로서의 ‘우리’가 있는 셈이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사랑받는다는 것을 통해 남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이미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각조차 무너지면서 아이들은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수의 아이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대신에 곳곳에서 흉흉한 소문들만 들린다. 학급 동료를 때리고는 그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가자 ‘나는 성깔 있는 사람이다. 나는 나이가 어려 소년원에도 가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육교위에서 도로위로 돌을 떨어뜨리는 놀이가 한창 유행을 하다 운전을 하던 한명이 돌에 맞아 죽고 강력한 단속에 들어가서야 그 놀이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10대 아이들이 열차가 탈선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기 위해서 수차례 돌덩이를 철로위에 올려놓고는 ‘심심해서 그랬다’고 말을 해서 온 나라를 경악시키기도 했다.


 교육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들을 세계와 연결시키고 그 세계에서 다른 존재와 관계를 맺고 자리 자리를 찾도록 돕는 것이다. 이 과정이 아이들에게서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것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기 싫어하거나 그냥 교실에 널브러져 있거나하는 것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도전이다. 공감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이들은 세계의 안에서 살아가지만 이 세계와 전혀 관계를 맺지 않고 무관하게 살아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진단은 딱 반만 맞는 진단이다. 이 세계와 단절되고 무감각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모든 세계와 단절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에 대한 공감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다른 세계에서의 공감능력도 없어진 것은 아닐 수 있다. 우리는 혹시 아이들이 이 세계와 무관하게 다른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희노애락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의 세계를 탐험해 보아야한다.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인류학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한편 아이들이 이 세계와 무관하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이 세계에 대한 감각, 이 세계의 존재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살릴 수 있는 교육학은 여전히 필요하다. 10여년전에 일본의 오타쿠들을 향해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야끼가 ‘이제 그만 집밖으로, 실제 세계로 나오라’고 촉구한 것처럼 말이다. 이 교육학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최소한 하나는 분명하다. 내가 시골에서 자랄 때 개구리와 벌레들을 가지고 장난을 칠 때 동네 할머니들은 부지깽이를 들고 나를 쫓아오며 야단을 치셨다. 너도 그렇게 누가 막대기로 찔러봐야 정신을 차린다면서. 죽어서 개구리 지옥에 가봐야 후회할 것이라며 다니는 곳곳에서 나는 생명에 대한 개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마을이 수년간 동원이 되고서야 나는 고통과 생명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마을 만들기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은 여전히 교육이 기대야하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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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 2009-03-10 22:56:5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제가 거진 도배를 하다시피해서 부끄럽습니다.ㅋㅋ..
제가 주로 글을 옮겨오는 곳은 '서울시대안교육센터'와 '민들레' '대구경북대안교육모임 다음 까페'정도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씩씩한 홈페이지에서 링크를 하면 어떨까요?
김동현엄마 ( 2009-03-11 08:17:30 (7년이상전)) 댓글쓰기
달콤처럼 열심히 안 해서 부끄러울 따름이지요.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세하다안모 ( 2009-03-12 00:47:5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저도 재미나게 읽고 있슴다. 링크하면 귀찮아서 저같은 사람은 안 가지지 싶네요^^;
해균수아엄마 ( 2009-03-12 12:03:03 (7년이상전)) 댓글쓰기
'그렇게 한 마을이 수년간 동원이 되고서야 나는 고통과 생명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아이 저 아이, 학교에서 만난 아이, 터전에서 만난 아이, 집에서 만난 아이에게 더욱 열심히 개입을 해야겠군요...
재홍재욱맘 ( 2009-03-19 01:39:12 (7년이상전)) 댓글쓰기
계속 올려주셔용. 늦게라도 읽을 수 있어 좋고, 참 좋으네요.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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