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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등 1학년 방학 숙제 이야기
작성자 : 강가
  수정 | 삭제
입력 : 2015-09-01 13:00:35 (7년이상전),  조회 : 661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아이들을 만나니,

새카매진 얼굴에 불쑥 자라서, 시간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중등 아이들, 왠일로 차분히 앉아서

회의도, 하루닫기도 진지하게 참여를 합니다. 방학 동안 충분히 뒹굴거린만큼, 조금 자란 걸까요?




오늘은 1학년 아이들과 말글 수업을 하면서,

방학에 내준 숙제들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영상으로 준비한 친구, 사진을 보여주며 말로 발표한 친구, 아직 준비를 못해서 다음주에 발표할 친구...
도 있었는데,

글로 써 준 아이들의 글이 재미있어서 공유합니다.


중등 1학년의 여름방학 숙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낯선 것 만나기' 입니다.

-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기(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제외, 핸드폰, 컴퓨터, 텔레비젼 안됨)
- 나 혼자 상 차려서 가족들에게 식사 대접하기
- 부모님 직장 견학하고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여 관찰글과 느낀 점 쓰기
- 비가 오는 모습과 비 오는 날 사람과 사물들 오랫동안 바라보기
- 버스 타고 무작정 종점까지 갔다 돌아오기
-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걸어 대화하기
- 목욕탕에서 모르는 사람 때 밀어주기
- 혼자 여행 다녀오기(당일치기도 됨)
- 해가 지는 모습 끈질기게 바라보기 (석양부터 어둠이 내릴 때까지)
- 해발 고도 1000m 이상의 산 등산하기
- 책 읽고 책의 저자에게 메일 쓰고 답장 받기

중에 하나 골라 하고, 어떤 형식으로든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의 글 입니다.

박고은 : 무작정 버스 투어

말글 숙제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역까지 갔다와봤다.
온수 종점에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돌아 다시 온수동으로 오는 보성 운수 670번 간선 버스를 탔는데 시간은 3시간이 넘게 거렸다. 670번 버스는 온수역에서 오류동, 구로구, 영등포, 당산, 선유도, 염창동, 가양대교, 월드컵 경기장을 돌아 다시 온수동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나는 오후 1시 쯤 탔는데 종점이라 나랑 어떤 아저씨 둘 밖에 없었다. 오류동 쯤 가니 사람들이 많이 탔다. 버스에서 사람들을 관찰해 보니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맨 처음 버스를 탈 때는 낯선 동네를 지날 때마다 불안했는데, 종점을 지나 다시 돌아오니 한 번 봤던 풍경이라서 안심됐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어서 엄마 사무실인 빅마켓 정류장에 내려 사무실에 들렀다가 다시 탔다. 버스 기사님들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좁아 터진 공간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는게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버스를 타고 느낀 건 처음에는 낯설어도 시간이 지나면 불안하거나 두려운 망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원 : 버스타고 무작정 종점까지 갔다오기
- 부제 : 버스 안의 사람들 풍경

내가 종점까지 쉽게 갈 수 있는 버스는 015이다. 방학 때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마을지도를 하러 부천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버스의 종점은 바로 우리집 옆에 있어서 무작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천역에서 우리집으로 갈 때의 버스를 기록했다. 부천에 버스가 머물러 있을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록을 못했다. 시흥에 도착해서부터 적기 시작했다. 오빌식품 정류장에서는 흰색의 나풀나풀한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가 내렸다. 그 아줌마 손에는 컵 같이 생긴게 있었다. 컵쌓기 하는 거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당황하실까봐 말을 안했다. 상대야동 정류장에선 안경 쓴 아저씨가 내렸다. 상대야동을 지나 신호등에서 멈췄을 때 밀집모자를 쓴 아줌마가 전화를 한다. 아딸 이야기를 하는 걸보면, 누군가가 아딸에 있는 것 같다. 그 아줌마는 정류장 3개가 지나칠 때까지 전화를 멈추지 않았다. 하대야동 정류장을 지나서 신호등에 서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경적을 울리더니 아이씨!라고 하면서 앞 차에 욕을 한 듯 하다. 부천역으로 가던 오전차와 달리 오후차는 조용하다. 지금은 벽산아파트를 지나고 있다. 버스 안의 풍경은 휴대폰 아니면 창 밖을 쳐다보고 있다. 창 밖에 풍경은 폭염주의보라 햇빛을 가리며 사람들이 걷고 있고, 그 사이로 아지랑이가 보인다. 어떤 초등학생이 날 쳐다보며 버스에 올라탄다.
나랑 같이 탄 현수는 군것질거리를 쳐다보며 만지고 있다. 신명아파트에선 다정해 보이는 꼬마와 꼬마애의 엄마가 내리고 젊은 여자도 내린다. 은계초에 다다르자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렸다. 남은 사람은 밀집모자 아줌마, 현수, 나이다. 그 아줌마는 햇빛이 많이 비췄는지 그 새 자리를 바꿨다. 갑자기 버스 아저씨가 더운 듯 에어컨을 세게 튼다. 그래도 버스 안의 공기는 여전히 후덥지근 하다.
종점에 가기 전 한 정거장 앞에서 현수가 버튼을 누르고 내리자는 듯이 쳐다본다. 나는 먼저 버스 카드를 찍고 내렸지만, 현수는 버스카드를 잘 못찍어서 고생을 했다. 내리다가 불쌍하게도 군것질 거리를 떨어트렸다. 같이 줍다가 현수는 그걸 또 주워먹었다. 버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순간 내리자마자 종점에서 내려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거의 사람들은 이 곳을 종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또 더운 버스 안에서 버티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 글을 쓰며 느낀 점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평소엔 지루한 버스라고만 느꼈지만, 이 때는 좀 버스에 있는 사람들을 집중하면서 보게 되서 재미있던 것 같다.



강은수 : 나 혼자 볶음밥~

드디어! 나의 말글 숙제를 했다. 원래 처음에는 싱커를 읽고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했는데 책을 반납한 상태여서 메일 주소를 몰라 내용은 써두고 못 보냈다. 그래서 당일날 일찍 끝낼 수 있는 걸 곰곰이 생각해보다 상 차려서 가족에게 대접하기로 했다.
내가 엄마에게 오늘 저녁 메뉴는 복금밥이야. 나 혼자 만드는 거야. 라고 했더니 엄마도 저녁 준비를 안 할 수 있어 매우 좋아보였다. 볶음밥 만드는 법은 알았다. 근데 무조건 요리를 해도 왠지 집에서 하면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런데 요리는 잘 하고 싶었다. 양도 얼만큼 해야 되는지 몰라서 재료는 어딨어? 정도만 물었지 나머지는 거의 내 힘으로 혼자 다 했다. 재료를 써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엄청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다. 시작한지 한시간이 되어서 볶음밥이 다 만들어졌다. 나는 전부터 배가 고팠고 내가 만들어서 맛있었는데 엄마, 아빠의 반응은 어떨지 몰랐다. 다행히 엄마도 아빠도 모두 맛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매우 뿌듯했고 다음에는 딴 메뉴도 만들어볼까 생각중이다.




아래는 추천해 준 책 중 몇 권을 읽고,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부분과 그 이유에 대해 쓰는 숙제 입니다.


박혜현 : 어린왕자를 읽고

다 감동적이고 좋았지만 제일 좋았던 이야기는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서 친구가 되어서 여유가 어린 왕자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려주고, 한 번 길들인 것을 끝까지 돌봐줘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때 가슴이 찡했다.
앞으로 어린 왕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될 것 같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읽으면서 숨은 뜻을 알아내고 싶다. 특히 또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 그림을 어른들한테 보여줬더니 다 모자라고 했는데, 어린왕자는 단박에 맞췄다는 게 신기했다. 아이들의 순수함인걸까? 어린 왕자가 꺄르르 웃는 것이 최고라고 했던 나(작가)의 말도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이 웃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지 않은가?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정말 즐겁게 읽었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하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 제일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나도 어린 왕자를 만나보고 싶다.



오솔담비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고.

루게릭병에 걸린 교수 모리와 대학시절 모리의 제저였던 미치가 가진 열 네번의 만남을 쓴 책이다. 만날 때마다 나누는 주제가 달라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래서 딱히 뭐가 더 와닿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열 네번의 강의와 열 네번의 교훈이 있었기에 다 적고 싶지만 다른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라. 다 적는건 깔끔히 포기하고, 짧고 간결하게! 쓰겠다.
열 한번 째 만남에서 '문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가 내 뇌에 콱! 박힌 모리의 말이 있었다. 옮겨 적긴 너무 길어서 정리를 하자면, 모리는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빨간 색일 땐 건너지 않는 등 작은 것들은 순종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 생각할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같은 큰 것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대신 결정하게 해선 안된다고 라고 한다. 이걸 읽는 순간 머리에서 전구가 켜지는 느낌고 함께 막힌 변기가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했다. 모리가 한 말에 굉장히 공감을 했는데 뭔가 내가 쓰지 못한 말을 다 풀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고 듣고 싶었던 말이 다 써져 있어서 뿌듯했고,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히나 이 말은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 많이 필요한 말이다. 좋은 대학과 대기업, 돈을 중요시하는 건 사회가 만든 문화인데, 그런 문화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시간을 쏟아 붓거나 결국엔 자살까지 가는 건 정말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라마다 문화가 다른 것처럼, 개개인의 문화도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가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으면 뭔가 안좋다고 생각부터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난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정말 안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우선은 나와 다른 문화를 보는 시선을 바꿔야 할 것 같고, 나도 사회나 타인이 만든 문화를 무조건 따라가기 보다는 내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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