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불날
아침에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전령사 호건이가 들어오네요.
“징검, 정휴형 옷 이렇게 끈을 지음이가 잡아당겼어.”
“왜?”
“몰라”
“그래? 그럼 정휴형 1학년 교실에 오라고 해 봐.”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음이가 울면서 들어왔어요.
서러움이 넘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지음.
그 뒤로 서진이와 정휴, 호건이가 따라 들어오네요.
울면서 자기가 왜 끈을 잡아 당겼는지 설명합니다.
어제 집에 가는 카풀안에서 오빠들이 오줌 먹었다고 놀랬는데 너무 속상해서
오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고...
울고 있는 지음이 앞에 서진이가 풀죽은 얼굴을 하고
“미안해.”라고 사과를 합니다.
서진이의 사과를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지음이.
아이들은 강당에 나가 놀고, 긴급회의를 했습니다.
지음이가 울었으니 지음이부터 왜 울었는지 설명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오빠들이 오줌 먹었다고 놀랬어. 그래서 기분이 나빴어.”
옆에 있던 정휴가 한마디 하네요.
“나는 옆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웃고 있었어.”
정휴의 이야기에 “서로 놀렸네. 나는 아니네.” 정휴와 서진이가 실갱이를 합니다.
그러다 서진이가 지음이와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요즘 2학년 ‘콩아콩아 콩점아’ 전래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제 카풀를 타고 집에서 가면서 장난으로 아이들 이름으로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지음이 이름을 넣어 놀았답니다. 그래서 화가 난 지음이가 정휴와 서진이를 깔아 뭉개답니다.
“내가 심심해서 장난을 쳤어. 그런데 장난이 점점 심해지는 줄 모르고 한 것 같아. 지음아, 미안해.”
서진이의 사과에 마음이 풀려 보이는 지음이.
그렇지 않아도 허리를 다쳐 아픈데 깔아 뭉개 힘들었다고 정휴도 한 마디 합니다.
긴급회의는 끝났지만,
요즈음 학교 생활이 나름 힘든 지음이를 생각해서
정휴와 서진이에게 작년에 1학년 일 때 어땠니 물었지요.
정휴가 “어. 낯설고 힘들었어.”
그렇구나 대답하면서 지음이가 요즈음 새롭게 학교에 와서 힘든 부분이 있으니
2학년 오빠들이 작년 기억을 떠올리면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음이한테 서진이오빠가 장난치다가 심해지는 줄 몰랐다는 것에 이해했는지 물으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요즈음 1학년을 하루가 멀다하고 긴급회의를 합니다. ^^
긴급회의를 하다보면 아이들은 속상하고 힘들었던 부분도 정리가 되고,
자신의 행동이나 말의 잘못도 서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인정하게 되고,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듯 합니다.
어린이집과 다르게 갈등이나 다툼이 있다면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부딪히고 해결하는 방법들을 찾아가겠죠.
그런 지점에서 기특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일주일,
교사로서 좀 버겁고 힘든 3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힘겨움은 교사로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고 함께 갈 것인가 하는 고민이고,
워낙 평화롭게 생활하는 것에 대해 큰 가치를 두는데,
내가 생각했던 평화가 자꾸 깨어지는 이 느낌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교사로서 한걸음 나아갈 것인가의 고민이기도 한 듯 합니다.
어제 교사회의에서 한계의 부딪혀 힘들다며 살짝 눈물을 보였더니(^^눈물이 많은 요즘입니다.)
둘레둘레 감싸주고 안아주는 다른 교사들이 보이네요. ^^ 감사한 일입니다.
저도 아이들처럼 용기를 내며 살아야지 결심하며...^^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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