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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졸업들살이-신국(新國) 여행기 2탄
작성자 : 파도(한상윤)
  수정 | 삭제
입력 : 2009-12-27 00:52:23 (7년이상전),  조회 : 263

22일

콘도의 아침은 평화롭습니다.

학창시절, 경주에서 이렇게 편안한 아침을 맞아보신 분 몇이나 되시나요.

아이들이 문득 정말 부러워지는 동시에

폭도들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절실히 듭니다.

오늘도 그들은 비담보다도 강력하게 신국을 유린하겠지요.

아침을 먹고 콘도를 출발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신국 여행 시작입니다.

버스를 타고

첫 번째로 간 곳. 박물관.

에밀레종 하나만으로도 박물관은 올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신국의 대표 아이콘.

입꼬리만 살짝 올린 신라 천년의 미소.

박물관 뒷편에 있는 고선사지탑.

석가탑과 비교해 보라고 하니 조금씩 그 차이를 느끼는 듯 모르는 듯.

두 번째로 간 곳, 대릉원.

참 아름다운 공동묘지입니다.

거대한 왕릉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은 항상 '저 위에 함 올라가봤으면 좋겠다'인데

애들도 생각은 같은가봅니다.

'딱 한번만 올라가보면 안될까?'

원래 아침햇살은 이런 거 무지 싫어하시는데...

뭐 살짝 요정도야 괜찮겠지요.

맘같아선 동막골에 나오는 풀썰매라도 타보고 싶지만서두.

 

세 번째는 경주 엑스포장입니다.

황룡사 목탑을 형상화한 거대한 건물이 우리를 맞습니다.

네, 역시나 전망대였습니다.

이 높은 건물에 층은 딱 3층.

2층은 65m의 전시실, 3층은 82m의 전망대입니다.

나머지 공간은 다 뭘까요, 혹시 여기도 고모집?

82m 전망대. 저 앞에 비담이 난을 일으켰던 명활산성이 보입니다.

비담 오늘 죽어여....

3D 영화관. 엑스포장 가면 이런거 꼭 한두개씩 있습니다.

뭐 아바타 같은 영화도 개봉하는 마당에 그닥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은 제법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애들은 끝까지 유치하네 잼없네 하며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솔직히 재밌었잖아....우리 그만 솔직해지자....

두시가 훨씬 넘어 식당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배고픔을 호소하는 아이들.

폭도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아줌마! 돈까스 멀었어요?!'

 

식당 옆에는 무슨 캐릭터 월드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어린이들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자

여기서 사진 찍고 가면 야 뭐 좀 재밌는데 갔다 왔나보네 하는 정도의 그림이 나오는 곳입니다.

마시마로.

십여년 전 만화를 배우던 시절, 마시마로는 플래시 애니의 신화였으며

수많은 이들이 마우스를 잡게 했습니다.

펜도 마우스도 다 놓은지 오래지만(펜은 요즘 마틸다의 강압으로 다시 간간히 잡고 있지만)

문득, 지금껏 만화를 그리고 있었더라면

내 삶은 어떻게 변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들살이를 와서

마시마로 앞에서 추억에 젖는 나 자신도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얘들아, 이건 진짜 애들용이라니깐.

거의 모든 캐릭터 앞에서 애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기 만든 분, 보람 있겠수.

그러니까 그건 내 추억이라니까.

이제 그만 좀 찍지 그래.

사진으로 모자라 아예 유아용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는 아이들.

우리 아직 갈 곳 많은데...그래, 이게 더 재밌나 보구나.;;

그 옆방은 세계 유명 명화의 복제품 전시실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작품들 진품으로 볼 기회가 평생에 다 올까 싶은데

아예 당당히 '나 짜가요!' 하고 이렇게 모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컨셉이라 생각됩니다.

박종은의 '절규'

지면상 생략된 13번째 제자, 임채륭

'찍어줘요!' 노래를 부르며 너무너무너무너무 행복해하던

세진이와 모나리자.

아이들은 자신의 꿈과 관련된 작품을 좋아합니다.

근데 저거 제목이 뭐였더라....;;

 

엑스포장 입구에도 큰 무덤들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 눈치 안 보고 단숨에 정상으로 뛰어 올라갑니다.

무덤들 역시 짜가거든요.

재, 재밌겠다....;;;;

 

이제 다시 엑스포장을 떠나 다음 코스로 향합니다.

네 번째로 간 곳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와보고 싶었던 곳.

감은사지입니다.

돈도 안 내고, 사람도 없습니다.

근데 이게 국보랍니다. 파도는 뭔가에 홀린 듯 탑을 바라봅니다.

좀 다른 느낌입니다.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에게 바친 감은사.

죽어서 용이 되겠다고 한 아버지가 드나들 수 있도록 절 아래를 비워두었다고 하는데...

'근데 우리 여기 이렇게 막 들어가도 돼?'

신라를 직접 손으로 느껴도 보고

감은사탑까지 보고 나서 다시 석가탑과의 비교를 묻자

아이들은 아주 약간 차이를 느끼는 듯 합니다.

객관적으로 볼건 탑 두개밖에 없는 이곳을

아이들도 왠지 금방 떠나려 하지 않았지만

시간관계상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다섯 번째로 간 곳은 바로

바다입니다.

그냥 바다가 아닌 동해바다.

그냥 동해바다가 아닌 문무왕릉 앞바다.

그가 죽어 정말 용이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우리는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사람의 마음 속 깊은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곳.

바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이제 다시 시내로 돌아갑니다.

 

들살이 기간 중 빌렸던 렌트카.

KTX와 더불어 산학교 들살이에서 두 번 보기 힘든 컨셉입니다.

 

시내로 돌아가면서 바로 옆에 있다는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들려보려 했지만

안전 보안상의 이유로 초입부터 막혀 있는 길 때문에 차를 돌렸습니다.

가서 뭐 좋은 소리 해주고 올 건 아니었으니까 아쉽지만 할 수 없지요.

이제 오늘의 마지막 코스,

해는 어느덧 지고....밤에 구비구비 농로를 타고 무덤가에 차를 세운 뒤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산길을 올라 당도한 그곳.

산속에 있는 누군가의 무덤에 왔습니다!

바로...

검. 덕. 만.

선덕여왕릉에 왔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녀가 너무도 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의 불타는 관심.

선덕여왕 마지막회 하기 두세 시간 전,

우린 진짜 그녀와 같이 있었습니다.

감동과 기쁨에 겨운 나머지

아이들은 시키지도 않은 절을 합니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씁니다.

짧지 않은 세월을 함께 보냈던 아이들,

이제 서로 헤어져야 할 시간이 가까웠음을 알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내용을 채웁니다.

때론 눈물도 보이기도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써서 교환했습니다.

저도 좀 찡해지더군요.

 

편지를 쓰고 나서....다시 분위기를 바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분을 맞습니다.

선덕여왕.

최종 보스답게 질기게 비틀거리다 결국 비담이 죽었습니다.

이전 둘의 로맨스를 보지 못해 잘 못 느꼈지만

그 순간 수많은 아줌마들이 울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리고 우리의 선덕여왕도 죽었습니다.

아이들과 저 모두 좀 전에 그녀를 만나고 왔기에

남 같지 않은 마음으로 마지막회를 지켜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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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 2009-12-27 22:59:36 (7년이상전)) 댓글쓰기
흐악! 저 공동묘지, 단짝 친구랑 야자 빼먹고 틈만나면 순대 사들고 가서 묘지를 뒹굴며 청춘을 불사르던 그 곳~ 으아~ 그리워라!
휘파람 ( 2009-12-28 17:53:14 (7년이상전)) 댓글쓰기
그 순대가게 주인이 휘파람이라는 전설이...ㅋㅋㅋ
그루갈이 ( 2010-01-06 08:01:22 (7년이상전)) 댓글쓰기
종은이가 찍은 사진에 드디어 파도가 등장^^ 한국인들은 2009년 후반기 국가의 지도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심각하게 사고실험을 해본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은 마키아벨리를 넘어 칸트나 존 롤스의 정의론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도 결국 여왕직업의 성공과 사랑의 성공이라는 두개의 성공을 꿈꿨지만, 너무 과도한 욕심이었다는 것이 비담의 죽음? 덕만은 순정을 지켰지만 마음이 흔들린 비담은 결국 최후의 순간에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망쳤다는 슬픈 이야기... 최종 승자는 2인자의 위치를 잘 지켰던 유신? 아무튼 <선덕여왕>이 아이들의 졸업여행과 함께 했군요. 파도는 미실이나 덕만보다는 알천에 가까운 느낌이^^ 아이들의 소감도 궁금하네요^^ 정말 멋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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