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808
Total : 1,022,052
산어린이학교와의 만남
작성자 : 깡통
  수정 | 삭제
입력 : 2010-03-23 12:01:51 (7년이상전),  조회 : 381
깡통이 산어린이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지난 2008년 9월 아내 징검다리가 산어린이학교에 첫 출근을 하면서 였습니다.

딸 하경이가 궁더쿵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져 11월에 들어가게 되어 10월 한 달을 하경이와 아내가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장에 더부살이 하러 가곤 했기 때문에 하경이는 산어린이 학교를 지금까지도 좋아합니다.

2005년 아내가 암 수술을 받고 그동안 아내에게 별로 해준 것이 없었구나 생각을 했었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살다가 2006년 하경이를 입양하고 또 그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12월 장모님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교회가 세들어 있던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이사를 해야 했고, 이사하기 전 새로운 주인은 자신들이 들어와 살아야 하니 건물 공사를 잠시 하겠다더니 한 달을 공사하더군요, 덕분에 도서관도, 교회도, 집도 온 통 먼지 구덩이 속에서 살아야했습니다. 당시 3층 건물에서 2층이 교회와 도서관, 3층에서 공사, 옥탑 방이 집이었답니다.

이사를 할 곳을 찾으러 한 달을 헤매고 다녔고, 교회를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결국 궁동으로 이사를 한 후 현재까지 일요일만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자마자 작은 처남이 결혼을 해서 아내는 장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2008년 상반기는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그 해 전 교단에서 하는 여름 학생 수련회에 팀장으로 참석을 해야 했는데 아내는 가지 말라고 하는 걸 내가 빠지면 행사 상황이 좋지 않아 아내의 부탁에도 성결대로 갔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7월 말 제가 학생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날 폭발을 했습니다. 2008년 하반기는 아내와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고, 다행히 아내는 산어린이학교에 출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와의 갈등과는 별개로 자기 자신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왜 깡통이냐고요? 깡통 외에도 전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자 자유로, 눈물이 마른자리, 그리움이 머무는 곳에, 아침안개 등이 있지만 2008년 9월 처음 징검다리를 따라 하경이와 산어린이학교에 왔을 때 아이들이 별명이 뭐냐고 물어서 웃고 있었더니 아내는 아이들에게 저를 자유라고 소개하더군요^^

하경이가 궁더쿵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별명을 뭐라 할까 고민하다 그냥 깡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전 아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알았고, 제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해 왔던 이야기들과 제 삶의 모습을 돌아봤을 때 참 많은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목사다보니 가정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참 많은 말들을 쏟아냈던 자신을 보게 된 거죠...

아내와의 갈등 아니 사실 아내의 상처에 대해 제가 너무 몰랐다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든 채워가야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빈 깡통이 너무 요란했다는 자기반성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산어린이학교에 지난 3월 9일 첫 출근을 했습니다. 첫 출근과 동시에 아침햇살과 면담을 했습니다. 징검다리 덕 분에 깡통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시는 선생님들과 아침햇살 덕분에 그리고 가끔씩 만났던 아이들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깡통이라는 별명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고요^^

놀이네트의 조원식선생님은 놀이생태계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문화가 가장 좋은 것이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방과후에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그냥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말을 합니다. 왜 깡통 또는 아저씨는 우리보고 하지 말라는 것이 많아? 응? 그거야 깡통이 하는 일은 너희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놀도록 하는 것이거든

깡통은 가끔 위험하게 노는 아이들이 있으면 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 노는 아이가 있으면 잠시 가서 슬쩍 이야기 한 번 건네며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뭔가 큰 것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들 스스로 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가도록 지켜보며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 것, 소외된 친구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 혼자 놀든, 둘이 놀든, 집단으로 놀든, 그들 스스로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 크게 다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가끔은 그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면서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김치 ( 2010-03-23 13:22:22 (7년이상전)) 댓글쓰기
깡통, 반가워요^^ 가끔 징검다리가 깡통의 뒷담화를 하시는데 그 비밀장소는 바로 00이랍니다. 궁금하시죠? 맛단지께 물어보세요 ㅋ
떠나자 ( 2010-03-23 13:28:1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진솔한 이야기에 가슴이 찡하네요. 아이들 놀이에 대한 깡통의 생각도 멋지시구요. 근데 궁금한데요. 징검다리는 어떻게 폭발하나요?
은행나무김동길 ( 2010-03-23 14:18:15 (7년이상전))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아이들이 또 좋은 분을 만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도나무 ( 2010-03-23 14:37:1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인연이라는게... 참 감사하지요. 자신을 이렇게 진솔하게 드러내시는 걸 보면 아주 용감하신 분 같아요. 곁에서 오고가면서 그 용기가 전염되기를 기다려 볼랍니다. 반갑구 감사합니다.
와따! ( 2010-03-23 14:51:08 (7년이상전)) 댓글쓰기
상처는 동서고금을 막록하고 여성이 더 많이 받는다네요.
"너랑 안 놀아!" 라고 말하는 친구의 선언에
남자아이들은 "그래라 뭐, 나도 안 논다!" 하고 넘기는 힘이 있지만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온 존재가 거부되고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다네요.
엊그제 들은 좋은 강좌에서(나나랑 준석엄마도 함께 들었죠^^) 주워들은 야그예요.
그래서 아내의 상처는 남편이 늘 신경쓰고 살아야 건강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거죠.
내 남편은 아니지만 깡통같은 남편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흐믓해집니다.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징검다리의 남편이어서 더 줗구요^^
산학교아이들은 복도 많아요. 이리 좋은 사람들 속에 커갈 수 있으니요....
은하수 ( 2010-03-23 16:23:17 (7년이상전)) 댓글쓰기
눈내리는 어제 현모랑 마당에 계신분이 깡통인줄 모르고 인사도 못하고, 아이들 데리고 나오는 길에 아이들 뒷모습을 계속 지켜봐 주시기에 생각나서 은비에게 물어보니 깡통아니 포카리라고 하더군요. 든든하게 아이들 뒷모습까지 지켜봐 주시던 어제모습 아주 기억에 남습니다. 깡통 늦었지만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루갈이 ( 2010-03-23 16:49:2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수술, 사고, 폭발, 모순, 깡통, 자기반성, 자유, 놀이와 같은 낱말들 속에서 사람의 삶이란 스펙트럼이 긴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깡통께서는 뭔가 성찰이 있는 삶을 지향하시는 듯하네요! 아이들의 놀이생태계는 깡통의 성찰생태계'곁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꽃피울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산학교에서 깡통께서도 아이들만큼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다라 ( 2010-03-24 10:49:12 (7년이상전)) 댓글쓰기
^^ 넘들보다 자주 봤어도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만 했었는데...
반갑습니다! 그리고 맘 내주셔서 고맙구요~ 깡통 채우시는데 여기가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엊그제 눈 오는날, 학교 입구까지 내려와 주셔서 감사했어요~
내맘대로(형준지민) ( 2010-03-24 13:33:41 (7년이상전)) 댓글쓰기
징검다리의 남편이라면 정말 멋진 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징검다리 정말 용기 있고 멋진 남편과 결혼 하셨네요...
와따 말처럼 산학교 아이들은 정말 복이 많은 아이들임에 틀림없어요...
통통17 ( 2010-03-24 14:59:2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솔직한 드러내기~ 새살돋기
징검다리께서 행복해할 것 같슴당~
함께 하니 마음이 절로 든든함당~
바람개비 ( 2010-03-25 16:41:31 (7년이상전)) 댓글쓰기
매주 아이들 데리러 가면서도 인사 한번 제대로 못 했습니다. 깡통과 징검다리 두 분 덕에 아이들 방과후 시간 맘 놓고 지낼 수 있어 참 고맙습니다. 산학교와 오랜 인연이 되길 바랄게요.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610
점심시간에 다희의 저금통 만들기를 함께 하다 [3] 오리 2010-04-07 224
609
쪼물쪼물 1학년 찰흙놀이 [8] woosmi79 2010-04-06 302
608
우제젤리 [9] 그루갈이 2010-04-04 256
607
공룡박사의 마실 [3] 그루갈이 2010-04-11 204
606
오리와 함께 하는 주제나들이♡ [4] 오리 2010-04-01 249
605
못 다한 사진 [4] 깡통 2010-04-01 242
604
노는게 제일 좋아 [1] 깡통 2010-04-01 240
603
동대문 나들이 [1] 달님(이화전) 2010-03-29 248
602
[실시간 속보] 떼거지 야구단 공공사무국 급습! [5] 꼬박 2010-03-26 309
601
산학교에 제일 먼저 핀 꽃 [8] bys6701채송화 2010-03-25 259
600
산어린이학교와의 만남 [11] 깡통 2010-03-23 381
599
1학년 생태나들이 모습 [5] woosmi79 2010-03-12 298
598
3학년 화원 나들이 [4] bys6701채송화 2010-03-12 257
597
귀염둥이 1학년 - 토스트 만들기 [6] woosmi79 2010-03-10 322
596
나쁜생각이 다 없어지는 듯 했다.^^ [7] 첫눈 2010-03-09 308
595
다안의 하루이야기 - 졸업 축하해! [7] 통통17 2010-02-07 305
594
산학교도 눈풍년 [1] 그루갈이 2010-01-07 289
593
아동금지는 비현실적^^ 그루갈이 2010-01-13 222
592
6학년 졸업들살이-신국(新國) 여행기 1탄 [8] 파도(한상윤) 2009-12-26 351
591
6학년 졸업들살이-신국(新國) 여행기 2탄 [3] 파도(한상윤) 2009-12-27 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