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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 '그날' 쓴 고등학생 11년 만에 입 열다
작성자 : 아미
  수정 | 삭제
입력 : 2018-05-17 12:14:08 (5년전),  수정 : 2018-05-18 08:56:16 (5년전),  조회 : 282

그날 -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 것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 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재.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내일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에요. 올해로 38주년이 되네요.

(중)3학년 아이들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공부를 하며, 나눈 시인데 함께 나누고 싶어 올려요.

4월, 5월, 6월은 기억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바쁜 일상이지만, 함께 기억하고 기리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네요.


* 한겨레 신문에 기사와 함께 나온 시에요.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싶으신 분은 한겨레 신문에서

"오월의 시 '그날' 쓴 고등학생 11년 만에 입 열다" 기사를 찾아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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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세민엄마 ( 2018-05-17 15:32:21 (5년전)) 댓글쓰기
읽을때마다 먹먹해지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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