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43
Total : 288,176
딸기 고맙습니다.
작성자 : 시오리향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14 17:12:08 (7년이상전),  조회 : 202
사실 몇일 전인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달팽이에 갖다 온 경윤이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현관에 들어서는 내게 달려옵니다.

"아빠! 나 이 흔들린다."

하며 하얀 이를 잇몸까지 들어내며 손가락으로 가르켜 줍니다.
옆에 있던 시우가 먼저 알은 채를 합니다.

"야, 흔들리지 않아도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어디 봐봐."

"에에에! 흔들리네요. 이거야! 봐 흔들리는 거 맞지?"

내가 보기에도 흔들렸습니다.
경윤이의 우쭐거림이 느껴졌죠.

실은 경윤이가 흔들리는 이에 우쭐거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캥거루가 진성이 늦된 것에 마음 쓰고 있듯이
또래보다 키가 작고 발음도 명확하지 않고 까불기 장난외에는 다른 프로그램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 경윤이보고 집에서 늘 핀잔을 들었거든요.

반찬을 가려도 '너 그러니까 키가 안 크지. 너 주환이 준형이 보다 작지?'라든가

"아빠 내 짝궁 00이 오늘 받아쓰기 10점 받았어. 걔 지난번에는 빵점 맞았고....걘 말하는 것도 꼭 바보처럼 녜녜녜녜 거리고 알림장도 잘 못써. 아빠 경윤이도 00이처럼 되면 어떡하지?"

괜히 놀려먹는 재미에 시우가 던진 말입니다. 이 말들은 경윤이

"아니야! 이 바보야...!"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말들을 들어온지라 경윤이도 내심 열등감, 패배감이 자리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덩더쿵 여자 애들에 이어 이가 흔들린다고 하니 결코 늦되지 않다는 증거를 보이듯이 우쭐거리고 자랑스러웠던 것이죠.

그리곤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딸기가 빼 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어제는 학교에서 회식이 있어 늦게 들어왔더니 지들 방에 자러 들어갔던 경윤이 문소리 듣고 쪼로록 달려나옵니다.

"아빠! 오늘 내 방에서 자." 하며 손을 잡아 끕니다. 그리곤 침대 옆 자리를 내줍니다. 요새 아빠에 대한 붙임성이 훨 좋아져 '그러마'하고 옷도 갈아 입지 않고 옆에 누웠습니다.

예전엔 엄마 아빠 사이에 두 애들 끼고 자면서 꼭 옛날 얘기를 해줬는데...
그래본지도 오래고 해서

"옛날얘기 하나 해줄까? 했더니 대뜸 "응"하고 반응이 옵니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어느 바닷가에 아빠하고 딸하고 살았는데....."

옛날 얘기라고 하지만 옛날 얘기가 죽 생각이 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때그때 아무 단어나 떠올려 얘기를 꾸며 주는 것이죠.
'클라멘타인' 노래를 원용해 애기를 꾸며 들려줬더니

"아빠! 이거 예전에 해줬던거잖아...."

"맞아...기억 나?

"응. 그땐 노래도 불러줬잖아."

경윤이 아주 어렸을 때 들려줬던 건데....기억하네요.

아주 오랫만에 경윤이 옆에서 그냥 잠들었습니다.
이렇게 잠이 들어버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서 졸라도 중지했던 옛날 이야긴데...

경윤이 이빠진 사진이나 크게 뽑아 애 방에 걸어두어야 겠습니다.
 
이름


비밀번호
잠꾸러기 ( 2005-04-14 18:07:46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정말 크게 뽑아 걸어두셔도 좋을 훌륭한 작품입니다. 표정이 아주 ...ㅋㅋ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3
5월2일 공동날적이 파~도 2005-05-02 91
22
5월 방모임 장소 안내 buyn6560 2005-05-02 138
21
계획된 행동? [3] 잠꾸러기 2005-04-29 180
20
공동날적이 (먼나들이 다녀 왔어요) [4] 파~도 2005-04-28 276
19
주영이가 콧물을 [3] 주완엄마 2005-04-28 277
18
코흘리개들 [7] 잠꾸러기 2005-04-27 231
17
아이들이 좀더 안전하게 놀수 있는 놀이터가 됐으면... [2] 보름달 2005-04-26 147
16
영차와 축구 즐겁게 하시기를 소현아빠 2005-04-22 134
15
당찬방 식구들에게 안부 전합니다. 파~도 2005-04-22 126
14
당찬들의 만행 [6] 봄-바람 2005-04-22 253
13
당찬방 문화나들이 다녀왔구만유 [1] 파~도 2005-04-14 209
12
나들이가기전사진 [2] 잠꾸러기 2005-04-14 122
11
4월 당찬방모임 안내 보름달 2005-04-14 86
10
드뎌 글씨기 권한이 생겼어요.. [5] 잠꾸러기 2005-04-14 247
9
딸기 고맙습니다. [1] 시오리향 2005-04-14 202
8
꽃마리만 보세요... [1] 봄-바람 2005-04-13 152
7
당찬방 문화나들이 가요 [4] 파~도 2005-04-12 178
6
상민이 머리... 괜찮나요? [6] 주완엄마 2005-04-12 339
5
상민이 머리... 괜찮나요? [6] *눈사람* 2005-04-13 144
4
지수도 비슷한 짓을 했었지요 해~바라기 2005-04-13 102
1 2 3 4 5 6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