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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가 떠난 후, 그리고 다음 날은...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10-22 23:25:53 (7년이상전),  조회 : 264
산행 후에는 가능한 한 자유를 주었죠.
저녁 먹을 때가지.
1,2학년과 3학년 일부아이들은 주로 잡아온 사마귀와 메뚜기의 집을 만들어주고 풀을 뜯어다 주고 두어시간 그렇게 놀고,
나머지 이들은 주로 안에서 뭉개기도 하더군요.
보쌈을 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저도 만하면 모닥불을 좀 안해볼까 했더니 원성이 자자해 다시 또 모닥불을 피웠는데, 첫날보다 더 잘 놀더군요.
부러진 낫조각 같은 쇠붙이를 주워다 달구어 망치 가져다 두드리고,횃불 만들고,제가 피운 모닥불 외에 전날에 이어 두 군데다 아이들이 불을 지폈는데 야단맞을까 주춤하다가
"야, 너희들 드디어 불을 피울 줄 알게 되었구나. 아주 훌륭해" 한 마디에 기분까지 최고가 된 녀석들은 미리 칼집을 넣어 준비해둔 밤을 구워주자, 낼름낼름 집어먹었고, 놀다가 지친 아이들은 하나둘, 들어가 자발적으로 생활글을 썼지요.
3,4,5학년은 이틀 모두 썼는데 그냥 쓴 게 아니라
첫날은 출발에서 도착까지의 여정을 시간의 흐름의 순서대로 써보자고 했고,
둘째날은 산행이야기를 느낌을 중심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는데 아주 열심히 썼지요(왜냐하면 제가 좋은 글은 모두에게 읽어주고 상도 주겠다고 했거든요. 아이들이 상에 너무 길들여졌나 고민도 잠깐 됐지만, 끝까지 몰두하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마지막날에는 아침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지요.
원래 달님이 준비한 생태그림책을 만드는 거였기 때문에 5학년들은 달님과 그 작업을 했고, 나머지학년은 저랑 모모랑 함께 동네 바퀴를 돌고 과수원까지 다녀오는 거였죠. 가는 길이 무척 여뻤고 안개낀 산의 모습에 모두 탄성을 질렀어요(사실은 아이들보다 모모랑 제가 더 좋았지요) 황금빛 논에서 고개숙인 벼 낱알을 훑어 까먹어보기도 하고, 시냇불의 물고기도 찾아보고, 홍수에 무너진 논둑도 보고.
돌아오니 어느 새 점심이었지요.
마지막날은 돌아올 길 때문에 마음이 바쁘지요.

제가 마음이 참 따듯했던 건 우리 열여덟의 아이들이 정말 한 식구같다는 거였어요.
안방의 침대에 올라가 일명 '죠스놀이"라는 놀이도 개발하고(침대가 무사한 지 모르겠습니다), 우현이가 속상했는데 다시 한 번 그 놀이를 꼭 했르면 좋겠다는 우현이를 위해 5학년들이 점심 먹고 그 놀이를 다시 해 주기도 했고요.
교사들이 일하는 동안 자기들끼리 거실에 모두 동그랗게 모여앉아 진실게임 놀이도 하는데 어찌나 재밌던지요. 5학년들은 카드도 가져와 잠깐씩 카드놀이도 했는데 제가 그만하라고 했을 땐 바로 놀이를 접기도 했지요.
봄에 들살이왔을 때랑 어찌나 다른 모습인지 교사들 마음이 참 흐뭇했어요.
절반의 자유와, 또 필요할 때의 질서가 적절히 조화된 아름다운 모습이었죠.
내년에 새 식구를 맞아도 별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들은 어느 새 겨울 들살이 이야기도 했어요.
그때는 풀이 다 메말라 있어 불놀이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번에 불놀이도 충분히 하게 해준 것에 만족을 하는 눈치였어요.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렸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눈썰매탈 좋은 언덕이 있고, 논에 물을 대 얼음썰매도 타고 저수지에 가 빙어도 잡고.
제 이야기에 민혁이랑 다훈이는 지난 겨울 이야기를 으스대며 들려주기도 했죠.
어때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재미있을 때 좋은 시간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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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로 ( 2005-10-24 12:09:12 (7년이상전))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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