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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따라 걷기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11-05 09:02:05 (7년이상전),  조회 : 404
"아침햇살, 난 내가 이렇게 걸을 수 있을 줄 몰랐어. 내가 너무 대견해"
"음, 드디어 세희가 아침햇살이 왜 한강따라 걷기를 추진했는지 알아냈구나"
"아니 그건 잘 모르겠는데"
"세희의 말 속에 대답이 다 들어있는데"
"아, 그럼 우리가 이걸 통해서 힘을 기를 수 있다는 뜻이구나."
천호대교를 바로 앞에 두고 나눈 세희와의 대화.

"아침햇살, 물을 쳐다보고 걸으니까 내가 그냥 서 있는 것 같애. 어디 땅을 쳐다 보고 한 번 걸어볼까? 아니 다시 물을 보고 걸어야지. 이거 봐 계속 서 있는 것 같애. 아침햇살, 물이 흘러 가니까 그렇게 느껴지는 거지?"
"근데 왜 물은 가운데만 흐르고 옆에는 안 흘러?"
자전거 도로에서 내려와 한강물 바로 옆에서 아침햇살과 손잡고 가며 나눈 대화.

"아침햇살 나 너무 힘들어. 힘이 다 빠졌어. 우리가 몇 키로나 걸어온 거야 도대체?"
3,4학년은 어제 오늘 한 25km 쯤 걸었을 거야."
"그렇게나 많이"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한강을 걸었을까"
"글쎄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대단한 일을 한 것 같긴 해"
씩씩하던 자령이가 광진교 가까이 오자 아침햇살 어깨에 매달리며 응석을 부리는 모습.

"아침햇살, 백제가 여기 있었던 거지. 여기가 위례성이야?"
"여기서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이 가까워. 16일에 우리 거기로 견학갈 예정이거든"
"그 때도 한강물이 이렇게 넓었어? 내 생각보다 한강이 많이 넓은 것 같은데"
"다훈이가 한 번 상상해 봐. 그 때는 시멘트도 없었을 때고 아파트가 저렇게 높지도 않았고,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 생각엔 강이 지금보다 더 넓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여기가 논이었을 수도 있지? 이렇게 넓으니까 고구려나 신라가 빼앗으려고 난리를 친 거구나"
요즘 역사수업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다훈이와 백제와 한강의 관계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는데 그 중 한 토막.

"난 하나도 힘이 안 드는데. 아마 아빠 닮았나 봐. 아빠가 운동을 아주 잘 하거든. 난 지치지도 않았어"
끝까지 생생함을 잃지 않았던 문주. 아침햇살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문주.

한강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모두 이렇게 다른 생각들을 하며 강물을 따라 걸었습니다.
교사들이 왜 이런 계획을 했을까를 생각해본 아이도 있었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시키니까 한 친구도 있었지만 길을 걸으며 저마다 마음에 품은 생각은 달랐겠지요.
하지만 큰 변화 하나는 이번 걷기에서는 힘들다고 투덜대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5학년들은 지난 번 비올 때 9km 걸었다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알았지요. 아래 학년들은 부러움 반 동경 반의 심정으로 자기들도 한강 끝자락(걸을 수 잇는 지점의)까지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엿볼 수 있었구요. 동생들은 아침햇살에게 계속 형들의 업적(?)에 대해 물어보더군요.
큰 강물을 보며 불평이 사그라든 건지, 아니면 투덜대봤자 아침햇살은 꿈쩍도 안한다는 걸 알았는지, 그만큼 힘이 생긴 건 지 아마 그것도 아이들마다 다 다를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원래 한강걷기를 생각해낸 것의 출발점은 5학년들이 요즘 공부하고 있는 '한강유역이 삼국 모두에게 왜 중요했나'를 느껴보게 하기 위함이었죠.
그리고 둘째 주 도보여행이 무산되면서 몸과 마음의 힘을 길러주자는 데 있었는데
그 목적이 이백 퍼센트 이상 달성된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저도 느낀 것 하나는 학습에서 동기부여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건 교사가 혼자서 목표를 정해놓고 꼭 말로 해야만 하는 게 게 아니라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던져만 주어도 아이들은 스스로 그걸 깨달아간다는 점입니다.
아마 아이들은 자기들이 한강 끝까지 걸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물길이 위로 얼마나 더 이어졌는지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이 미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그걸 구태여 지금 깨우쳐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요.
1,2학년들은 놀이로 다가갔을테고,
3,4학년들은 5학년들을 따라잡고 싶은 욕심이 조금 더 강했을테고,
5학년들은 역사수업과의 관련성 조금, 아침햇살이 하라고 하니까 조금, 또 완주한다는 자신감 조금.

아이들이 걸은 거리는
5학년은 정확하게 세 차례에 걸쳐 행주대교 아래에서 광진교까지 43,3KM
3,4학년은 양화지구에서 광진교까지 32KM.
1,2학년은 여의도에서 광진교까지 29KM.
여기에 전철역까지 오고 간 거리 합치면, 짐작이 되실 겁니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 정리가 잘 안되는데
달님, 채송화 모모도 많은 생각을 담고 계실 것 같죠?

아이들은 아직 달콤한 늦잠을 즐길고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아침햇살은 점점 아침잠이 없어지네요.
몸도 그저 견딜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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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귀 ( 2005-11-05 12:25:02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침햇살, 달님, 모모, 채송화, 짱구, 그리고 아침햇살 따님, 또 한분 자봉선생님, 그리고 우리 아이들 너무 자랑스럽니다. 우현이는 첫날보다 둘째날이 더 쌩쌩하고 오늘 아침이 더 쌩쌩합니다. 앞으로 더 쌩쌩하게 살아갈 겁니다. 감사합니다.
꽁돌 ( 2005-11-05 22:18:51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저희 집에서 산학교까지가 12Km이니, 왕복을 한다해도 24Km 정도. 그런데 29Km라니.... 70리 길이 넘는 군요. 이젠 어지간한 일정도는 부려먹어도(?) 될 정도의 체력과 정신력을 갖추었다는 얘긴데.....아무튼 그러고도 수빈이는 토요일 오후 내내(4시간동안) 공원에서 자전거를 탔습니다
2프로 ( 2005-11-07 10:25:3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지명이는 걷기를 유독 싫어하는 것 잘 아시죠? 집에서도 산에가자는 얘길 아주 싫어합니다. 발바닥에 흙 묻는다고 흙놀이도 싫어하지요. 그런데 며칠 전 산엘 가려다 취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명 왈 "아빠 산에 안가?" 그것 참.. 흐뭇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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