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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곡중학교...
작성자 : 그루갈이
  수정 | 삭제
입력 : 2005-10-28 13:04:00 (7년이상전),  조회 : 615
2005/10/22/토요일 맑음 제목: 경상도 여행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외할머니가 46년전에 선생님을 하시던 점곡중학교에 갔다. 그런데 나는 컴퓨터를 못해서 서운했다. 가던 도중에 길이 몇 번 막혔고 문막휴게소에서 라면을 먹고 나서 경상북도(경북) 의성에 있는 점곡중학교에 갔다. 외할머니는 오랜만에 와서 좋은데 학교문이 닫혀 마음이 쓸쓸하다고 하시는데 나도 그런 듯했더니 유리창들이 깨진 조각들이 숙직실안과 학교밖에 널려 있었다. 그 다음에 고운사에 가서 구경 좀 하고 나서 안동 하회마을 맨 끝에 있는 여관(민박집)에 가서 하룻밤 묵었다.


<점곡중학교, 하회마을, 도산서원>

2005년 10월 22일 토요일. 경북 의성으로 가족 여행을 가지로 했다. 우현이는 30분만 컴퓨터 게임을 하겠다고 했다. 토요일은 우현이한테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라면을 먹는 날이니까 무엇보다도 그걸 하고 싶어한다. 빨리 가자고 해서 겨우 11시경에야 집을 나섰다. 영동고속도로는 곳곳에서 막혔다. 문막휴게소에서 식사를 했다. 우현이는 토요일이라 역시 라면을 먹었다.

중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차는 드물었다. 국내 최장이라는 4.6km의 죽령터널을 지났다. 태백산맥의 산세는 무척 수려했다. 6시간만에 의성에 도착했다. 서안동 나들목까지 고속도로 통행료는 11,700원 정도였다. 점곡면 사촌리의 점곡중학교로 가는 길은 굽이진 고개를 넘어야 했다. 길가의 구암분교는 이미 폐교되어 있었다. 길가에는 풍월이나 부사 같은 종의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어머님(우현이 외할머니)께서는 연신 감개가 무량한지 옛기억들을 되살리셨다. 어머님께서는 대구에서 사범학교를 나오시고 두메산골로 자원하여 점곡중학교에 부임하였다. 우현엄마의 과감한 성격은 아마도 어머님의 성격을 닮았을 것이다! 그때 사람들은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다고 한다. 점곡지역에는 논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쌀을 구경하기는 힘들었다고 한다. 담배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밥 술이나 먹을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굶어서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봄을 보냈다. 점곡에는 담배막이 다 없어지고 한 군데가 보였다. 그 옛날의 담배밭은 이제는 사과밭으로 변했다.

어머님께서 부임했을 때는 3.15부정선거가 치러지는 때였다고 한다. 조장을 맡아서 사람들에게 선거를 독려하러 돌아다녀야 했단다. 선생님들은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돌아다녔다. 한티에서는 남자 선생님이 호랑이를 만나서 라이터를 켜니까 사라졌다. 어머님께서는 상여집에 들어갔다가 놀라서 되돌아나왔다. 어머님께서는 아프다고 하숙집에 누워 계셨다. 경찰서에서 찾아오고 교장선생님은 “여선생은 국록을 안 먹는답니까?”라고 소리치셨다. 그래도 여선생이라 넘어간 모양이었다.

어머님 말씀을 들으며 점곡중학교에 도착했다. 2층짜리 학교 건물의 현관에는 “새천년을 열어갈 정직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자”는 표어가 보였다. 운동장에는 아저씨 야구팀이 야구연습을 하고 있었다. 학교운동장에는 잔디수준의 잔풀이 자라고 있었다. 학교는 폐교된지 얼마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교문 한쪽의 “교적비”에서 ‘의성중학교 점곡분교장’은 “1954년 5월 17일 개교하여 졸업생 4337명을 배출하고 2002년 2월 28일 폐교되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어머님께서는 유리창이 깨진 학교 교실과 뒤쪽의 숙직실을 둘러보셨다. 마음이 이상하다고 하셨다. 우현이는 “저쪽 교실도 보고 싶어요”, “유리창이 깨졌어요”라며 학교를 구경했다. 우제는 예쁜 나뭇잎을 보고 따달라고 했다. 우현엄마는 화장실을 보고, 교장선생님 사택을 둘러보았다.

학교에 나와서 어머님께서 소풍 때마다 가셨다던 ‘등운산(騰雲山) 고운사(孤雲寺)’로 갔다. 고운사는 30만평의 경내에 스님이 네명이었다고 한다. 여든넷의 주지스님 말씀이 큰절에 먹을 게 없어서 네명의 스님만 남고 모두 떠났다고 했단다. 율산 그룹의 신선호 씨인가가 피신해 있던 절이라고 한다. 학교 소사가 대구의 집에 다니러 갈 때면 고운사에 가서 송이버섯 꾸러미를 사왔다고 한다. 지금은 건물도 많고 상주하는 사람도 꽤 되는 모양이었다.

고운사는 지형에 따라 건물을 지어놓은 분위기가 그럴듯한 절이었다. 우현엄마는 만덕당(萬德堂) 후원의 하얀구름과 푸른하늘이 그려진 벽화를 좋아했다. 우제는 커다란 목어를 보며 “이상한 물고기가 있어.”라고 했다. 우현이는 여기저기 바쁘게 오갔다. 이미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회마을로 가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자동차의 전조등이 시원치 않아서 운전하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 늦게 들어가니까 입장료며 주차비를 받지 않았다. 4천원이 굳은 것 같다. 집안쪽으로 죽 들어가 제일 끝쪽에 있는 ‘길안댁’에 가서 묵었다. 음식은 안동간고등어구이였다. 음식은 대체로 짜고 매운 편이었다. 어른들에게는 문제가 없었지만 우제한테는 좀 불편한 요리였다. 모두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어머님과 우현엄마는 잠을 편히 자지는 못했다.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있었다. 오늘이 첫서리란다. 광문에는 ‘수명은 산 같고 재산은 바다 같아라(壽如山 富如海)’라고 쓰여져 있었다. 우현압은 우현엄마와 우현이와 함께 아침에 하회마을을 돌아보았다. 우현이와 집사람은 널뛰기와 그네를 타보았다. 우현엄마는 ‘북촌댁’의 담장에 관심을 보였다. 기와모자, 중간의 기와띠, 밑돌로 이루어진 담장이었다. 어떤 집앞에는 “낙서하지 맙시다. 주인백” 또는 “먼지 주의”라는 말이 쓰여져 있었다. 볼만한 건물은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안내말씀. 학록정사. 이 가옥은 사유재산이며 공개가옥이 아니므로 주인의 양해를 받은 후 출입하시기 바랍니다.” 우현엄마는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을 둘러보았다. 이 집은 안채를 사랑채보다도 훨씬 높게 지었다. 고향집에서 서애 선생은 ‘징비록’을 지었다.

식사후 9시경에 우리는 차를 타고 도산서원으로 향했다. 하회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탈박물관을 보았다. 우제우현아빠는 하회동탈박물관에서 열쇠를 꽂은 채 차 문을 잠그고 나서 몹시 당황했다.

도산서원으로 가는 도중에 산림과학박물관 등이 있었지만, 시간상 돌아볼 수는 없었다. 서원에 들어가는 입구는 무척 구불구불했다. 안동호 때문에 길을 산위쪽으로 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도산서원 앞의 안동호를 바라보며 우제는 “물이 반짝반짝해요.”라고 내려가 보겠다고 했다. 주차비는 2천원이었다. 우현이에게 도산서원은 1천원짜리 도안으로 쓰인다고 설명해 주었다. 우현이는 열심히 이곳저곳을 보았다. 우제는 나뭇잎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목련 잎을 보고 “큰 나뭇잎이야.”라며 좋아했다. 그리고 삼태극이 그려진 ‘삼문’앞에서 죽은 갈색 사마귀를 발견했다. “사마귀가 죽었어.” 우현이는 유물전시관에서 건물모형에 관심을 보였다. 조작단추를 누르며 건물들을 확인했다. 우현이는 사진기의 전지가 떨어져 자기차례에서 사진을 못 찍게 되자 몹시 화를 냈다. 진정하고 나와서 안동역 근처에서 쇠고기를 먹었다.

2시경에 안동을 떠나서 6시 20분, 4시간 20분만에 용인의 우현이 외가에 접근했고, 식사하고 외가에서 과일을 먹고 8시 45분경에 집을 나서서 10시 10분경에 부천 송내동 집에 도착했다. 743km의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우현이한테는 약간의 의미가 있고 우제한테는 거의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효도!하기도 쉽지 않고 아이들에게 맞는 여행을 하기도 쉽지 않다. 오가는데 너무 진을 뺀 여행이었지만, 두고 두고 얘기할 거리 하나는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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