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12일 나무날
새
-원서연
내가 누워있는 새를 발견했다
잠든 거 같았다
새가 불쌍하다
우리가 묻어줬다
누가 밟을까 걱정했다
잘 살아
-이겸
서연이가 죽은 새를 찾았다
새가 죽어있는 걸 보고 불쌍했다
원래 학교 앞에서도 새가 한 마리가 죽었는데
또 죽어서 불쌍했다
“하늘나라 가서 잘 살아.”
개나리꽃
-정지윤
개나리꽃을 따서
죽은 새 위에 올려놨다
개나리
-최다인
난 개나리를 두 번째로 좋아한다
색깔이 예쁘고
화려하지 않아 좋다
죽은 새
-이다인
우리는 가다가 죽은 새를 봤다
새가 불쌍하다
독수리가 잡아먹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묻어줬다
새가 죽어서 슬펐다
우리고 그리고 우리는 갔다
어제는 출근 준비까지 하고 10분정도 누워있어야지 하고 누웠는데 일어나질 못했어요.
다행히 달님께서 1학년 맡아주신다고 해서 하루 잘 쉬었습니다.
종일 자고 자고 또 잤더니 저녁에는 좀 나아졌습니다.
먼저 학교에 갔던 하경이는 “엄마 학교 가기 싫어서 꾀병났지?” 묻습니다.
저녁을 차려주다 덩달아 아파 누워 있는 깡통을 보니 아프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생각하니 괜히 답답하고 우울했습
니다.
몸도 마음도 편안하지 않아 오늘은 수업 대신 나들이를 갔습니다.
나들이 가지전에 우리가 키우는 식물들에게 물도 주고 아이들이 키우는 방석식물 들풀들은 겨우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요녀석들은 넉넉한 땅(흙)의 기운으로 사는 것 같은데 작은 화분에서는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도 거의 죽을 것 같은데 다시금 자그마한 새잎이 나는 걸 보면 바뀐 환경에서 살아보려고 열심히 노력중인가 봅니다.
지천은 새로운 생명력으로 넘실대고 아름다운데 제 몸과 마음은 그 생명력이 버거운 것인지.
교실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걷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늘 다니는 익숙한 길이라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며 이야기하며 걷고 있고 떨어진 꽃잎들을 주워 징검에게 보여주고 텃밭 일을 하는 어르신께 인사도 합니다.
목련나무 밑에서 주운 목련잎으로 서연이가 풍선을 부는 법을 가르쳐 주며 “엄마가 가르쳐준거야.”목련잎의 윗부분을 따서 크게 불어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나들이 길에서 좋아하는 곳인데 언덕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에서 멀리 전진아파트 쪽에 핀 벚꽃들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한참 앉아있었습니다.
그 때 서연이가 죽은 새를 발견했습니다.
죽은지 하루이틀 지나 보이는 새는 누가 살을 뜯어 먹은 모습이고 이제 파리들이 두서너 마리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겸이가 땅을 파고 (최)다인이가 손으로 흙을 푸고 지윤이랑 서연, (이)다인이는 꽃잎을 줍거나 꺾어서 새 위에 뿌려 주었습니다.
(이)다인이랑 겸이는 새가 죽었다는 표시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입니다.
(이)다인이가 큰 돌에 작은 돌로 “새가 죽었다”라고 씁니다.
겸이가 “흙에 나뭇가지로 쓰면 되잖아.” 했더니 (이)다인이가 “그럼 비오면 지워지잖아.”
새를 묻어주고 천천히 내려와 아이들과 오늘 나들이에서 본 것, 들은 것, 한 것, 느낀 것, 만져본 것, 냄새 맡은 것 어느 것도 좋으니 그려보거나 써보라고 했습니다.
서연이가 “징검 근데 나는 (우리가 묻은 새를) 누가 밟을까 걱정했어.” 라고 얘기해 서연이의 말을 갖고 시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앞에 일부터 차근차근 말하게 하여 쭉 연결해서 써보니 한 편의 시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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