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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화), 주방아마의 진실.
작성자 : 봉다리
  수정 | 삭제
입력 : 2013-07-24 04:25:48 (7년이상전),  조회 : 381
제 사전에 주방아마란 없다! 라는 원칙이 있었어요.
워낙 살림에 젬병이기도 하거니와 누군가를 먹일 요리는 정말 자신이 없었기에
다른 곳에서 공동육아를 할 때도 주방 아마는 절대로 하지 않았고, 교육아마만 했었지요.

하지만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갓 시작한 신문지가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배당된 주방아마를 외면할 수는
차마 없었지요.
부탁하여 바꿔볼까? 라는 고민도 살짝 했지만 그또한 민폐이고, 메뉴를 확인한 신문지가 이건 껌이다!! 라며
응원을 해 준 덕(?)에 마음속 저 밑바닥에서 말도 안되는 도전 정신이 스멀스멀 올라왔지요.
하지만 막상 주방아마를 해야 할 날이 다가오자 다시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ㅠㅠ
지니한테 요리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 뒤져 적당한 레시피를 찾아 실습도 해봤지만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지요.
생협에 품절된 재료가 있어 모든 반찬을 실습해 보진 못 했기에 해당 레시피를 외우고 또 외우며 준비했어요.
지니가 김을 함께 내어 놓으면 애들이 좋아한다는 팁을 줘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생각하면서....

운명의 그날!
아침 일찍, 살짝 미열이 있는 윤우를 얼집(보내고 싶은)에 보내고 신우와 함께 8시 55분에 등원했지요.
일찍온 친구들이 씨리얼을 우유와 함께 먹고 있었고 빙그레가 신우뿐 아니라 저까지 챙겨주셔서 아주 감사히 잘 먹었답니다.

어느덧 아침간식을 다 먹은 열매나무방 친구들이 하나둘 주방입구로 와서 왜 주방에 있는지, 아마인지를 물어봅니다.
"주방아마면 앞치마를 입어야지!" 라며 서준이가 얘기해줘서 서둘러 앞치마를 꺼내 입고 오늘의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냅니다.
아이들은 또 주방입구에 매달려 봉다리에게 말 걸기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근데, 그와중 우재는 거북이!~ 거북이!~ 하며 저를 부르더군요
( 나..봉다리야! 몇번을 얘기해줬더니 좀 있다가 '봉다리~~~' 하며 큰소리로 웃더군요.)
거북이 미안...나 그대의 미모를 닮았나??

암튼..친구들에게 나를 그만 불러야 점심을 제때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제일 쉬운 쌀씻기부터 시작했어요.
좀 많이 불려 놓지뭐....라는 생각에.
(지니가 준 일정표에는 10시에 씻고 11시에 취사 버튼을 눌러라..였거든요..ㅋ)

아이들을 등원시키던 몇몇 아마들이 주방아마..고생하라며 용기를 주고 갔어요.
한라봉과 캥거루는 나물 다듬는 거라도 도와주고 가겠다고 떼(?)를 쓰더군요!
제가 고맙지만 아니라고 보냈습니다! 아주 여유롭게!!!
오늘의 메뉴는 제가 유일하게 100번도 넘게 끓여 봤던 미역국와 노각무침, 깻잎순볶음이였죠.
노각무침은 전날 연습해서 애들이랑 신문지도 먹여봤겠다 뭐...어쩜 내가 기피하던 주방아마가 이렇게 쉬울 수도 있겠다..
라는 겁없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거든요.
( 나중에 도와주겠다던 제의를 거절한 것이 어찌나 후회되던지!!! ㅠㅠ )

어느덧 시간은 11시 10분이 되어 가고 11시 30분까지는 반찬이 완성되어 있어야 한댔는데 마무리가 다 되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되자 그때부터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죠.
음식의 종류에 따라 칼과 도마를 달리써야 하는데, 당황하니 도마가 어딨는지 보이지 않아 막 한가지로 쓰고,
외웠던 레시피 - 스마트폰까지 보면서도 - 에서 양념 1~2가지도 깜빡하여 빼주시며 맛 안난다고 용을 쓰고 있었지요.

드디어 나들이 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고 11시 40분쯤, 팬더가 올라왔어요.
봉다리 : " 헉..어쩌죠?? 10분만 기다려주세요~~~ "
팬더 : " 10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리죠!!^^ "
그러나 그 후 또 10분이 흘렀어요.ㅜㅜ
급기야 많은 선생님들이 주방에 오셔서 한심한 저를 도와주셨답니다.
아래층 위층꺼 반찬 분배 해 주시고, 국 떠 주시고...김 잘라서 내 주시고...
전 그제서야 김치 썰고....암튼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ㅠㅠ

아이들이 밥을 뜨고 자리에 다 앉은 시간이 12시 13분!!!!!!
아...배고픈데도 기다려주신 쌤들과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감사히 잘 먹겠다는 아이들의 합창 인사까지 받고 저도 이제 밥을 챙겨 자리에 앉으니 아이들이 너무 이쁘더군요.
그러자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뻔뻔하게도 애들한테 물어봅니다.
"얘들아~~ 오늘 반찬 뭐가 제일 맛있어??"
나연이를 비롯한 서너명의 아이들이 대답하기 시작합니다.
"김", "나도 김!!"
그 순간 신우와 눈이 마주쳤고, 뭔가 갈망하는 듯한 제 눈빛을 파악한 신우는 "난 다 맛있는데~" 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저쪽 테이블에서 "난 국이 제일 맛있어" 라고 하니 몇몇이 "나도 국! 더 먹을래" 라고 합니다.
연습까지 해봤던 노각무침과 달달 외웠던 레시피 깻잎순볶음은 끝내 아이들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 국이라도 애들입에 맞았으니 다행이다...라고 스스로 위로를 할 수 밖에...
애들은 맛있건 말건 전 노동(?)후에 먹는 밥이라 그런지 참으로 맛나서 두번이나 떠 먹었어요.
(사실은 반찬 남기는 걸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여튼 밥을 먹고나자 온 몸의 긴장세포가 순식간에 풀리는 듯 하더군요.
재고로 돌아온 반찬들이 저를 아프게 했지만 오늘 제일 큰 걸 해치웠다라는 기쁨.
이젠 점심 설겆이만 하면 되구, 오후 간식도 호떡과 두유니 설겆이 조금만 하면 되구~~ 하는 안도감!

하.지.만!!!
설겆이 양이 장난이 아니였어요.
신우는 오며 가며, "엄마 아직도 다 못 했어?" 라고 지적질 하고...
아무리 식기세척기를 돌려도 손으로 씻어야 할 양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 순간...이렇게 매일 설것이 하고, 오후 간식까지 준비하는 지니가 대단히 존경스러웠어요!! )

설겆이를 대강 마무리할 무렵인 3시 40분쯤 윤우 얼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윤우가 열이 많이 난다고. 미온수로 씻기는데도 38도가 넘는다고..헉...ㅠ
오후 간식을 꺼내 놓고 선생님들께 사정 얘기해서 빛의 속도로 집에 들러 해열제 챙긴 후 윤우 얼집에 갔지요.
오늘 윤우가 많이 울었다는 얘기를 듣고 짠한 마음을 안고 산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아침의 미열이 결국은 고열이 되었구나 싶어 마음이 아프더군요.
사실 최장시간 얼집에 있었던 날이기도 하거니와 아프다니 윤우가 걱정 되서 제 마음이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도 제 상태를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굳게 입술을 깨물고 간식 설겆이에 집중했어요.
마지막으로 행주를 삶아 널어둔 후 더 놀고 싶다는 신우를 터전에 둔 채 5시 15분경 저 혼자 터전을 나왔지요.
윤우 뎃고 병원에 가려구요!
소아과 진료 후 다시 신우를 데리러 산집에 갔다 집으로 돌아 오니 급피로감이 정말 말도 못하겠더군요.

근데, 제가 터전에서 갖고 온 반찬으로 저녁을 먹이며 신우에게 다시 물었지요. (저..집착녀인가요?)
봉다리 : "오늘 뭐가 제일 맛있었어??"
신우 : "내가 다 맛있다고 얘기했잖아~~"
봉다리 : "그래도~~ 꼭 하나만 골라줘봐."
신우 : "응..김과 김치"
봉다리 : "신우야, 김과 김치 빼고!!"
신우 : "응..밥, 밥이 맛있었어!"
으윽............ㅠㅠ 너마저!!!


주방아마를 해보니 시간분배가 정말 중요하구나...하는걸 깨달았어요.
또한 아무리 애들이 먹을 것이지만 애들도 입인데 기본적인 맛은 제공해 줄 수 있는 아마가 해야 할 것 같구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지니의 소중함을 알려준 아주 큰 일을 했다 자부합니다.^0^
( 사실 윤우만 아니였으면 좀 더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을텐데, 놓친게 많았을 것 같아
다음날 지니가 바톤을 이어 받았을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ㅡ.ㅡ;; )


마지막으로
나들이 나갈 준비하며 시원한 매실차 타 주고 가셨던 김마담 티나,
엉덩이 붙일 시간이 없다고 걱정하시며 아끼는 원두커피를 내주셨던 알사탕! 정말 맛나게 잘 마셨어요!!

몸은 지쳤어도 여러 고마우신 쌤들덕에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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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 2013-07-24 10:11:0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정말 눈물없이 읽을 수 없군요..
너무 죄송해요..봉다리..
윤우를 생각해서 배정을 안하려고 했는데... 제주도 가시는 바람에 연락이 안되설랑..
암튼...윤우 간식이라도 들고 함 갈께요~~*
캥거루 ( 2013-07-24 10:22:09 (7년이상전)) 댓글쓰기
주방아마는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
이야기 ( 2013-07-24 11:19:3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역시 지니가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봉다리의 메뉴를 제게 하라고 했다면...
에효, 생각만으로도 아찔하구만요.

무튼, 진정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설거지 양이 장난 아니죠?!?!
식기세척기를 하나 더 사던지,
지니쌤에게도 보조를 붙여 주던지... 해야겠다는. :)
미리내 ( 2013-07-24 14:36:22 (7년이상전)) 댓글쓰기
ㅠㅠㅠㅠㅠ 눙무리 앞을 가려요 ㅠㅠㅠ
저는 초인이 있어서 겨우 했었는데
주방아마 두명으로 배정해주세요 넵넵???!!!
시원 ( 2013-07-24 20:26:50 (7년이상전)) 댓글쓰기
ㅠㅠ 정말 눈물난다.
윤우 이제 괜찮죠? ㅎ
지구별 ( 2013-07-27 11:44:34 (7년이상전)) 댓글쓰기
ㅠㅠ 벌써부터 무셔워요. 나 주방아마 어떠케해~~

봉다리, 그날 아침에 봤을 땐 정말 씩씩했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구만요. 수고 많았어용!!

(주방아마 2명 배정 찬성이요~~)
핑퐁 ( 2013-07-28 16:46:12 (7년이상전)) 댓글쓰기
노......각무..침....에 깻....잎...순볶음......,, 존경해요, 봉다리! ㅠㅠ
핑퐁 (2013-07-28 16:46:55 (7년이상전))
램프가 써요 ㅋ
산토끼 ( 2013-07-31 19:46:21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 수고하셨습니다!!!!
마루 ( 2013-08-01 12:53:5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이들 잎에서 끝내 나오지 않은 노각무침, 깬잎순볶음
도대체 어떤 맛이었는지 궁금하다는...
체험 삶의현장 한편 본것 같아요~ 고생하셨어요.
여름 ( 2013-08-02 03:31:09 (7년이상전))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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