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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산방과후에 대하여 - 13 처음 만들 때 이야기 - 세번째
작성자 : 우보천리
  수정 | 삭제
입력 : 2020-06-11 17:41:44 (3년전),  수정 : 2020-06-11 19:52:31 (3년전),  조회 : 159

<13번 글>

 

처음 만들 때 이야기 - 세 번째

 

지난 글에서는 번개처럼 마을기업으로 선정되고 협동조합설립되기까지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20133월 준비모임을 만들어 마을기업 사업계획서 작성하여 제출, 4월 교육과 워크숍 참가, 5월 말 마을기업 선정, 613일 협동조합 설립 총회 공고, 623일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 창립총회 개최, 85일 협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하여 협동조합 법인으로 정식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방과후에 아이들이 들어오기까지는 무려 7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7개월 간 무엇을 했는지 찾아보겠습니다. 고개를 세 개 넘은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고개, 물적 토대 마련

5월 말에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지만 그것으로 물적 토대가 다 마련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1억원의 보증금 입금도 바로 된 것이 아니라 반년을 더 기다려 하반기에 받았습니다. 갖고 있는 자금은 하반기에 들어올 보증금 1억원(처음에는 9천만원으로 신청했는데 나중에 구청과 협의하면서 한도인 1억원까지 올라갔습니다.)과 창립 조합원들이 낼 출자금 외에는 없었습니다. 한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방과후 재정사업이 시작됩니다. 사실 이때부터 시작된 재정사업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조금더 자세히 찾아봤습니다. 방과후 창립 총회하기 전인 6월초부터 판매를 준비했습니다. 방과후에 아이들이 들어오기는커녕, 협동조합 설립도 안되었는데 마을기업으로도 선정되고, 재정사업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재정문제가 다급하기도 했고, 또 열의가 넘쳤던 것이죠.

 

2013년에도 아로마오일을 이용한 모기스프레이와 버물리(오일타입), 계피를 이용한 벌레 퇴치 향주머니를 처음으로 만들어서 팔았네요. 개당 재료비에 1천원의 수익을 붙여서 수익금으로 홍보물을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템은 방과후에서 처음 한 것이 아니라, 그 전까지는 개구리어린이집에서 엄마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서 자체로 사용했던 것들이었습니다. 그걸 만들던 엄마들이 대부분 방과후를 같이 하기로 했기 때문에 바람쐬다에 모여서 같이 만들어서 판매를 했죠. 개구리어린이집에서는 전년도까지는 자체로 만들던 것인데 만드는 걸 지도하던 분들이 방과후 수익사업으로 돌려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개구리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사주셨고, 공공교 행사에 가서도 많이 팔았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지인들에게도 많이들 팔았습니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팔았네요. 방과후에 오지도 않을 분들도 왕창 사주셨고, 공공교에서도 화곡동에 방과후를 처음 만든다니 도와준다는 차원에서 많이들 사주셨습니다. 추측하건대, 공공교 행사에서 우리가 이런 물품을 가장 많이 팔았을 것에요. 재정 사업 물품만 많이 팔아준 것이 아니라, 각종 물품들도 무상으로 많이 기증해주셨습니다. 수저, 식판, , 그릇, 접시 등등 뿐만 아니라, 지금도 쓰고 있는 컵 소독기도 개구리어린이집에서 사용하던 걸 주셨습니다. 개구리어린이집과 공공교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든든한 우군이었습니다.

 

사소한, 사적인 것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이 설립되었는데, 아직 공간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주소를 어딘가로 해야하는데 적당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사장인 참새가 살고 있는 집을 협동조합 주소지로 했습니다. 협동조합 주소는 다 공개가 되는데 그러다 보니 몇 년 전까지 저희 집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홍보 우편물이 오기도 했습니다. 방과후의 주소지를 일반적으로는 현 터전이 세 번째인 것으로 아시는데, 법적으로 따지면 사실 네 번째인 이유는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법인등기부 등본을 떼어보면 그렇게 나올 거에요. 1차 참새네집, 2차 마당이 있는 단독 주택, 3차 이을 2, 4차 현 터전.

 

가을이 되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게 되니 시청과 구청에서 오라가라 많이 했습니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처음하는 지원 사업이다 보니 성과를 잘 보여주고 싶었겠지요. 여러 교육도 가서 받고, 행사에도 많이 (동원되어) 갔습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도 많이 해야 했고, 구청에서 하는 축제에 와서 부스도 운영해야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해야죠. 대신에 여러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차보증금 외에도 홍보 지원(마을버스에 홍보물을 붙여줬어요), 행정지원(초창기에는 현수막을 걸어도 그냥 뒀어요) 등등이 큰 도움이 된 건 사실입니다.

 


 

20131113일 곰달래도서관에서 하는 축제에 부스를 운영했다. 구청에서 하라고 해서 했다. 구청에서도 그 축제는 처음이라 구색을 맞출 필요가 있었겠지. 나무 토막에 글루건을 쏴서 만들기를 했다. 방과후 올려면 3년 남은 달콤이 문래동 축제에서 사용하고 남은 나무토막을 갖고 와서 주도 했었고, 화곡마을살이 청년들도 와서 도와줬다. 화곡마을살이 청년들은 이때뿐 아니라 방과후 초기에 엄청난 도움을 줬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등원 예정인 집들은 안 보이네?

<출처 : 참새 페이스북>

 

 

두 번째 고개, 터전 마련

이제 조직도, 재정도 있으니 공간을 구해야 합니다. 가을에 부지런히도 발품을 팔고 다녔네요. 마을기업을 생각하기 전에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있는 공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증금 1억원이 생겨 기왕이면 좋은 곳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그 정도 돈이면 동네에서 상가나 빌라에 들어가야 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출입하고 어른도 가끔 몰려다닐 예정이라 마당이 있는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 보증금으로 쉽게 구해지겠어요? 당시 처음에 들어올 아이들 4명이 사는 곳과 다닐 학교(화일초), 중장기적으로 동네에서 여러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받아 운영하기 위해 화일초에서 능선 쪽으로 올라간 곳에, 봉제산에 가까운 곳으로 구하려고 했는데 나온 게 없었습니다. 동네 곳곳 부동산을 다니고, 발품을 팔고팔아 우연히 화곡본동 주민센터 근처에 작은 단독주택이 매물로 나온 걸 알게 되었습니다. 위치가 기대와 달랐지만 마당도 있어 거기로 가기로 했습니다. 마침 집주인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었고, 또 그 집이 안 팔리는 상태라, 아이들 같이 키우려고 공간이 필요하다고 사정사정해서 전세 1억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그 집주인은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도 근처에 살던 지인을 통해서 방과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관심있게 지켜보았다고 하더라고요. 작지만 마당이 있는 터전도 생겼어요. 지은지 40년 정도 된 집이라 손 볼 게 참 많았죠. 여튼, 두 번째 고개를 넘었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마지막 세 번째 고개가 있었습니다.

 

봉봉 영입! 이제 됐다!

원래 고개는 마지막 고개가 가장 힘들다고, 세 번째 고개는 너무도 중요하고 큰 문제였습니다. 바로 교사를 구하는 거였습니다. 사실 지금 돌아보면 이 일이 가장 중요하고 힘든 문제였습니다. 2014년 개원하면 월 40만원 내는 아이들 4명이 다니게 되니 한 달 전체 수입이 160만원이었습니다(물론 몇 달 운영하다 도저히 안되어서 월 50만원으로 인상했습니다. 4명으로 1년만 버티면 내년에는 아이들이 더 들어와서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요). 160만원에서 교사 임금, 간식비, 공과금 등등 내야 되니 교사 임금을 많이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을기업도 처음이고, 공동육아 방과후도 사례가 드물어 도대체 뭐하는 곳인지 설명하기가 참 어려웠으니 교사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일반 구인광고를 내서 구한다고 해도 제대로 구해질지도 불투명하고, 적당한 사람으로 구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 차에 제가 알고 지내던 열혈 청년 김수림씨가 떠올랐습니다(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봉봉 얘기로는 우장산역에서 제가 1인 시위를 한 적 있는데, 지나가던 봉봉이 제게 인사하면서 우연히 만난 게 첫 만남이었다고 합니다). 방과후를 실질적으로 만들고 있던 엄마들에게 추천했습니다(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저는 숟가락 하나만 얹었습니다). , 좋다며, 엄마들(+아빠 1)이 달려가서 만났어요. , 그런데 김수림씨가 하겠다고 했네요. 나중에 봉봉으로 별명을 지은 김수림씨는 뭔지도 잘 모르면서(사실은 아마 중에서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돈도 많이 안주는 곳에 오겠다고 한 거에요. 가장 힘든 세 번째 마지막 고개를 너무 기쁘게 넘은 거죠.

이건 매우 역사적인 기록이라 봉봉에게 물어봤습니다. 다행히, 봉봉이 정확히 알려줬습니다. 일기에 써놓았다고 하네요.

 

봉봉 일기 : 20131010일 면접.

제 기억에는 봉봉에게 2~3명이 갈 거라고 했었는데 무려 8명이나 나갔습니다. 참새, 아무렴, 난나(랄랄라), 아라치, 달콤, 씽씽이(유일한 아빠 참가자), 나머지 2명은 누군지 기억이 안 나네요. 물론 저는 안 갔습니다. 집에서 애들 봐야죠. 여튼 봉봉은 좀 당황했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그만큼 기대가 컸었던 것이죠.

 

봉봉 일기 : 20131022일 봉봉과 참새 1 1 맥주 마심.

맥주 마시면서 방과후 교사 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미 하기로 마음먹고 나갔답니다. 

 

봉봉 일기 : 20131215일 오후 4시 바람쐬다에서 봉봉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봉봉은 20142월부터 근무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교육부터 받습니다. 봉봉은 첫 아이들 등원 전인 20141월에 교사대회를 갔고 2월에는 분당 율동, 부산 징검다리놓은아이들에 연수를 갔고, 당시 초등학생으로 겨울방학을 보내던 승서랑 동네를 다니며 길을 익혔다고 합니다. 봉제산도 타고 다녔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우리랑 비슷하다는 재미난 방과후, 초기 아마들이 있다는 파란하늘 방과후(아무렴), 방과후의 미래를 보고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두근두근(달콤)이 보고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주, 도담, 민욱이 어린이집을 졸업한 2014224()부터 승서까지 해서 4명의 아이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연히 올린 이 사진 한 장으로 봉봉이 방과후에 오게 되었다. 201395일 개구리어린이집에서 방과후에 대한 교육을 했었고 아이들 함께 키우실 분들은 화곡동으로 오세요~’라는 글과 함께 이 사진 한 장을 나는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봉봉이 화곡동에도 협동조합 어린이집이 있는지 댓글로 물었다. 이 댓글이 기억나서 나는 봉봉에게 방과후 교사를 제안했었다. 당시 봉봉은 7월부터 전남 신안군에 있는 증도 태평소금 카라반에서 청년활동가로 지내고 있었는데, 그해 봄 증도 슬로시티에 있는 카라반 캠핑장이 정식 개장하기 직전에 아무렴의 소개로 민욱, 기주, 도담, 시후, 동휘 5 가구가 여행을 간 적 있다. 봉봉이 방과후로 오게 된 것은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일전에 듣기로 봉봉은 증도에서 10월까지 활동을 한 후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출처 : 소걸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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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 2020-06-11 18:22:53 (3년전)) 댓글쓰기
전화기로 오타 수정하다 문제가 생겼네요.
다시 수정해서 올리겠습니다.
우보천리 ( 2020-06-11 19:53:59 (3년전)) 댓글쓰기
수정했습니다.
꽃반지 ( 2020-06-11 20:13:35 (3년전)) 댓글쓰기
면접관이 무려 8명 ㅋㅋㅋㅋ
띠용0효주맘 ( 2020-06-12 11:31:41 (3년전)) 댓글쓰기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는 두려움과 열정과 신남이 뒤섞인 어드벤쳐 활극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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