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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학년 방과후 졸업 인사
작성자 : 우보천리
  수정 | 삭제
입력 : 2021-02-18 11:13:33 (3년전),  조회 : 70

이제 저희들, 봉제산방과후를 졸업합니다.

 


4년 전, 학생이 된 것이 실감나지 않았던 김세현, 김하준, 이세민, 이시원, 전이준, 최세찬 이 여섯 아이들이 열두살,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습니다. 천방지축 같은 어린 아이들이 지난 4년 간 방과후에서 잘 자랐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지난 4년간 의젓하게 잘 자랐습니다. 여러분 덕택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방과후가 없었다면 이 아이들 어떻게 지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학교 생활에서 얻은 긴장을 풀지도 못한채 학원으로 학원으로 다녔겠지요. 이렇게 많은 형과 언니, 동생들을 사귀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낯설고 불안하기만한 골목길을 마음 편히 다니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때되면 들로 산으로 다니고, 제 손으로 마련한 돈으로 멀리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방과후가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맘 편히 4년 간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방과후가 없었다면 졸업하는 우리 아마들은 어땠을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걱정되어 맘편히 사회생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고민거리가 생겨도 혼자 삭히고 말았을 것입니다.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마음맞는 사람들을 편하게 만나 수다떨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방과후가 있어서 우리 아마들이 맘 편히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방과후에서 보낸 시간은 아이들도 자랐고, 우리 졸업 아마들도 함께 배우고 성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교사와 아마들께 감사드립니다.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방과후의 교사들께 몇 말씀 드립니다.

봉봉과 푸린, 송이. 그리고 지나간 시간에 함께 해주셨던 구름. 지난 시간, 오늘 졸업하는 이 아이들의 절반을 아마가 키웠다면, 나머지 절반은 교사들께서 키워주셨습니다. 당신들의 열정과 희생,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 졸업하는 아이들과 아마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하교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동네 공원으로, 터전으로 가주었던 시간들, 아이들과 함께 멀리 들살이, 여행을 가주었던 시간들. 우리 아마들이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해주셨습니다. 아마들도 몰랐던 아이들의 성장과 어려움을 지켜보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받을 수 없는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을 짧은 감사의 인사로 대신함은 우리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 우리가 부족해서 속상한 것이 있었다면 사과드립니다. 오늘을 계기로 훌훌 털어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새롭게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었던 아마들께도 몇 말씀 드립니다.

당신들은 이 아이들을 같이 키워준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당신들 덕택에 이 아이들에게는 동네에서 맘편히 만나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또한 우리 졸업 아마들의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해준 다정한 벗입니다. 낯선 도시, 좁은 골목길에서, 때로는 터전에서 당신들과 함께 차 마시고 술잔을 기울였던 시간, 함께 밥해 먹었던 야유회, 팔짱끼고 힘차게 달렸던 체육대회 등 함께 했던 시간 모두 행복한 기억입니다.

우리들 몸은 방과후를 졸업해도 마음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어려움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주십시오. 물론, 어려울 때만 연락하시면 안되고요, 즐겁고 기쁜 일이 있을 때에도 꼭 연락주셔야 합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오늘로 20204학년 아이들과 아마들은 방과후를 떠납니다.

우리는, 교사는 조합 운영의 동료이며, 우리와 함께 아이들을 맡아 키워주는 소중한 동반자로 생각해왔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마을이 역할을 하기 전에 아이를 키우는 일은 가족 중 특정인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모두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방과후에서 지내면서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로 생각하고 지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했던 부분은 앞으로 방과후에서 지내실 분들이 더 잘 해내시겠지요.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새싹은 힘차게 팔을 내뻗어 자라듯이, 코로나다 뭐다 해서 어수선하지만 우리는 새 희망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겠습니다. 오늘의 졸업식이 이별이 아니라 더 큰 세계에서 함박웃음으로 만나기 위한 첫 출발이라 굳게 믿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 시간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0년 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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