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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어른은 어디 있는가?
작성자 : 우보천리
  수정 | 삭제
입력 : 2014-11-30 10:08:24 (7년이상전),  조회 : 165
페이스북에서 joyce park라는 분이 쓴 글입니다.

머리가 좋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한 아이>라는 책이 있다. 만 다섯 살의 여자아이가 옆집 세 살 남자아이를 나무에 묶어놓고 불을 질렀다. 다섯살짜리를 어찌할 수 없어 어른들은 아이를 특수학급에 입학시킨다. 장애아들을 주로 돌보던 특수학습 교사는 이 아이에게서 범상치 않은 구석을 본다. 트레일러촌 (우리로 말하면 판자촌)에서 알콜 중독인 아버지 밑에서 홀로 살고, 어머니는 달리는 차에서 아이를 던져서 내버리고 간 이 아이는 혼자 글을 좔좔 읽는다. 모든 시제를 현재형으로 구사한다. (이따금 흑인들이 그런 용법을 구사하나 아이가 사는 동네에는 흑인들이 거의 없다. 모든 시제를 현재형으로 구사하는 건, 모든 상황이 현재일 때에만 자신이 통제가 가능하므로 스스로 통제하겠다는 의지라고 한다.) "어린 왕자"를 읽고 그걸 이해하고 자신은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라고 한다. 다섯 살짜리가. 아이큐 검사를 해보니 200이 넘는다. 그러나 아이는 낯선 환경에서는 아직도 오줌을 지리고 교사를 울며 쳐다보는 아이일 뿐이다.

그 아이를 보며 교사는 한탄을 한다. 우리는 아이큐 20인 아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아이큐 200인 아이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사회가 정상이라 규정하는 범주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외롭고 괴로운 일인줄 아냐고. 사실 끔찍할 것 같다. 온 세상에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으리라는 존재 상태말이다.

아이가 유일하게 애착관계를 형성한 대상이 이 교사였는데, 이 교사역시 자기 커리어가 어쩌고 하면서 아이를 두고 결국 떠난다. 떠나서 이 아이에 대해 책을 쓰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 바람에 몇 년 후 이 아이를 찾아가 2편을 또 쓴다. 십 몇년이 지나 다시 만난 아이는 그 좋은 머리로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맥도날드 종업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결국 버리고 떠난 이 교사도 밀어낸다.

아이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는 오로지 단 한 명, 아이큐가 150이 넘는 아이 한 명이었다. 그나마 간신히 말이 통했을 듯 싶다. 성적은 A아니면 F. 이 정도 아이면 왠만한 교사는 가르치지 못한다. 뭘해도 금세 교사를 넘어버릴텐데 뭐.

사람이 성공하는데 필요한 건 (성공의 정의를 사회에서 한 몫을 톡톡히 하는 건전한 시민이라고 본다), 지능이 아니다. 지능은 세 자리만 되면 세계적인 석학이 되는 것만 빼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사실 머리는 남들보다 조금만 더 좋은 게 가장 좋다. 130-150정도면, 머리가 빨리빨리 돌아가니까 남들보다 조금 빨라서 편하기는 할 것 같다. 그러나 아이큐가 108이라고 아쉬울 건 하나도 없다. 130들보다 엉덩이만 조금 더 무거운면 얼마든지 따라가니까.

내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냐면, 정서적인 통합성(emotional integrity)이다. 지능과 성격과 인간관계를 다 어울러 자신의 됨됨이 안에 합쳐 넣는 건 정서적인 안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정서적인 통합성은 어떻게 생기냐고?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지만, 단 한 명이라도 어린 시절에 혹은 사춘기 시절에 있으면 된다. 부모든, 교사든, 멘토이든, 그 누구이든, 단 한 명이 애착관계를 형성하며 아이를 믿고 아이에게 잘될 거라 기대해주면 된다.

어떤 상처를 받았건, 어떤 기가막힌 상황서 자랐건 아이들은 아직은 회복하고 극복할 수 있는 탄력성과 유연성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최소한 어른 하나가 그렇게 붙잡아준다면 아이는 잘 자란다. 그 어른 하나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없다. 부모조차 자신들의 결핍을 대리보상 받으려는 욕망으로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학원 뺑뺑이를 돌리는 몰이해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 한 명의 어른들은 어디에 있는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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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 2014-12-04 12:22:2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이 글에 나오는 교사가 토리 헤이든이고 그가 쓴 책이 '한 아이'라고 아동교육심리학의 고전이네요. 이 책의 사연을 엿볼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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