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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잘 모셨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성자 : 우보천리
  수정 | 삭제
입력 : 2015-02-06 16:04:44 (7년이상전),  조회 : 285
아버지 잘 모셨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고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저희 아버지는 4년 반 전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3개월 정도 입원하시고 그간 계속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 월요일 저녁에 갑자기 쓰러지셨고 화요일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 쓰러지시기 전날 갑자기 이발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는데 당신께서는 이리 되실줄 아시고 미리 준비를 하셨나봅니다. 어머니와 동생이 집에서 잠시 쉬고 아침 7시에 병원에 다시 왔는데 그 직후 어머니와 큰 아들, 작은 아들이 지켜보고 있는 시간에 돌아가셨습니다. 50년 가까이 같이 사신 어머니와 아들들이 다 모일 때까지 기다리셨나 봅니다.

92년부터 공부다 사회생활이다 하면서 20년 넘게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살아 1년에 두세번 정도 며칠 동안만 뵈어서 그런지 그동안 아버지와 저는 크게 상관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나이 마흔세살이 되도록 살아오면서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있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뒷마무리 하려고 들렀던 병원은 제가 고3이던 91년 급성 맹장염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고 가 제때에 수술을 받도록 해주셨던 병원이었습니다. 고향집에 가는 길에는 아버지와 둘이서 갔던 보신탕집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30여년 전부터 아버지께서 저와 가끔씩 낚시를 가실 때 쓰시다 작년에 더 이상 쓰실 일 없으시다고 제게 물려주셨던 낚시대가 갑자기 크게 눈에 들어옵니다. 거울을 보면 저 어릴 때, 아버지 젊었을 때의 얼굴 표정이 언뜻 비칩니다. 아, 나는 역시 아버지의 아들이고 내 인생 그 어느 한 순간에도 아버지와 연관이 없었던 적이 없구나하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큰 녀석은 할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상황이 낯설어서인지 첫날에는 빈소에서 천방지축 날뛰더니 둘째날에는 조용한 시간에 할아버지 영정을 혼자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가서 큰 절을 두 번씩 올리고 왔습니다. 할아버지 시신을 화장하는 시간에, 알려주지 않아도 추모 방명록에다 제 손으로 ‘할아버지 천국 가세요.’라고도 썼습니다. 장난꾸러기인 줄만 알았던 큰 손자가 이리 의젓하게 자라고 있는데, 조금만 더 계셨더라면 손자들에게 세배도 받으셨을텐데, 하필 올 설은 늦은 것인지.

아버지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함에 모시고 추모공원으로 안고 가는데 참 따뜻했습니다. 우리 아버지 마지막까지 아들 춥지 마라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시는구나 생각하니 평소에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전화도 자주 드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되어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늘 자식들에게 맡은 일은 성실하게 잘 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아버지의 아들로서 그 가르침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서울, 대전, 천안, 보령, 익산,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찾아오시고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해주셨습니다. 고교 동기들, 대학 선후배, 동기들,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동지들, 지역에서 연대해온 시민단체, 노동조합에 계신 분들, 전교조 선생님들,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는 개구리어린이집과 봉제산방과후 조합원들 등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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