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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평화로운 오후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3-18 22:55:29 (7년이상전),  조회 : 426
매일 아침 가장 일찍 등교하는 혜원이는 늘 아침햇살을 즐겁고 기쁘게 해줍니다.
잠이 덜깬 것 같은 기분이 들거나 조금 피곤할 때면 어김없이 크게 입을 벌리고 웃게 만들어 피로를 싹 날려주거든요.

"혜원아 요즘 엄마는 어떠셔?"
=괜찮긴 한데 조금 피곤한 것 같기는 해
"혜원이가 좀 도와드리니?"
=뭐 별로. 하지만 설거지한 적은 있어. 아빠가 같이 일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모는 남자친굴 만나는지 어쩐지 맨날 늦게 들어와서 거의 못도와주는 편이지.
이렇게 시작한 혜원이의 집안이야기는 이모는 공주병이라며,
자신이 진짜 공주인줄 알지만 엄마는 그걸 공주병이라고 말한다며
아파트 3층에 사는 공주도 있나, 공주는 궁전에 살아야지
우리 이모는 노처년데 노처녀는 늙은 처녀라는 뜻이지?
중국어선생님이라 내가 중국말을 배우는 좋은 점도 있긴해.
니하우마. 쎄쎄.
아빠는 수학을 가르치는선생님, 엄마는 식물인가 뭐 자연 그런 걸 가르치는선생님이라고.

아침햇살 나 근데 이런 것도 한다.
8 더하기 8은 16, 8 더하기 18은 26, 그리고 18 더하기 18은 36,
나 참 대단하지?
7더하기 7은 15던가? 아무튼.( 이 수학계산은 한 글자도 안틀리고 대여섯번은 들은 내용인데 제가 그럼 9 더하기 9는 하고 물으면 살짝 대답을 피해갑니다)
그리고 결국 방을 바꿔 칠판에
10 - 11= -1
10 - 12= -2
10 - 13= 13
..........
..........

(혜원이는 차례로 다
썼지만 생략함)

10 - 22 = -12

나 어때? 나 대단하지?

귀엽고 예쁜 혜원이와 이렇게 시작한 아침시간.
그리고 드디어 혜원이는 아침햇살이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데.
"와! 혜원이 엄마아빠는 참 행복하겠어. 이렇게 대단하고 예쁜 딸이 있으니. 혜원이가 산학교에 와서 나도 참 행복해. 큰 오빠들하고는 가끔 별로일 때가 있거든"
=왜 오빠들이 맨날 꽥꽥거려서? 그래서 힘들어?
"우하하하... 그래, 오빠들이 꽥꽥거려서 가끔 힘들기도 해.
=하지만 언니들은 좀 낫지? 순진하잖아.

이런 꼬마요정같으니라구. 매일 느티나무에나 올라타고 강지(주인집 개이름)하고 놀면서 어떻게 볼 건 다 봤는지.
한 마디도 막힘없이 술술나오는 우리 혜원이의 말솜씨는 엄마, 아빠 중 누굴 닮았을까요?
오늘은 금요일이잖아요. 아침에 몸이 좀 찌뿌둥했는데 혜원이 덕분에 크게 몇번을 웃었더니 정말 피로가 싹 가시더라구요.

그리고 오전에는 모두 도서관엘 갔습니다.
아침열기를 하며 큰 반 아이들은 오늘은 제발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해달라고 했고 오후시간은 아이들의 의견을 받아 장소 서너군데를 놓고 어디를 갈 것인가 결정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어제는 하루종일 앉아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좀 풀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나들이다니는 조건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책음을 지게 해주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어 저는 속으로 아이들이 어떤 결정을 해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그래서 오늘은 오전엔 동화기차 도서관에서 보고 싶은 책 보기, 오후는 다수결에 의해 인천대공원에 자전거 타러가기(대중교통 이용해)로 했는데, 점심을 학교에 돌아와 먹고 대공원엘 가려는데 아이들은 제 차 앞에 줄을 죽 서 있더라구요. 버스탈건데 왜 거기 서있냐고 했더니 "우리 그냥 낑겨서 이 차 타고 가자"는게 아이들의 의견이었지요. 대중교통은 불편하니까.
1,2학년은 학교에 남으려 했지만 모두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달님차에 여섯 명, 제 차에 열두 명 다 탔고 좁아도 불평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고 출발했더니 잘 지켜주어서 무척 기특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대공원에서는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러갔고 여자아이들과 광연(나중에 조금 후회했지만), 종은은 동물원에서 놀았는데 돼지와 염소와 양 우리에 들어가 쓰다듬고 먹이주고 쫒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한 폭의 그림이었지요. 디카를 챙겨오지 못한 게 어찌나 후회되던지. 늘 의젓하지만 친절하고 순수한 맏언니 하현이도 '5학년 맞나' 할 정도로 동생들과 격 없이 놀아주고, 챙겨주었죠.
일기예보와는 달리 바람은 불었어도 차지 않았고, 따듯한 햇살이 있어 참 평화로운 오후였어요.
저는 원래 혜원이말대로 꼭꽥거리는 남자아이들과 주로 지내는 편인데 달님이 지난 번 예비학교 때 주민등록증을 두고와 찾을 겸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가는 바람에 모처럼 동물원에서 오붓한 오후를 즐길 수 있었지요.
아이들이 너무나 평화롭고 자연스레 노는 모습을 보며
아무런 이해관계없는 곳, 넓은 곳에서는 전혀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데 늘 좁은 공간이 아이들을 다투게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환경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보지만, 아이들 말대로 차에 열두 명이 낑겨 타면서도 자기들의 목표가 같을 때나 필요할 땐 다투지 않고 질서를 지키는 모습 또한 이 좁은 땅덩이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필요한 훈련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교사는 누구라도 아이들의 저러한 모습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아도 힘을 얻는게 아닐까?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 주니, 동물원에서 놀았던 아이들 기분도 오늘은 최고였고
자전거타는 것도 기아자전거라서 무지 재미있었다고 큰아이들은 그러던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한 일주일, 아니면 그 이상 아이들이 놀겠다고 할 때까지 놀러가자는 대로 다 데리고 다니면서 그냥 놀아제끼면 어떨까, 그러면 아이들은 언제까지 놀 수 있을까, 언제까지 놀겠다고 할까.
대신 열 여덟 명 모두 함께.

꽃 피고 날 따스할 때 우리 아이들 데리고 정말 한 번 그래 볼까요?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밖에 없을 최고의 경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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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 ( 2005-03-19 11:28:47 (7년이상전)) 댓글쓰기
글을 읽으면서 정말 행복하고 평화로와집니다. 선생님! 마지막의 제안, 너무 좋네요. 적극 지지합니다.
빨간콩 ( 2005-03-21 15:13:35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저도 마지막 제안에 열렬한 지지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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