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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공원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3-25 09:01:27 (7년이상전),  조회 : 392
어제는 아이들 뿐 아니라 교사들도 좀 힘든 하루였습니다.
저는 저녁을 먹고 잠깐 쉬었다 일어나 일해야지 하며 자리에 누웠는데 그냥 잠이 들어버렸더군요.
아이들도 무척 힘들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서울에 몇 십년 살았어도 지나치기만 했던 그 곳을 아이들 덕에 처음으로 가보았고 한강다리도 대학 때 이후 처음으로 걸었습니다. 고학년들은 떠나 기 전 질서와 지켜야할 약속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우리가 지나친 경로는
1. 마을버스를 타고 - 씀바귀선생님을 포함해 21명이 타니 버스가 꽉 찼답니다

2. 소사역서 1호선 - 너무나 혼잡해서 키작은 혜원이 울타리를 만들어주어야 했습니다

3. 신도림에서 2호선 - 사람이 텅 비었지만 곧 내려야 했죠.

4. 당산역하차 : 한강까지 걸어서 25분 정도 결렸어요.
인도가 좁아 사람들하고 부딪쳤고 길을 거너는 곳에 신호가 없어 모두 줄을 서서 기다렸다 차를 정지시키고 건너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교사들이 매우 긴장해야 했습니다.

5. 선유도공원 식물원
이미 전철 안에서부터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이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씀바귀선생님의 제안으로 작은 식물원 안에서 점심으로 김밥을 맛나게 먹었습니다(원래는 안되는 거지만 바람이 너무 불어 할 수 없이). 군자란이 활짝 피어있었고 패츄니아와 철쭉, 그리고 수생식물인 부레옥잠(겨울이라 볼품은 없었지만)등이 자라고 있었어요.

6. 나비전시관
많이 걸었지만 밥을 먹고 힘을 얻은 아이들은 1층을 구경하고 나비, 곤충이 전시된 2층으로 올라가 종합장을 펴 놓고 나비와 곤충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리장에 박제된 곤충이었는데 주로 남미, 동남아시아의 아열대지역 나비들의 화려한 모습과 우리나라나비 (195종이랭요)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지요. 우선 표본들을 구경하고 골라 연필로 스케치하고 유성매직으로 색을 입히고. 고학년들은 열심히 그리고 저학년들은 왔다갔다 구경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고학년들은 화선지 전지를 놓고 자기가 그린 작은 그림을 큰 그림으로 다시 그렸지요. 표본은 찍으면 안되고 아이들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지요.저학년은 달님을 따라 밖으로 나갔고요.

7. 한강을 바라보며
물이 있는 분수대에서 건너뛰기놀이를 하다 달려간 한강이 보이는 무지하게 큰 정자에는 이미 씀바귀선생님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부는 바람인데도 작은 우산처럼 생긴 나무의자에 앉으니 그런대로 햇살이 따스했어요. 여기서 가져온 간식들을 나누어먹고. 아이들은 이미 바람을 맞으러 아취형의 다리로 뛰어다녔고 그 때 씀바귀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린 화선지전지를 나누어주셨고 매우 환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화선지가 나비날개가 된거지요. 그림과 관계없이 나누어가진 큰 종이는 아이들의 날개가 되어 이리저리, 그리고 얼굴에 가득한 웃음. 누구랄것도 없이 아이들은 바람을 맞으며 아취형의 높은 다리로 뛰어올라갔고 누군가가 먼저 종이를 찢어(아니면 저절로 찢어져) 저 멀리 강물 아래로 날려보냈습니다. 종이조각은 흰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 강물로 흘러들었고 아이들은 수많은 나비떼를 날려보냈습니다. 큰 나비, 작은 나비. 그리고 아이들의 탄성....
그 때 경비아저씨가 뛰어올라오는 모습이 보였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이 일은 이미 종료상태.(원래 벌금을 물어야 한대요) 모두 바람이 만들어낸 일이었죠.
8. 놀이터
폐기물 고철덩어리를 응응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일부러 설치한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과는 다른 미끄럼틀에서 모든 아이들이 엉켜서 신나게 놀았으나 결국 감당못할 저학년들의 울음과 두 아이를 데리고 놀러온 아주머니의 강력한 항의로 아이들들의 놀이는 파장을 하고. 질서를 지키지않음에 대해 모두 앉아서 씀바귀선생님게 야단도 맞고. 아이들은 나름대로 항변하고.

9. 오후 3시.
씀바귀선생님과 작별하고 우리는 오던 길을 되짚어 돌아왔지만.
다시 한강다리를 건너며 바람은 머리에 꾹 눌러썬 지명이의 3만원짜리 청모자를 강물에 띄워보냈고, 아침햇살의 긴스카프-남편에게 선물받아 두번 째로 목에 두른-를 역시 날려 보냈답니다.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란....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고 민혁이와 다훈이는 온수역에서 내려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지명이는 구로에서 내리지 못한 걸 안타까워 했죠. 아이들은 축 쳐졌는데. 병난 아이 없나요?

10. 그리고 밖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 몇 가지.
- 대중교통이란 말에 아침부터 투덜거림. 그리고 가는 내내 투덜투덜. 차가 없는 걸 알기 때문에 요구하지는 않지만 고학년들이 좀 심했지요. 자가용문화가 가져다준 결과겠죠?

- 도전적인 모습, 그리고 말투.
충분히 못 놀았던지 아니면 피곤했던지 그리고 약간의 반항기라는 점 감안하고 보더라도 특히 5학년들의 "우리가 왜 그래야 해" "어째서" "왜 우리보고만 양보하라고 그래?" "내가 왜?" 등등. 이내 4학년과 일부 3학년에게까지 전염되지요.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가야 하겠지요.

- 그리고 아직 몸에 배지 않은 질서의식, 자기 중심성.
전철에서 떠드는 거, 탈 때 줄서려 하지 않는 것, 전철안에서 자리만 나면 먼저 냉큼 앉는 것, 다른 데로 마음 대로 가버리는 것, 이건 나들이 다닐 때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할 것들이겠지요.

그냥 염려가 되는 부분도 좀 눈에 띄었다는 거죠.
아리스터텔레스도 그런 말을 했대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강의시간에 교수님에게 그 얘기를 듣고 모두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들의 관점으로 보면 아이들은 늘 그렇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한 첫 나들이치고는 아이들에게 조금 버거웠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강바람 때문에 해본 색다른 경험들을 또 언제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나 밖에 나가서 보이는 아이들의 여러 모습들. 아이들마다 그리고 전체 아이들에 대한 교사들의 이해와 우리가 함께 가꾸고 일궈내야할 것들이 무엇인지 좀더 가까이에서 느껴본 하루였습니다. 다음 나들이에서 아이들은 또 어떤 모습들을 보여주게 될지요.
산학교 아이들에게 하루를 온전히 내주신 씀바귀선생님께 정말 감사를 드려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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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로 ( 2005-03-25 13:39:01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침햇살 선생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생생합니다. 하여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습니다. 그쵸?
포도나무 ( 2005-03-25 17:41:0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자식을 귀하게 기른다는 게, 자유롭게 기른다는 게, 자기를 중심으로 세계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하는 것은 아닐진데....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나만큼 귀한 네가 존재한다는 걸 알아가면 좋겠습니다. 어젠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지난 밤이 편안한 휴식이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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