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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 독립기념관과 서울랜드
작성자 : 그루갈이
  수정 | 삭제
입력 : 2005-10-10 02:43:59 (7년이상전),  조회 : 542
<지구본>

9월 첫 번째 토요일 아침에 “아침햇살이 영국 갔다온 얘기 해주셨어?”하고 물었다. 문주와 우현이: “응.” “재미있었어?” “응!” 딱 한마디 들었다. 내 질문이 잘못 되었나. 오후에 지구본을 샀다. 그동안 벼르다가 사지 못했던 지구본을 아침햇살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사가지고 왔다. 우현이는 “이게 뭐야?”라고 했다. ‘지구본이야.’ “지구본이 뭐야?” ‘자, 봐.’ “이게 지구본이구나.” 지구는 어떤 방향으로 돌아? 몇가지 생각해 낼 수 있는 문제를 물어본 다음에 돌리기 놀이를 시작했다. 우현이는 <내친구 드레곤>에서 봤다며 지구본을 돌리고 꼭 집어서 갈 나라를 정한다. 영국, 미국, 중국에 흥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등은 잘 모르는 나라라서 그런지 그다지 가고 싶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지구는 둥근 구슬 모양인데 왜 우리가 보기에는 평평하고 올록볼록하게 생겼는지, 영국에서는 영어를 쓰는데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 등 지구본 하나 가지고도 참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현이는 혼잣말로 “우제가 여섯 살때 해외여행을 어디로 갈까?”라고 했다. 엄마가 전에 우제가 커서 여섯 살 정도 되면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다니 아이들 앞에서는 정말 말조심해야 한다!

<고속철도>

다음주 오랜만에 우현이는 꿈을 꾸었다. 우주영웅까지 되는 길고 거창한 꿈이었는데 알맹이는 먹는 얘기로 시작해서 먹는 얘기로 끝났다. 돼지고기도 먹고 된장찌개도 먹고. 하루동안(11일 일요일) 정말 오랜만에 우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11시에 집을 나와 ‘복숭아로’를 따라 중동역에 도착했다. 천안까지 전철요금은 어른 2300원, 어린이 1150원이었다. 요즘 우현이는 광역철도노선도와 같은 지도에 관심이 많다. 구로역에서 천안급행은 평일 11:48분, 일공휴일 12:13분에 있었다. 급행시간표가 일정한 것은 아니었다. 우현이는 30분동안 천안급행을 기다리면서 KTX가 지날 때마다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KTX다!”를 외쳤다. “KTX가 아직도 신기해?” “응, 우리 KTX를 한번 타 봤잖아. 온양온천 가서 수영도 하고 목욕도 했잖아. 와, 새마을호다. KTX는 저것보다 더 빨라.” 주안행 급행이 지나자, “연료를 받는 원리는 저기서 전기를 받는 거야.”라고 했다. 우현엄마는 전화를 해서 “혼자 메모만 하지 말고 애랑 같이 다녀.”라고 했다. “기린, 36년 역사 종합식품회사”라는 광고문구가 눈에 띄였다.

“주제학습은 모모랑 책만들기해요. 아침햇살하고 방과후에 배추농사해요. 영어는 풍뎅이, 수학은 새우깡.” 우현이가 열차에 관심이 많아서 열차 지나는 걸 보느라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KTX에는 앞의 전조등 3개중 2개만 켜져 있는 것도 있었다. 정비에 좀더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로에서 천안역까지 27개의 역(4개의 미개통역 포함)이 있었고, 급행(7:07, 9:08, 10:34, 11:48, 12:41, 13:40, 14:41, 15:48)은 구로를 떠나 ①가산디지털단지, ②안양, ③수원, ④병점, ⑤오산, ⑥서정리, ⑦평택, ⑧성환, ⑨두정에서만 정차하였다. 석수역 전에 지하로 들어간 철로가 있었다. “저건 어디로 가는 거야.” ‘모르지.’ “내가 왜 힘들어 하는지 알아? 오늘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났잖아.” 어제 엄마가 산집엄마들 동창회를 하고 새벽 5:10분에 돌아왔는데, 그 30분 전에 우제가 깨어나서 괴로워했다. 식구들 모두 잠을 설쳤다. 아침일찍 독립기념관에 가려던 계획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있네. 우현아, 구름은 뭐지?” “수증기지.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가 구름이지. 구름이 응결되어 온도에 따라 비가 되고 눈이 되지. 비나 눈이 내리면 구름의 양이 줄어들지.” ‘어디서 배웠어?’ “키즈 신기한 스쿨버스⑦ 물방울이 된 아이들에서 읽었어. 《꿀벌이 되다》가 우리집에 있었으면 좋겠어.” ‘수업은 뭐가 재밌어?’ “수학! 재밌는 건 덧셈, 뺄셈.” 우현이는 아빠의 짧은 수염을 건드리며 “앗, 따가워”놀이를 하였다. 수원을 지나자 피곤한데다가 단조로운 열차여행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우현이는 누웠다. 우현이는 곧 잠이 들었다. 들판에는 노릇노릇한 색깔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하였다.

1시간 20분만인 1시 33분에 전철은 천안역에 도착했다. 동부광장으로 내려가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얻고 오른쪽의 LG텔레콤쪽으로 가서 400번대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표는 어른 930원, 학생 460원. 여기에는 900번대에 현충사행 버스도 있었다. 가기 전에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독립기념관에 가면서 우현이는 ‘돈까스’를 먹었다. ‘돈까스’는 메이지시대의 일본요리사들의 발명품이다. 우리가 독립을 말하는 것은 정치적 압박과 학대를 반대하고 국가적 불평등을 시정하려는 것이지 먹고 사는 것에서 쩨쩨하게 시비를 걸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2시 26분에 431번 버스를 탔다. 25분만인 2:51분에 도착했다.

<독립기념관>

신전 분위기가 나는 것은 별로 편치 않았다. 경내에서는 독립군가가 울려퍼졌다. 우현이는 청산리 전투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였다. 누리그물(인터넷) 독립기념관 사이트를 보고 온 우현이는 “빨리 전시관으로 가요!”라고 했다. 제1전시관에 들어서자, 우현이는 자기가 아는 것이 나오는 신이 나서 설명했다. “황룡사는 몽골 침략 때 불탔어. 황룡사종도 몽골군들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 녹여 버렸어. 그래서 없어져버렸어.” “아빠, 광개토대왕의 이름은 담덕이야.” “이건 팔만대장경 중의 하나야.” “이건 귀주대첩 그림이야.” “임진왜란의 3대 대첩은 한산도, 진주, 행주대첩이야. 왜군들이 패했어.” “한글의 구성원리: 木=ㅕㅏㄱㅋㄲㅇ, 火=ㅛㅜㄴㄷㅌㄸ, [중간]土=ㅁㅂㅍㅃ, 金=ㅓㅑㅅㅈㅊㅉ, 水=ㅇㅎㅗㅛ”

‘우리문화체험공간’에서 우현이는 목어, 법고, 운판, 편종을 쳤다. 컴퓨터로 조작되는 벽걸이TV로 징, 장구, 꾕과리, 북, 태평소, 범종 등의 소리를 듣고 공연을 보았다. 지나가던 할아버지들이 “잘한다”고 했다. 연주를 잘한다기보다는 컴퓨터 조작을 잘한다는 뜻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할아버지는 “잘한다”고 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한 할아버지들한테는 신통한 조작이었을 것이다. 한국광복군의 영문약자는 KIA였다.

제2전시실은 근대민족운동관이다. 우현이는 안중근 의사의 모습이 보이자 재빨리 뛰어갔다. “위국헌신 군인본분” 옆에서 강화도 조약이 나오자, 어떤 할아버지는 “왜놈들이 왜 강화를 뺐을려고 했었을까?”라고 할머니한테 물었다. 우현이는 사진 전시물보다 이런 모니터 화면에 관심이 많다. ‘동학농민봉기’ 설명에서 우현이는 “이게 우금치 전투야. 주먹으로 때리는 건 약펀치, 발로 차는 건 중펀치, 무기로 싸우는 건 강펀치!” ‘동학농민군의 무기’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몽둥이, 죽창, 농기구, 활을 사용하였고, 나중에는 화약, 화포들을 만들기도 하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꽤 보였고, 의외로 청춘남녀들도 적잖이 보였다. 실실 웃으면서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이 참 좋은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이테가 꽤 늘어난 모양이다. ‘명성황후 시해장면’은 ‘작전범위’ 안에서 전쟁임무를 수행한 것이니 궁궐의 법도를 고려하였겠는가. ‘1910년 매직비전’이 나오자, 영상물을 생략하고 지나는 법이 없는 우현이는 열심히 봤다.

제4 전시실은 3.1운동관이다. 우현이는 “덕수궁 앞에서 만세시위가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독립전쟁관’에서 우현이는 “아빠, 저게 청산리대첩 기록화예요. 일본군들이 당황했어. 갑자기 공격했기 때문에.”라고 했다. 우현이는 ‘광복군 훈련장면’ 등 모형을 보기 좋아하였다. “김좌진 동상이다. 칼을 뽑아놓고 있어. 안중근 의, 윤봉길 의사다!” 이들은 독립전쟁의 3대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의열투쟁”의 모습 등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때도 ‘진흙탕’이었다.

제6 전시실은 ‘사회문화관’이다. 소녀와 나비라는 영상작품에는 ‘순이→아키코’가 보였고 꽃과 나비의 형상화가 두드러졌다. 이것은 단순히 민족문화말살정책으로 표현한 것을 넘어서 모든 희생자들이 꽃으로 피어나고 모든 원혼들이 나비로 날아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터이다. 영화 <월컴투 동막골>은 제2의 독립운동이며 문화독립운동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우현이는 참 진지하게 열심히 본다. 무얼 생각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느낌이 의외로 단순하고 정보중심적이다.

‘임시정부관’에서는 식민지교육의 풍경을 그려놓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1911년 제1차 조선교육령이 공포되어 동화교육이 강조되었다. 보통학교는 소학교로, 다시 국민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황국신민체조 도해도 있었다. 국민총동원체제 하에서 징병과 정신대는 황국신민에게 베푸는 은총으로 묘사되었다. ‘일본변계약도(1809)’는 일본열도를 아시아속에 위치지은 최초의 지도였는데 거기에는 동해가 조선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선배네 가족을 만났다. 선배의 차를 타고 독립기념관 외곽도로를 돌았다. 독립기념관 경내는 121만 평이었다. 10살 승환이는 “121만평이면 독도보다 넓네. 독도는 5만 몇 평이야.”라고 했다. 2억원을 들여 축구장을 만들어 일반에게 개방한단다. 천안으로 나와 ‘○○○ 불고기’집에서 식사를 했다.

독립기념관 근처에서는 7천만원짜리 아파트가 천안에서는 3억이라고 한다. 부동산 가격의 편차는 참으로 크다. 우현이는 엄마한테 줄 호두과자 한 봉지를 샀다. 8시 42분 새마을호를 타고 영등포역까지 달렸다. 어른 7300원, 어린이 3700원이었다. 9시 35분에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자, 이제 시작이다. 우제가 함께 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우현이와 아빠는 1달에 1번 정도 박물관 참관이나 역사흔적 탐사를 할 것이다. 먼저 ‘콩박물관’이나 ‘이야기박물관’을 가보고 싶지만, 그런게 없으니 있는 것부터 가야할 것이다. 시간이 허락할지 모르지만, 이게 의미가 있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면 종은이나 자령이 등등도 데려가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역사부터 챙기자는 규칙이 생각나서 찜찜하기도 하다. 대야동에 있다는 ‘기전미술관’에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따지고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설치미술이고 팝아트들이 아닌가. 14일 수요일에 오랜만에 산학교에 들렀다. 산학교 앞쪽의 화원에는 온갖 국화가 만발해 있었다. 화원을 지나자 벽에는 상업초대장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시흥신천리 유토피아 관광 나이트”는 거의 찢어진 상태였다. 또 “부천 상동 맘모스 관광 나이트” 광고도 보였다. 가장 화려하고 가장 많은 것은 “옥녀촌 대야동 최초의 쓰리 No”광고였다. 참 열심히 또는 요란하게 광고를 한다.

<포도청>

다음날(15일) 밤에 GS마트 근처의 ‘포도청’에서 산학교 아빠들이 ‘번개’모임을 가졌다. 종은아빠는 나이트클럽 포스터는 1950년대 60년대의 ‘팝아트’가 지금 대중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 생각에 “가장 장난스러운 것이 가장 진지한 것이다.” 팝아트는 찰나적이고 섹시하고 쾌락적인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눈물나게 진실한 것일 수 있다. 3 No는 벌거벗고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처지를 선정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밤놀이터 광고에서는 쾌락과 퇴폐와 타락의 요소도 부인할 수 없지만, 저항과 체념의 요소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일 것이다. (오리가 없어졌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동네 어른들이나 아빠들이 잡아먹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9월의 마지막날 우현엄마는 우현이에게 아빠와 함께 시골과 부여박물관에 갔다 오라고 했다. 우현이는 “개짖는 소리 때문에 시골은 싫어요. 서울랜드나 에버랜드에 가고 싶어요. 산학교에 간 다음에 놀이기구를 한번도 못 탔어요. 생일까지는 못참아.”라고 했다. “자기 마음대로 정해서 애나 울리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참 복잡하다! 우현이는 또 “아빠는 왜 내 마음을 몰라줘요!”라고 했다.

<서울랜드>

결국 10월 2일 일요일 10시에 집을 나섰다. 이렇게 놀이공원에 가는 것은 ‘박물관 탐방 계획의 1차 파탄’이다. 서울랜드에 도착해보니 의외로 사람들이 적었다. 코끼리열차를 타고 갔다가 우제와 함께 다시 신용카드를 가져가려고 주차장에 와보니 주차장이 가득차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우현이는 “유럽에 온 것 같아요. 호박들이 할로윈 같잖아요.”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유럽’은 유럽이되 ‘일본식 유럽’이었다. 건물들에도 일본식 건물이 섞여 있었고 기계장치는 거의 일본제였다. 그런데도 “독도는 우리땅” 부스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줄서서 기다리는 건 좀 불편하다.

우현이는 ‘개구쟁이열차’가 “진짜 아슬아슬했어요!”라고 했다. ‘급류타기’는 참 오래 줄서서 탔다. 이런 시간낭비는 휴일에는 어쩔 수 없다. 급류타기 전후에 “수영장냄새가 나요. 날아갈 걸 같았어요. 무서웠어요. 아빠가 꽉 잡았어야 되는데.”라고 했다. 우현이는 “킹바이킹은 별로예요.”라고 하며 안 탔다.

네 살인 우제와 11살인 우현이는 선택항목이 전혀 달랐다. 회전목마는 모두 잘 타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우제는 여러 가지를 탔는데, 우현이는 ‘무지개자전거’ 하나만 탔다. 30분 걸려서 자전거에 탔는데 앞에는 할머니 둘이 정말 느리게 갔다. 뒤의 아빠와 아이는 자꾸 우리 자전거를 받았다. 우현이는 스스로 페달을 밟아서 그런지 재미있다고 했다. 우제는 무엇보다도 동전 넣고 타는 자동차들을 좋아했다. 거기서 자유이용권을 끊는 것만큼 돈을 썼다.

처음에는 놀이공원에 오는게 그다지 내키지 않았으나, 이것도 일종의 ‘박물관’으로 보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놀이공원은 거대한 놀이공장, 놀이병영을 연상시켜서 큰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지만, 관점에 따라서는 달리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놀이공원도 일종의 박물관으로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게다가 평소에 어렵던 것을 아이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체험만큼 좋은 훈련도 없다. 집사람은 한번 와보니까 동선을 어떻게 잡아야 될지 감이 잡힌다고 했다. 동물원은 다음에 보기로 했다. “너 쫓아 다니느라고 내가 늙는다.”고 하면서도 우제엄마는 자기가 좋아했다.

우현엄마의 말로는 요즘 우현이가 야구를 하는데 아이들이 끼워준단다. 인라인타기에 성공한 것과 함께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아이들이 우현이도 뭔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준 것은 사실상 전례 없는 일이다. 우현엄마는 교육은 마라톤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마라톤에도 이력이 붙는지 모르겠다. 교육은 롱런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가 생각난다. 아들의 인생은 깁니다. bravo your life! 광고란 게 참 무섭다.

<포도청2>

이틀후 화요일에 밤 10시가 넘어서 GS마트 근처의 ‘포도청’에 갔다. 또 산학교 아빠들의 번개모임이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의 교사가 ‘아이와 환경을 모두 보면서 기록하고 연구하는 교사’룰 지향한다면, 부모 역시 똑같다. 내가 기록의 문제를 얘기하자, 동현아빠는 기다림과 도가주의적 무위(無爲)(?)를 얘기했다. 다른 학교에서 일부 부모들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발상으로 포트폴리오 작성을 주장한다. 난 뭘하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속성과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또 산학교를 대표하는 개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생활이 곧 교육’이 불충분하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시간을 두고 찾아보자고 했다.

9월 중순의 밤에 초기 산학교의 교육내용을 살펴보던 우현엄마는 말했다. “산학교 교육내용은 현재와 같이 과목별로 분류하기는 좀 힘들기도 하지만 열정은 대단했던 것 같다. 한달에 한번 정도 들살이를 가서 참 많은 곳에 갔다.” (그래, ‘교육은 열정’이기도 하지!) 그 말에 ‘그게 고급정보야. 제대로 자료를 보고 하는 얘기가 고급정보지.’라고 했다. ‘열정’이나 ‘사랑’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만 강조하면 사실 겁난다. “열정”은 있는데 ‘준비성’과 ‘돈’과 ‘전문성’과 ‘통합능력’이 부족하다면, 그것도 문제다.

<친절산업>

교육도 나름대로 친절산업(?)일 것이다. 교육은 요령이다. 맞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은 체험이다. 맞다. 역시 그걸로는 부족하다. 교육은 예술이다. 맞다. 역시 그걸로는 부족하다. 교육은 문화다. 물론 그걸로는 부족하다. 교육은 선물이고 꽝없는 복권이다. 또 교육은 지속가능한 ‘음모’이고 행복의 기획이다. 키노쿠니 학교에서 교육은 체험이라고 했을 때 그 체험은 프로젝트 체험, 주제와 우연을 포용한 체험이다.

상식적으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과 결부된 것은 아니지만 “백년지대계”란 말은 19세기 중국의 경세학자들 사이에서 쓰인 역사적 용어이기도 하다. 《황조경세문편》권84 海防中에서 ‘요영’이 썼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개념의 출전은 선진시대 제자백가서의 하나인《관자》라고 할 수 있다. 《管子:權修》“一年之計, 莫如樹穀; 十年之計, 莫如樹木; 終身之計, 莫如樹人.” “일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한 것이 없고, 십년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한 것이 없고, 평생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만한 것이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은 관자의 말을 현대적으로 옮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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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 2005-10-10 23:28:24 (7년이상전)) 댓글쓰기
학교에서는 시간이 없어 못 읽고 이제야 다 읽었습니다. 우현이는 얼마전까지 저에게 "아침햇살, 지도 보고 영국 이야기하자"해서 몇 번이나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요. 아빠와 다니는 우현이의 박물관여행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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