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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학년 들살이 따라가기
작성자 : ohj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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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5-22 12:48:40 (7년이상전),  조회 : 468
4,5학년에 이어 1,2,3학년 들살이도 아침햇살 차로 출발했습니다. 9인승 차량에 아이들 10명, 아침햇살과 달님 모두 12명이 타고 거기에 여벌신발까지 포함한 배낭과 먹을 음식까지 차안이 꽉꽉 찼습니다. 거기에 풍선처럼 부풀은 아이들 마음까지 터질 것 같았습니다.
무사히 아침햇살까지 가려면 저학년 아이들의 자석배치는 기본이지요. 차안에서의 예의와 서로가 조금은 불편해도 즐겁게 가자고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노래를 틀어주었습니다. 시흥IC를 통과해서 서해안고속도로 타기까지 조금 막혔습니다. 차량사고가 있었더군요. 막히면서 일부 아이들은 장난을 좀 치기도 해서 서로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끼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아 1시간가량 이야기 들으면서 재밌게 갔습니다. 무섭고 재밌는 이야기는 모두 숨 죽이면서 들었고, 말도 되지 않는 엽기적인 이야기를 채륭이의 언변술로 말 되게 이야기를 해서 아이들은 모두 즐거웠다고 합니다. 아산방조제에 오니 아이들이 힘든 가 봅니다. 언제 도착하느냐며 계속 물어옵니다. 11시 좀 넘어 민속외암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민속외암마을은 500년 된 마을로 이정렬일가가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던 곳으로 지금도 예전의 마을모습이 유지되면서 살고 있는 곳입니다. 도착하여 마을견학을 하고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외암마을로 진입하는 다리 앞에는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주는 송덕비와 장승, 솟대가 세워져 있었고,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 밑 개천에서 물고기 떼도 만나면서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마을을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시원한 물레방아와 정자였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마을나이와 같은 500년 된 느티나무에 도착해 나무와 이야기하며 놀았지요. 500년 된 느티나무를 만지며 “나무표면이 쭈굴쭈굴 하게 되어 있어” 그리고 여기저기 나무에 난 구멍을 보고 이야기를 합니다. 나무 위 굵은 나뭇가지에 작은 구멍을 보며 “예전에는 아기 도깨비가 살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나무 밑 둥에 난 큰 구멍은 무엇일까?를 궁금해 하며 이런저런 상상도 합니다. 여기는 작은 아이들이 들어가서 놀았을 거라는 추측도 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옛날 아이들이 어떻게 놀았을까를 상상도 하며 이야기합니다.
외암마을 가옥들은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참봉댁, 종손댁, 송화댁, 영암댁, 신창댁 등의 택호가 정해져 있었고, 외암마을의 살림집은 한식 기와집, 초가집을 비롯하여 벽돌기와집 등 다양한 구조형태의 집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기와집과 초가집들의 건축양식을 모양을 보기도 하고, 집 앞으로 물이 흐르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이 물길은 인위적으로 터서 마을 안을 통과하도록 만든 물길이며 마을 내 여러 집들을 통과하면서 생활용수로 쓰이기도 하고 마당을 지나면서 연못을 만들어 아름다운 정원을 꾸며주기도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집들 사이에 돌담길도 정겹고, 돌담 밑에 들꽃도 예쁘게 피워있었습니다. 돌담과 꽃들이 너무 예뻐 문주와 세희는 손을 꼭 잡고 거닐더군요. 한 폭은 그림이더군요. 혜원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메꽃을 보며 예쁘다고 좋아합니다.
외암리의 대부분 살림집들은 돌담 안에 공터를 텃밭으로 이용하고 담 안으로 밤나무, 호도나무, 감나무 등의 유실수나 정원수를 심어 두었기 때문에 나무들이 푸르고 울창하여 마을길이 숲속 길처럼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은 공기가 너무 좋다고 합니다. 자동차 매연이 없어서 그렇고, 나무가 많아서 공기가 맑다며 크게 공기를 들이마십니다. 아침햇살과 저도 한마디 거들었지요. “여기서 살면 아주 걱정이 없을 것 같아”라고 하니 아이들도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는 난 싫어”라며 문주는 말합니다.
여기저기 돌면서 마당 앞에 있는 연자방아를 보며 아이들은 신기한 듯 한번 씩 해 봅니다. 집 앞에 있는 돌탑에서도 하나둘씩 와서 아이들은 돌을 던져 놓으며 기도를 합니다. 종은, 수빈, 혜원, 우현이는 아주 한참을 기도를 올립니다.
한참을 서서 눈을 꼭 감고 있어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어보니 수빈이만 말해 줍니다. 세 가지 소원을 빌었는데 첫째는 우리 가족모두 같은 날 함께 죽었으면 좋겠고, 두 번째 소원은 엄마, 아빠 하는 일 잘 되었으면 좋겠고, 세 번째는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 달라고 빌었다고 합니다. 수빈이 생일인 오늘 수빈이의 가족사랑은 언제나 한결같이 대단합니다.
채륭, 자령, 영태, 광연이는 앞으로 앞 찔러 뛰어다니기 바쁩니다. 12시가 넘어서인지 모두 배가 고프다고 난리였습니다. 점심을 먹을 곳을 정하고 차로 가서 도시락을 가져왔습니다.

마을 앞 정자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모두 둥글게 모였습니다. 부모님들이 정성껏 싸준 도시락을 아이들은 흐뭇하게 펼쳐 놓으면서 내 것 먹으라며 계속 입에다 넣어 줍니다.
혜원이는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꼬마김밥을 입에 넣어주고, 수빈이는 계란말이로 말아진 오무라이스를, 채륭이 먹음직한 돈까스, 영태의 돌돌 마른 꼬마김밥, 자령이의 동글동글 예쁘게 빚은 주먹밥, 광연이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김밥, 문주의 새콤한 유부초밥과 김가루 주먹밥, 세희의 넉넉한 김밥, 우현이의 동그랑땡, 종은이의 김밥까지 모두 먹으니 제가 싸온 도시락은 미처 먹지도 못하였습니다. 거기에 간식까지 모두 나눠 먹었습니다. 채륭이는 넉넉하게 빵을 가져와 모두 골고루 나눠주면서 넉넉한 웃음을 보이는 모습이 너무 귀엽더군요. 역시 여럿이 도시락 까먹는 재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이 좋습니다.
배불리 먹었으니 놀아야겠지요. 아이들은 먹은 도시락을 정리하고 슬슬 개천으로 내려갑니다. 물 만난 아이들은 하나둘씩 운동화와 양말 벗어 던지고 긴 바지도 정강이까지 쭉쭉 올리고 물에 들어갑니다. 조금 깊은 곳을 찾아 밑으로 들어갑니다. 채륭이 자령이 광연이를 선두로 밑으로 내려가고 뒤따라 혜원이 수빈이 영태가 들어가더니 수빈이와 혜원이는 개헤엄도 치고 재밌게 놉니다. 종은이도 슬슬 들어가지만 겁도 나고 바지 젖는다고 바지만 자꾸 올려달라고 합니다. 영태도 겁이 좀 나는지 따라가다가 형아들에게 물세레를 받아 한번 울었지요. 문주와 세희는 시원한 풍경을 벗 삼아 무슨 할 이야기가 많은지 바위위에 편히 앉아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물에서 한참을 놀고 나온 아이들은 에너지가 더욱 충전되어 하천으로 흘러내리는 물레방아에 모두 모였습니다. 물레방아를 한참을 보고 원리를 터득했는지 남자아이들은 계속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잡고 고정시키고 나무 칸에 세 칸, 네 칸씩 물을 가득 채운 다음에 물을 쏟아 폭포를 만들면서 놀았습니다. 밑에서는 쏟아지는 물 폭포를 맞으며 영태, 혜원, 수빈, 종은이는 좋다면 환호성을 칩니다. 일명 물레방아는 ‘물레방아 목욕탕’으로 변신되고 말았지요. 저보고 도와달라고 하며 다섯 칸까지 물을 채워 물 폭포를 만들며 놀았습니다. 노는 모습을 보며 아침햇살과 저는 “너희들이 너무 부럽다”라고 하니 1학년들은 달님도 큰아이라며 들어오라고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세희와 문주도 못 참겠다며 물레방아 목욕탕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1시간 이상을 물레방아와 놀고 아이들은 물레방아 위로 흐르는 수로를 찾아 댐을 만든다며 영태, 채륭이, 자령이, 광연이는 돌을 주워와 댐을 만들면서 놀았습니다. 영태는 수로 안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형아 들이 날라 온 돌로 댐을 건설했습니다. 우현이는 사진을 찍고 있는 저를 슬금슬금 따라 다니더니 장난을 걸어봅니다. 입에 물을 한가득 담아 저에게 뿌리고 냉큼 도망갑니다. 뒤따라 저도 했더니 재미있다며 계속합니다. 저도 시원하고 재미있어 같이 놀았지요.
위쪽 야산으로 올라가니 널뛰기와 그네가 놓여진 편안하고 시원한 곳이 있더군요. 아이들을 불러 오고 널뛰기와 그네를 탔습니다. 그네는 예전 춘향이가 탔을 만한 멋진 그네에 아이들은 폭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수빈이와 혜원이가 그네를 타며 춘향이가 된 것 같다며 좋아해서 이몽령이 어디서 숨어 보고 있을 거라며 말해 주니 더욱 신나게 그네를 탑니다. 내려가 문주와 세희도 불러오고 채륭이, 종은이 광연이까지 왔습니다. 그네를 돌아가면서 신나게 타고 널뛰기도 해 보았습니다. 광연이는 저와 한판 하다가 나가떨어지고, 채륭이도 널뛰기를 함께 하다가 조금 다쳐서 달님 같은 사람하고는 널뛰기는 다시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외암마을에서 세 시간 정도를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추운지 젖은 옷을 갈아입고 차에 올랐습니다.

아침햇살 집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모두 모였습니다. 아침햇살 집에 오면 주의사항을 항상 들어야 합니다. 마당에 풀이 많이 자라 혹여 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침햇살이 걱정을 했습니다. 주의사항 첫째, 여기는 무공해청정지역이라 뱀이 있을지도 몰라 풀이 많은 곳은 들어가지 말고 운동화를 꼭 신고 다니자. 둘째, 2층의 난간이 위험하니 교사와 함께 2층에는 올라가야 한다. 셋째, 여기는 민박집이 아니고 아침햇살과 남편의 집이라 집에 있는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말자. 이 세 가지 주의사항을 아침햇살이 말씀하여 주셨고, 아침햇살이 혹여 뱀이 있을지 모르지 백반을 모두 뿌리고 뱀을 몰아내고 온다고 말하니 아이들은 모두 아침햇살 힘내라고 합니다.
오늘일정은 외암마을에서 많이 놀아서 편하게 집에서 놀고 이르게 모닥불 피워 고기 구워 저녁 먹고 수빈이 생일잔치를 하자고 했습니다. 아침햇살이 뱀을 모두 쫓고 나서 우리는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여자아이들과 저는 마당 잔디에 앉아 풍경도 즐기고 토끼풀로 반지, 목걸이, 팔찌, 왕관을 만들며 놀았습니다. 수빈이 생일이라 토끼풀로 왕관을 만들어야 했고, 우리 문주는 왕관 만들어 준다고 약속하고 왔고, 혜원이도 만들어 달라며 토끼풀을 뜯어와 저에게 주었지요. 1시간이상을 잔디에 앉아 만들었습니다. 광연이와 종은이도 네잎클로버를 찾으며 같이 놀았어요. 그리고 남자아이들 일부 자령이, 채륭이, 영태, 우현이까지 막대기를 하나씩 잡고 ‘발포하라’를 외치며 아침햇살 집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순신놀이는 저번 들살이에서 놀았던 것과 여전합니다. 남자아이들은 고학년 형아 들이 없는 이번 들살이가 모두가 내 세상인 것 같은지 막대기 놀이에 정신없습니다. 아기자기 꽃도 보고 풍경도 즐기면 좋을 만도 한데 전쟁놀이에만 열심입니다.

이르게 아침햇살이 모닥불을 피우고 저는 저녁준비를 했습니다. 모닥불 피우는 동안 아이들에게 수빈이 생일카드를 만들라고 했더니 문주와 세희가 먼저 만들고 종은이는 혼자서 열심히 정성껏 만들더군요. 수빈이가 동생이긴 해도 친구 같기도 한 종은이의 마음이 모두 보였습니다. 잘 되지 않는다고 밥하는 저에게 도와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밖에서 모닥불 피우는데서 놀기에 바쁩니다. 나무 태워 목탄 만들어 그림 그리고, 나무에 종이 말아 불을 붙여 휘두르면서 놀아 위험하기도 해서 말리기도 했더니 모두 대문 밖으로 나가 킥보드를 타고 놉니다. 고기가 하나씩 구워져서 혜원이 수빈이 영태 광연이를 먼저 먹였더니 광연이는 아이들 생각이 났던지 모두 불러왔습니다. 역시 모닥불 피워 구워먹는 고기의 맛은 일품이지요. 고학년들보다 더 먹었습니다.
먹은 저녁을 치우고 부지런히 수빈이 생일잔치를 했습니다. 수빈이가 원해 밖에 잔디에서 생일잔치를 하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가든파티라며 좋아하더군요. 수빈이는 한 달 전 부터 아침햇살 집에서 생일잔치하게 되어서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잔디 위 높은 탁자위에 무지개떡 케잌을 놓고, 수빈이 엄마, 아빠가 보내주신 수박과 방울토마토를 놓았지요. 빨간 수박을 보니 아이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생일잔치도 하기 전에 연신 수박으로 손을 가져갔습니다. 한편에서는 개구쟁이 두 놈이 한바탕 싸워 시끌벅적하게 생일잔치를 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자꾸 꺼지는 촛불에 불을 연신 붙여가며 생일축하를 목청껏 불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수빈이 어머님이 써 주신 편지를 읽어 주었습니다. 편지는 모두 잘 들었습니다. 주옥같은 수빈이 사랑하는 글을 읽으면서 저도 목이 메여옵니다. 시끌벅적하게 생일잔치를 했지만 그래도 주인공인 수빈이의 환한 얼굴이 보기 좋습니다.

밥도 먹고 생일잔치도 끝내고 모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침햇살과 뒷정리를 하는 동안 안에서 아이들은 또 시끌벅적하게 놉니다. 장소와 시간의 구분 없이 놀고 떠드는 아이들을 모이게 하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들살이도 학교수업의 연장이고 오늘 하루를 지내면서 느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에게나 친구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예쁜 말을 쓰지 않고 듣기 거북한 말을 사용하는 것, 여기는 우리만 있는 곳도 아니고 동네 어른신도 있는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떠들면서 노는 것, 모닥불 놀이에서 위험한 행동에 대한 우려, 생일잔치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즐거워야 할 시간에 조금씩 양보 못하고 싸움한 것, 놀이와 장난, 수업에 대한 경계가 없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일부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모두 잘못한 것 같다고 합니다.
방에 어질러 놓은 짐들을 정리하게 하고 차분히 하루를 정리 해 보기로 했습니다. 3학년들은 하루 생활글을 써 보고 1,2학년은 하루 일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모두 외암마을 하천에서 놀았던 물레방아를 멋지게 그려 보았습니다. 채륭이는 기와집의 건축양식을 섬세하게 표현해서 매우 놀라웠고, 혜원이는 물레방아를 영태는 물레방아에서 쏟아지는 폭포를 실감나게 그려냈습니다. 문주는 편안한 외암마을의 하천풍경을 그렸고, 수빈이는 생일로 기쁜 마음을 표현했고, 종은이는 물레방아에서 노는 아이들을 그렸습니다. 모두 외암마을 하천에서 놀았던 기억이 생생한 가 봅니다. 하고 싶은 아이들만 ‘콩 받아라’라는 공동체 놀이를 하고 모두 자기로 했습니다. 아침햇살이 밖에 별이 너무 예쁘다고 했지만 문주와 세희는 잔다고 방으로 들어가 잠옷으로 벌써 갈아입고 있었고, 나머지 아이들도 밖으로 데리고 가기에 쉽지 않아 별보는 것은 아쉽지만 포기를 했습니다.

10시가 되어 거실에 남자아이들은 잠들었고, 안에서는 문주와 세희가 누워 자고 있고, 수빈이와 혜원이는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문주는 피곤하다며 일찍 자자며 재워주기를 기다린 것 같은데 세희언니와 함께 자고 있더군요. 동생들에게 밀려 있는 문주가 마음에 많이 남았습니다. 문주도 어린데 동생들 틈에서 언니노릇을 해야 하는 문주가 의젓해 보이기는 해도 한편으로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그래도 세희언니가 있어 문주가 행복해 보였습니다. 수빈이와 혜원이는 저를 가운데 두고 오늘은 달님이 엄마라며 재워 달라 발을 비비고 옆으로 꼭 붙어 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수빈이는 5분도 되지 않아 잠들고 낮잠을 한잠 잔 혜원이만 말똥말똥합니다. 쉽게 잠이 들지 않을 것 같아 달님은 샤워를 하고 온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아침햇살과 하루평가를 하고 긴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수빈이가 2시에 일어야 무서운 꿈을 꾸었다며 자꾸 생각이 난다고 울어 토닥토닥 한참을 해 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잠들었는데, 5시가 되기도 전에 밖에서는 웅성웅성합니다. 개구쟁이 남자아이들 일부가 깨워 놀고 있더군요. 함께 있어 좋은지 웃고 떠들고 있습니다. 모두 자고 있으니 조용히 하라고 해도 여전합니다. 들살이는 일상속의 생활을 함께 하고 서로의 정도 쌓아 좋지만 그래도 모두가 새벽잠을 설쳤지요. 7시가 못되어 우현이만 빼고 모두 일어났습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 치우니 8시밖에 되지 않더군요. 아침햇살과 아이들이 이렇게 에너지가 많으니 산에 데려가자고 했습니다.
산에 가자고 하니 모두 울상이지요. 교사들이 앞장서서 데리고 가면서 산길에 핀 들꽃도 보고 조용히 산속의 소리도 들어보자고 하니 모두 심드렁합니다. 올라가는 길에 돌이 많아 아이들 하나둘씩 돌을 던져 기분을 풀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산에 올라 소리 지르고 싶으면 마음껏 질러 보라고 하니 아이들은 목청 높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학교에서도 소리를 잘 지르는 영태가 가장 크고 세희까지 모두 소리를 질러 보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에서는 주르르 미끄럼 타듯이 잘도 내려갑니다. 내려와 시원한 수박을 먹고 곤장 냇가로 내려갔습니다.

아침햇살을 따라 아이들은 내려가고 저가 좀 늦게 내려갔는데 아이들 냇가로 가는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따라 갈 수가 없더군요. 모두 놀기 선수들입니다. 가면서 청둥오리도 만나고 논가에 모내려고 못자리 해 놓는 것도 보이고 경운기도 만나니 시골풍경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냇가에 도착하여 물놀이를 또 습니다. 외암리 개천보다는 물이 적고 돌들이 많아 아이들이 잘 놀지는 않았지만 수서생물들도 보고 개구리도 잡아 주니 종은이와 영태는 눈이 반짝반짝합니다. 고동이 아주 많아 아이들은 고동을 따면서 놀았습니다. 저와 자령이 세희 문주는 물싸움을 한판 진하게 하며 놀았지요. 수빈이와 혜원이는 한참을 고동을 따더니 젖은 옷이 춥다며 집에 언제 가자면 울상입니다. 오늘은 좀 이르게 물에서 나왔습니다. 혜원이 수빈이를 데리고 먼저 가려고 하니 영태만 빼고 모두 따라 나섭니다. 영태는 잡은 고동을 한 곳에 집을 마련해 놓고 왔다면 자랑합니다. 오면서도 젖은 양말로 아스파트 길에 발바닥 찍기를 하면서 옵니다.
12시경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좀 놀았습니다. 남자애들은 킥보드도 타고 전쟁놀이가 질리지도 않은지 올 때까지 했습니다. 종은이는 위험한 것을 잘도 발견하여 놀고 있고, 문주와 세희는 들살이를 마무리 하는지 시원한 곳에 의자를 놓고 편안하게 앉아 이야기 합니다. 수빈이와 혜원이도 잔디에 앉아 정겹게 놉니다. 1시 30분부터 옷 챙겨 배낭에 넣고 마당에 모두 모여 앉아 있더니 모두 차로 가서 탑니다. 2층 구경은 마당에 있는 아이들만 함께 보고 학교로 출발했습니다.

차안에서 아이들은 들살이가 모두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실컷 놀았던 것 같습니다. 차안에서 빵과 우유로 간식을 먹고 하나둘씩 잠이 듭니다. 모두 피곤들 했을 텐데 한참을 떠들다가 잠이 들더군요. 끝까지 자지 않을 듯 하던 영태도 잠들었고, 우현이만 틀어 놓은 백창우 테잎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 부르는 우현이가 너무 귀엽고 듣기 좋았습니다.

4월 전체 들살이에서 5월에는 저학년, 고학년 들살이 했는데 모두 자기 판이라 아이들은 잘 놀았던 것 같습니다. 들살이는 일상 속에서 함께 자고 먹고 아이들과 함께 하루의 흐름을 따라가 보니 학교에서 보이지 않은 더 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아이들과 교사와 그리고 아이들 간의 관계와 정도 쌓아갔지만, 함께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가 부족하고 잘못된 생활습관들이 많아 보입니다.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대안학교의 장점을 살려 하나하나 고민하며 풀어가야겠지요. 언어의 문제도 고학년과 마찬가지로 심각성이 있습니다. 아이들 언어가 아닌 인터넷과 텔레비전, 만화책의 영향을 받은 바르지 못한 비속어들이 일상 아이들 놀이와 언어들 속에 묻어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했어, 사회적 환경 때문이야, 요즘 아이들은 모두 그래’라고만 고민하기 보다는 학교에서나 집에서도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요.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침햇살과 1학기에 저학년들의 교육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이 있는 들살이였지만 아이들은 넓고 편안한 대자연에서 마음껏 호흡하며 놀아본 시간 이였습니다.
아이들이 누려야 할 아이들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자유와 자율의 끝은 책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유가 아닌 우리의 책임으로 주워진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인식되어지고 훈련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의 시작과 실천은 바로 어른들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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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 ( 2005-05-23 10:05:11 (7년이상전))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봄맞이 ( 2005-05-23 15:23:36 (7년이상전)) 댓글쓰기
고생 많으셨습니다. 1,2,3학년들 정말 만만치 않았을텐데....그리고 한편의 비디오를 보는것처럼 올려주신 글도 감사합니다.
빨간콩 ( 2005-05-23 17:17:0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채륭이도 넘 좋았나봐요. 목이 다 쉬어가지고는...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황어 ( 2005-05-27 10:18:38 (7년이상전)) 댓글쓰기
기나긴 글 잘 읽었습니다. 생활속에서, 글속에서 정성과 마음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아이들은 참행복했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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