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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듯한 하루 - 학고재미술관과 아이들의 그림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14 23:38:12 (7년이상전),  조회 : 416
시간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미술표현교과의 주제에 충실하기 위해, 아이들의 에너지를 최소화하자는 생각으로 제 차에 아이들 12명을 태우고 온수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1호선을 타고 종로3가에서 3호선으로 바꿔타고 안국역에서 내려 경복궁 앞까지 긴 길을 걸어서, 씀바귀선생님이 오시기까지 30분을 길에서 놀고....

저는 달님에게 씀바귀선생님의 미술관 수업에 대해 들었기 때문에 무척 기대가 됐었지요. "
"조선후기 그림의 기와 세"라는 제목이 붙은 전시회를 보고 경복궁 옆 민속박물관 앞에서 뒷작업을 하는 게 오늘 수업의 내용이었습니다.

'학고재'미술관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지요. 대학생들의 강의도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한 명도 없었고 우리 아이들은 많은 어른들의 관심대상이었습니다.
단원 김홍도와 겸재 정선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기분이 들떴는데 씀바귀선생님의 설명과 아이들과의 수업내용을 들으며 달님이 왜 그렇게 좋은 수업이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씀바귀선생님은 전시관 안의 많은 그림 중 대여섯 개를 골라 아이들을 그 앞에 앉게 하고 설명도 하고 질문도 하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그리고 그림에 나타난 사물도 찾아보게 하고 사용된 수묵화의 선, 색의 명암, 사물의 크기 비교, 느낌 등을 아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상상해보도록 했는데 사실 아이들 대답이 그렇게 훌륭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아이들다운 대답이었지요.
하지만 겸재정선의 "박연폭포"그림 앞에서는 아이들도 어떤 느낌이 오는 듯(이 그림은 꽤 유명한 그림이지요?)선생님의 질문에 꽤 많은 대답들이 오고 갔지요.
마침 대학생들의 강의가 끝났고 많은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시선이 집중되었지요.
어느 신문기자인지 아이들의 모습을 계속 스케치하기도 했고 그림을 찍던 비디오카메라도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갔죠.

박연폭포의 힘찬 물결이 느껴지는 이 그림은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소재였죠.
아이들은 폭포 위의 바위와 똑같은 모양의 폭포 아래에 있는 바위에 흥미를 가졌지요.씀바귀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폭포 아래의 정자와 그 곁에 사람 셋, 굵은 선의 나무와 절벽 그림 등을 하나하나 찾아내게 했고 그 느낌을 물었지요. 주위가 소란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받아적지 못했는데 대충 이런 거였어요.

"이 그림을 보며 한 번 상상해 보자."
"두 바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니?"
- 위에 있는 바위에게 다이빙하라고 하는 거 같애
- 위에 있는 바위가 밑에 있는 바위에게 나도 내려갈까 하는 거 같애
- 위에 있는 바위가 물결에 떨어져 내릴 것 같애


"여기 세 사람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할까?"
- 사람 셋이서 저 바위 참 묘하네
- 아니, 나는 저 사람들은 물결을 가리키는 거 같애

그리고 하얀 물줄기를 나타내기 위해 그린 절벽의 어두움, 폭포를 나타내기 위해 그린 사람과 정자의 크기, 큰 나무를 나타내기 위해 그린 작은 풀들에 대한 설명이 계속 이어졌고 주위의 어른 누군가가 이 그림에 대한 선생님의 느낌을 질문했는데 폭포를 직선으로 표현한 약간의 과장과 솔직함이 아이들의 마음과 잘 어울리고 닮았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어른들 때문에 조금 시끄러웠고 수업을 계속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죠.
아이들 때문에 작품이 훼손될까봐 아이들의 방문을 싫어할 지도 모른다는우려와 달리 관장님은 우리에게 매우 친절했고 저는 아이들 덕분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배가 너무 고픈 아이들을 위해 얼른 점심을 먹으려고 민속박물관 옆의 정자로 갔는데 거긴 점심먹는 게 금지돼 있어 한참을 걸어 경복궁 옆에 가서 도시락을 먹고 뒷작업을 위해 민속박물관으로 다시 와 씀바귀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준비해온 공책에 붓펜으로 초가정자와 활짝 핀 벚꽃을 그리게 했는데 처음에 하기 싫다고 하던 아이들은 저를 얼마나 감동시켰는지요. 어떤 아이는 앉은 자세로 또 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렸는데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소풍을 와서 지나가며 한마디씩 하는데도 꿈쩍도 않고 그림을 그렸어요. 또 놀이마당의 탈춤을 배우는 이백명 남짓의 아이들의 시끄러운 음악과 몸동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서도 선생님은 아이들의 그림을 보며 미술관에서 본 그림과 비교해 명암과 사물의 크기등을 설명해주고 아이들은 그걸 잘 받아들여 그림에 반영하였죠.
저는 캠코더로 아이들의 그림을 또 그리는 모습을 캠코더로 담아냈구요.
지난 번의 나비그림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지요. 우현이는 전차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그걸 그렸지만 끝까지 자기 그림을 완성해서 칭찬을 받았지요.

다른 일정으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민속박물관을 보려던 계획을 바꾸어 아이들은 마당에서 두 시간 가까이 놀았지요. 모두 한데 어우러져 정자를 중심으로 오르고 내리고 몸으로 노는 모습을 보며 미술관 관람에 그림그리기에 온 정력을 쏟았으니 놀만하다 싶어 참견않고 그냥 두었는데 저는 할 일이 없더라구요. 작은 애들 같으면 함께 놀자 할텐데 몸놀이에 낄 수도 없어 여러가지 모습을 캠코더에 담다가 소풍온 아이들이 대충 돌아가 민속놀이판에 가서 다시 한 시간 정도 놀다가 결국 3시 30분이 되어 돌아왔는데 학교에 오니 5시 15분.
동생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차려진 동현이의 생일상에 모여 생일잔치를 하고.
오랫동안 기다리던 채륭이랑 종은이가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자꾸 음식을 집어먹는 바람에 형들이 말리느라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엄마아빠의 이야기와 편지까지 다 듣고 맛있는 음식 먹고.
하루가 후딱 가 버렸지요.

김밥 대신 도시락 맛있게 먹었고, 남자아이들이 하현이누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한(노는 거라고 말했는데도) 우현이가 형들에게 자꾸 따지는 바람에 그걸 설득하느라 한참 걸리기도 했고, 투호던지기가 잘 안되고 굴렁쇠도 못해 너무 속상해 엉엉 우는 우현이를 달래서 굴렁쇠를 가르쳐주는데 성공한 한동이형의 멋진 마음도 있었고, 물론 돌아오는 길엔 아이스크림이나 마실 것 하나씩을 안겨주어야 했지만 약속 대로 전철 안에서는 지난 번처럼 떠들지 않았고, 먼 길을 불평하나 않고 걸어준 우리 아이들 12명. 오고 가고 제가 혼자 데리고 다녀왔는데
자꾸자꾸 좋은 점이 늘어나서 요즘 칭찬을 많이 받는답니다.

저도 조금은 힘이 들지만 좋은 전시회 보고 많이 걸어서 참 좋습니다. 덕분에 몸무게가 줄어 몸이 가벼워져서 더욱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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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 2005-04-15 10:48:28 (7년이상전)) 댓글쓰기
이런 전시회가 있었군요. 부러워라..저녁에 동현이가 씀비귀는 참 유명한 거 같애. 모르는 사람이 없어.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유명하고 훌륭한 선생님 한테 배워서 너는 너무 좋겠다"했더니 씩-웃습니다. 동현이는 무척 힘들었는지 ''직장다니는 사람들은 참 힘들겠다''하면서 아침에 못일어나더군요. 동현이 공책을 보니 멋진 수묵화...그게 벗나무였군요. 선생님들 너무 고생하셧어요. 몸무게까지 주시다니..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 참 멋져요. 봄 날처럼 따뜻한 소식,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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