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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이 났어요.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20 23:07:52 (7년이상전),  조회 : 506
하루열기를 하고 난 후 창가에 서서 1,2학년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령, 광연, 중동이가 달려와 꽃씨를 뿌린 화분을 들여다 봅니다.

광연 : 1개 2개, 3개, 4개
자령아 네 것도 나왔어. 축하해 자령아.
준동 : 내 건 많이 나왔어.
근데 아침햇살, 저건 물이 고였어.
자령 : 맞아 채륭이 건 물이 고였어.
아침햇살 : 왜 물이 고였지?
준동 : 물빠짐이 안돼서 그래.
자령 : 좋은 흙을 못 만들어서 그래.
준동 : 한련화는 네 개나 나왔어.
자령 : 꽃고추는 고추모양으로 잎이 나왔어.
광연 : 박영태 것보다 역전이야.
아침햇살 : 똑같은 날에 심은 똑같은 봉숭아인데 왜 하나는 더 많이 났을까?
광연 : 글쎄 잘 모르겠는데.
(아침햇살은 알려줄까 하다가 다음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고 그만 둡니다)

꽃씨 한 가지씩 골라 뿌린 아이들은 요즘 이렇게 매일 화분을 들여다 보며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고 잎이 다른 모양을 비교도 하고 무지무지 좋아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싹이 나오면 제게 달려와 보고를 합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아주 감질나게 하나씩 싹이 트는 꽃들을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며 제 마음도 흐뭇해집니다.

어른이 되며 해마다 꽃씨를 뿌리기 시작한 건 제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아파트에 살 땐 화분에 한두 개씩 싹을 틔웠는데 시원하게 생각대로 자라주질 않아 아쉬웠고 10여년 전 주택으로 옮긴 후엔 좀 더 많은 씨앗을 뿌리고 예쁜 꽃을 피우며 저희 아이들과 기뻐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해마다 꽃을 심고 싶었던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며 저는 그것이 어렸을 때 해마다 부모님이 가꾸던 꽃밭에 대한 향수라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아버지는 삽으로 흙을 파고 어머니는 저와 동생과 함께 꽃씨를 뿌렸지요. 그래서 버릇처럼 봄이 되면 꽃씨를 뿌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구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피었습니다. "
하는 노래를 그래서 지금도 좋아합니다.
그리고 시골집이 생기면서 꽃을 가꾸며 삶에 큰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고 올해는 산학교에 아이들과 꽃씨를 뿌리며 얼마나 큰 기쁨을 맛보고 있는지요.
더구나 아이들이 저의 기쁨에 동참을 하고, 그 씨앗들이 자라 피우게 될 꽃들을 기다리는 모습이 여간 보기 좋은 게 아닙니다.

오늘 3,4학년은 자기가 심은 것 외에 다른 친구들이 심은 새싹을 관찰하고 그리기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자기 것만을 고집하며 다른 아이들것은 그리고 싫다고 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꽃을 모두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더니 어느 새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새싹을 그렸지요. 그리고 저는 다 그린 후 아이들에게 느낌을 물었지요.

자령 : 새싹이 종류가 여러가지 모양인지는 진작 알았어. 그런데 해바라기가 너무 커서 작은 싹들은 확인하기 힘들었어.
세희 : 내가 심은 게 이렇게 나올 줄 몰랐어.
서영 : 내 싹이 씨앗은 아주 조그마한데 큰 싹이 나오니까 신기했어.
광연 : 좋았어. 재미있어.
준동 : 싹이 어제보다 커졌어.
우현이는 이 때는 대답을 안했지만 나중에 자기가 심은 채송화는 싹이 1미리라고 하구요.
그리고 싹마다 다 색이 틀리다는 얘기도 하고 물빠짐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도 하고.

흙을 날라다가 꽃밭을 만들고 좋은 흙(꽃씨가 자라는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연탄재와 퇴비와 밭흙을 잘 섞은 흙을 우리 모두 함께 만들었는데 제가 이걸 좋은 흙이라고 이름붙였는데 아이들이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을 만들어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는 과정까지 긴 시간을 기다린 우리 아이들. 앞으로 줄기가 더 커지고 잎이 자랄 때마다 탄성을 지를 모습에 저도 덩달아 기대가 되는 요즈음입니다.
2학년 문주는 고학년들이 주제학습하는 게 얼마나 부러운지 몇번이나 "나도 주제학습 하면 안돼?" 하고 물어봅니다. 화일을 하나 만들라는 제 말에 "그래도 따로 하면 재미없잖아"하며 불평을 하는데 문주의 기대감은 3학년을 더 기다리게 해줄 것이기에 잠깐 잠깐의 시간을 통해 아쉬운 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요.
5학년들이 주제학습시간에만 주로 수업을 하는 반면 3,4학년은 매일매일이 수업의 연장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금요일 도서관에서 떡잎에 대한 조사와 꽃이 진 후 알뿌리의 관리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고 해도 흔쾌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얼마 후면 아이들은 잘 자란 꽃모를 화단에 옮겨심게 되겠지요.
그리고 꽃도 피우게 될 거고.
학교마당엔 벛꽃, 목련꽃, 배꽃도 피고 앵두꽃도 예쁘게 피어나지만
그 꽃들은 아이들 스스로 심어 자라나는 새싹에 대한 관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예쁜 꽃이라 해도 스스로 해 내고 있다는 기쁨에 견줄 것이 못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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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 2005-04-21 14:58:53 (7년이상전)) 댓글쓰기
광연아 좋겠다
떡볶이 ( 2005-04-21 15:25:3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우현이 공책에 채송화 싹이 107개 났다고 쓰여 있었다. 우현아 그걸 진짜 다 세어본거니? 노루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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