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548
Total : 1,023,892
"회의"!
작성자 : plantinoid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22 11:28:15 (7년이상전),  조회 : 275
우현이는 화요일 가정방문을 "회의"였다고 했지요!
따뜻한 말씀이 많았는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고맙습니다.



















----------------------------------
'코스모스'는 마음속에......!

<도처에 프랙탈 구조가 보인다>

4월 19일 화요일, 4⋅19민주혁명 45주년 기념일. 이 몸이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려고 버스를 탔다. 전철에 물건을 놓고 내린 것이 생각나서 광화문 전철역으로 갔다. 버스를 내려 바라본 교보빌딩에는 “누가 뭐래도 사람이 중심입니다! 그 마음이 광화문에 횡단보도를 만들었습니다 Hiseoul”라는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저건 누군의 목소리일까. 대통령을 꿈꾼다는 누군가의 목소리일까. 그렇다면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대도 크고 우려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개발주의의 화신이었던 인물들이 ‘생태’와 ‘사람’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나 보다. 따지고 보면 세상이야 예나 지금이나 닮음꼴인 면도 있겠고 변한 것도 있겠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중심입니다!”라는 말을 읽어보면서 불현듯 ‘프랙탈구조’라는 말이 생각났다. 부분의 구조가 전체의 구조와 동일하고 부분과 전체 간에는 같은 구조가 무수히 반복된다는 프랙탈 구조론(맞나?)은 이른바 카오스 이론의 한 항목이다. 이 논리가 맞든 안 맞든 우리는 도처에서 프랙탈 구조를 본다. 도시에 들어서면 도로망이 실핏줄처럼 뻗어 있는 것이 마치 자동차 본네트를 열었을 때의 느낌과 같다. 아파트 현관이나 중소주택의 현관에 들어설 때도 자동차 본네트를 열었을 때의 느낌이 아주 없지는 않다. 거의 꾸미지 않은 않은 집안은 기계적인 느낌이 강하고 생태주의적 처치를 가한 집안에서는 그 정도가 좀 약할 뿐이다. 현대인은 기계화학도시 문명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기계와 더불어, 화학물질과 더불어 산다. 그렇다 보니까 그 편리함과 해독을 동시에 맛보며 살아야 한다.

그래, 기계화학도시 문명을 구성하는 아파트문화와 자동차문화, 그리고 텔레비전문화에 찌들어(?) 살아도 영원한 ‘자연’인 몸에게 필요한 대자연과 그것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다. 기계와 화학물질과 도시가 반드시 천지자연과 상극이고 적대적 모순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기계화학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몸만 산속으로 들어가 자연속에서 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사람들이 도시 문명을 만들어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비관적인 관점에는 출로가 없다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물건을 잃어버려서 찜찜했던 기분이 좀 나아졌다. 유실물센터에는 내가 잃어버린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청소하시는 분들도 버린 것 같다. 결국 완전히 잃어버린 모양이다.

0243호 인천행 전철의 1441호칸에 탔다. 엇, 여기에도 프랙탈 구조가 보인다. 자동차 본네트 속과 같은 기계장치안이군! 실없는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창밖을 내다보다가 올려다 보니 긴 의자 위의 천정 모서리에 다른 광고는 없고 “공익광고” 하나가 붙어 있었다.

“① 참을성 없던 내가 열 달을 기다렸다.
② 병원에서 너를 기다리면서 처음으로 기도란 걸 했다.
③ 네가 태어났을 때 나도 태어났다.
④ 처음 아빠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⑤ 무뚝뚝한 내 얼굴에 하루종일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⑥ 첫걸음 떼기를 기다렸다.
⑦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빠하고 달려와 안겨주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⑧ 너를 안으면 하루의 모든 근심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⑨ 학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⑩ 다음날이면 너는 학생, 나는 학부형이 되는 날이었다.
⑪ 입학하기 전날 밤 나도 설레임에 잠을 설쳤다.
⑫그런데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싸운 것도 아닌데 조금씩조금씩 서먹서먹해져 버렸다.
⑬ 그토록 기다렸던 너였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인데,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⑭ 나는 아빠다.
⑮ 당신의 아이가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 공익광고협의회 한국방송광고공사” (번호는 필기자가 임의로 붙인 것임)

10여년의 경험을 이렇게 14줄로 표현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 수긍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진짜 경험에서 나온 말일까, 내 느낌과 경험과는 차이가 좀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⑮번 문장은 이 글의 ‘주제’ 내지는 ‘제목’에 해당되는 것이다. 문장이 좀 이상하군. “당신의 아이는 당신이 먼저....” 이렇게 시작해야 자연스럽지 않은가. ‘아이와 부모의 대화와 의사소통’ 문제도 “공익광고” 대상에 포함될만큼 뭔가 관심이 필요한 주제인가 보다. 한국의 현실에서는 “잘난 부모”들이나 ‘못난 부모들’ 모두가 아이들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 문제인가 보다.

여기에 깔린 사고방식은 유가적 사유방법이고 소박한 변증법적 접근방법인 듯하다. 웃사람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건 아무래도 유가적 접근방식에 가까울 수 있고, 또 독특한 변증법, 즉 집단 내부의 모순(이른바 비적대적 모순)을 대화(!)로 처리하는 변증법적 방법도 제시된 듯하다. 하긴 유가적 사고방식이든 변증법적 사유방식이든 뱀이 사용하면 독이 되고 약초가 흡수하면 약이 되니 그 사고방식이 근본적인 문제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주변에서 유가적 관념에 충실한 분이 얼마나 편안하던가. 머리 숙여 인사하면 더 깊이 머리 숙여 응답해 주시고, 말은 언제나 조리있고 소박하게 하신다. 결국 어떤 사고 방식을 가졌느냐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평상심과 내외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췄느냐 하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아무튼 ①번 문장에서는 “참을성 없던” 자신이 아이를 갖게 되면서 변했다고 했다. 학교와 군대에서 길들대로 길든 삶이 우리네 삶이 아니었나. 이른바 공적 영역에서는 참을성을 발휘하다가도 ‘개인적 영역’에서는 그렇게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열달을 기다렸다는 것도 대개 정확한 기간이 아니다. 임신하고 곧바로 임신 사실을 아는 부부가 얼마나 되나. ② “병원”에서 겨우 “처음” “기도”란 걸 해봤다는 얘기는 좀 의아스러운 얘기다. 아이가 생겨서 엄마가 입덧을 할 때부터 조마조마하지 않은가. 그 집은 입덧 없는 엄마였나. 또 아이를 낳는 곳은 자기 집일 수도 있고 조산원일 수도 있다.

③ ‘아이와 엄마아빠가 함께 태어난다.’ 이건 좀 문학적 표현이긴 하지만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한꺼번에 태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서히 자라서 때가 되면 세상으로 나온다. ④ 이 무슨 싱거운 소리인가? 말을 배우는 긴 과정이 모두 신기한 게 아니었나. 서로 못 알아듣고 또 아이가 스스로 이상한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었다. 아빠 소리보다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지 않았나. ⑤ 왜 이렇게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살았던가. ⑥⑦⑧ 아이가 걷고 엄마아빠에게 안겨오는 것도 감동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뿐이었나. 아토피,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아토피 피부염으로 부모의 속이 때로는 시커멓게 탔다. 저 집은 아이를 수월하게 키운 건가.

⑨⑩⑪ 학교문제가 그렇게 간단한가. “공익광고”답게 학교의 실제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고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설레는 마음이 주요한 것인양 현실을 뒤집었다. 학교를 어찌 보내나 고민을 거듭하지 않았나. 변한 것 같으면서도 3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루한’ 교육환경, 그때보다 어떤 측면에서는 더 화려한 ‘폭력’을 품은 환경속에 아이를 어찌 보내나. 차라리 집에서 아이를 가르칠까. 이렇지 않았나.

⑫ 원인 진단이 없다. 학교문제가 정확히 언급되지 않으니 아이와 아빠의 관계가 서먹서먹해진 이유가 미궁에 빠져버렸다. 왜 서먹서먹해져버렸나. 직장과 학교에서 끌고온 스트레스 때문인가.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는 수명을 대폭 감소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⑬ 먼저 아이에게 손을 내밀면 소통의 문제가 해결되나.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이렇게 간단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나. 희비,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게 사람살이의 현실인데, 너무 쉽다. 먼저 말 건네면 문제가 해결된다면 정말 쉽다. 어디 현실이 그런가. 아이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또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돈독한 유대 관계가 지속된다.

이 “공익광고”의 근본적인 한계는 아이의 관점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반쪽짜리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서 각도를 조금 바꾸어 생각해보면, ‘공익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이미 사회문제가 된 부모와 아이의 ‘대화 부족(단절)’ 문제라는 어려운 문제도 쉬운 것부터 접근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이런 단순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애비된 이는 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때도 있는데, 여기는 매우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 광고만 보면, ‘아빠는 먼저 얘기를 붙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전체 문맥을 보면, 아빠는 “참을성”이 있고 “웃음”이 넘치며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아빠다. 현실의 아빠는 공익광고에서 이상적 아빠로 제시된 아빠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또 이상적이고 자상한 아빠와 현실의 서먹서먹한 아빠 사이의 대비는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공익광고에 나오는 자상한 아빠라는 이상형은 경우에 따라서는 아빠인 사람을 또한번 좌절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아빠를 두 번 좌절시키지는 말라!

⑭ “나는 아빠다”! 여기서부터는 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 감성논리의 토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빠”는 육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으로 묘사되었다. 아빠는 아이가 커나가는 모습을 즐기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다. 아빠의 역할을 보는 관점은 유가적인 관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요즘 사회적인 추세에 비추어 보면, 좀 낙후한 관점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긴 내 처지와 비슷한 측면도 있다. 아까 얘기했듯이 유가적 관점이라고 반드시 낡은 관점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여기에서도 비관적인 관점에는 출로가 없으니 긍정적으로 접근하자.


<만날수록 밝고 어진 ‘우현’이, 어떤 일을 만나도 침착하게 세상을 건너는 ‘우제’>

아파트 106동 609호 문을 열자 우제가 보였다. 우리집 아파트에서는 프랙틀 구조니 뭐니 그런 건 안 보인다. 그저 우제와 우현이가 보일 뿐이다! 그리고 집사람과 아침햇살이 보였다. 오늘은 아침햇살이 우현네집에 가정방문을 오신 날이다. 크게 보면 아침햇살의 가정방문은 4⋅19혁명 45주년 기념일과 아무 관계가 없지는 않다. 민주화 이전에는 품질이야 어떻든 국가가 공급하는 독점초등교육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험한 논죄를 당할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오늘 만남의 주제는 “만날수록 밝고 어진 아이” 우현이다.

세 어른은 우현이와 산학교에 대해서 부담없이 8시 반까지 두시간 남짓 얘기를 나눴다. 엄마가 아침햇살이 집에 오셔서 좋으니냐고 물으니까 우현이는 “좋아요.” 뭘했지 하고 물으니까 “회의했어요.”라고 대답했다. 넌 뭘 했지 하고 물으니까 “나는 러시아워 게임을 했어요,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이름


비밀번호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70
교사실 [2] 아침햇살 2005-05-03 276
69
방과후 일기(5월 2일) bys6701채송화 2005-05-02 252
68
방과후 일기(4월 28일) [3] bys6701채송화 2005-04-28 371
67
오랫만에... [1] 아침햇살 2005-04-27 323
66
방과후 일기(4월 27일) bys6701채송화 2005-04-27 436
65
''채송화 그림판'' ? 꽁돌 2005-04-28 336
64
방과후 일기(4월 26일) [1] bys6701채송화 2005-04-26 277
63
방과후 일기(4월 22일) [1] bys6701채송화 2005-04-23 288
62
방과후 일기(4월 21일 두번째) bys6701채송화 2005-04-21 278
61
싹이 났어요. [2] 아침햇살 2005-04-20 506
60
"회의"! plantinoid 2005-04-22 275
59
방과후 일기(4월 21일) bys6701채송화 2005-04-20 352
58
방과후 일기 (4월 19일) [1] bys6701채송화 2005-04-19 265
57
방과후 일기 (4월 18일) [2] bys6701채송화 2005-04-18 274
56
드디어 등산길에 오르다 - 삼성산 [1] 아침햇살 2005-04-16 371
55
뿌듯한 하루 - 학고재미술관과 아이들의 그림 [1] 아침햇살 2005-04-14 415
54
잔소리... [1] 떡볶이 2005-04-15 260
53
방과후 일기(4월14일) [2] bys6701채송화 2005-04-14 316
52
방과후 일기(4월 13일) bys6701채송화 2005-04-13 249
51
방과후 일기(4월 12일) [1] bys6701채송화 2005-04-12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