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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27 22:57:00 (7년이상전),  조회 : 323
학교에서는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고, 가정방문에 회의에 두어 날 걸러 하루만큼씩 늦게 들어가고 일찍 들어오는 날은 좀 쉬어야 하고 이레저레 글 올린 지 한참 된 것 같네요.

어느 새 4월말입니다.
아이들의 모습도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수업시간의 공부하는 모습도 쉬는 시간의 놀이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월요일 전담교사들과 회의를 하며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훤히 보입니다. 수업은 이제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는 중입니다. 놀이문화도 많이 달라졌지요. 분절적이던 놀이들이 총체적으로 들어납니다.
마당 한 쪽에서는 축구를 하는가 하면 두어 명은 바둑을 두고, 책사랑방에선 책을 읽거나 피아노 치는 친구에, 큰 방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귀여운 1학년과 종은이는 교사실 앞에서 역할놀이에 열중하며 놉니다. 특히 수학방에서 주로 이루어지던 바둑이 이제는 마당에 있는 책상으로 나왔지요. 그리고 지난 주부터는 다시 칼싸움이 시작됐는데 가만히 보면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어떤 때는 종은이만 빼고 남자아이들 전체가 이 놀이에 합류하는데 예전처럼 위험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마당에 있는 몇 그루의 느티나무는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학년을 가리지 않고 올라가기도 합니다.
바둑알을 그렇게 치우지 않고 늘어놓더니 지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치우지 않을 땐 잔소리 대신 아침햇살이 어떻게 하는지 알기 때문이지요(사실은 아이들이 치우지 않은 바둑알을 제가 교사실에 상당수 보관하고 있거든요)

마당에 느티나무그늘이 고마워지는 요즈음입니다.
오늘은 점심시간에 신나게 칼싸움하던 아이들이 어느 새인가 바둑판을 중심으로 느티나무 그늘에 모였습니다. 바둑은 종이 쳐도 바로 모일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수업이 늦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땡댕땡! 종이 치면 공부할 것 챙겨서 자기 수업을 찾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조차 합니다. 노는 걸 보면 영 공부할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이 말이죠. 오늘같이 더운 날은 아이들의 행동도 더디어져 10분이 지나서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은 시간이 늦어지면 그만큼 수업을 더 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예전처럼 "에이!"하지 않고 받아들일 줄도 압니다.

아침에 등교하면 화분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주로 자기가 씨앗을 심은 아이들입니다. 싹이 얼마큼 자랐는지, 갯수를 세어보기도 하고 주제학습을 통해 떡잎에 대해 배운 3,4학년은 본잎이 나왔는지 떡잎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 동생들에게 설명도 해 줍니다. 씨앗을 얼마나 깊이 묻었는지 아직 싹이 나오지 않은 화분도 서너 개가 있습니다.

지난 주엔 5학년들이 토마토랑 고추랑, 가지 등을 심었는데 땅이 기름지지않아 식물들이 얼마나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주제학습시간에 5학년들을 데리고 나가 진짜 농부들이 키우는 밭의 작물을 관찰하러 나갔지요.
밭고랑에 퍼질러 앉아 그림도 그리고 제 설명도 듣고 만져도 보고 주인 몰래 대파를 뚝 잘라 모두 냄새도 맡아보고 씹어먹기도 했습니다. 제초제를 뿌린 잡초들도 보고 우리가 먹는 식품이 농사를 유기농으로 짓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등등 잡다한 이야기도 주고 받았는데 이렇게 직접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것이 책 속 지식보다 훨씬 더 생생할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들에서 본 아욱싹이 우리 텃밭의 아욱싹과 똑같다는 사실에 기쁘도 느끼기도 했지요.

내일은 다섯 째주라 3,4,5학년은 미술표현수업이 없는 날입니다.
그 시간에 쑥개떡을 만들어 먹을 예정입니다.
쑥은 지난 번 엄마들이 저희 집에 갔을 때 뜯은 거지요.
쑥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 하루열기 시간에 제가 아이들에게 물었지요.
"냉이를 ( )"
"쑥을 ( )"
자령이가 "캐다"와 "뜯다"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을 했지요. 냉이는 뿌리 채 먹어서 캐는 거고 쑥은 잘라먹는 것이므로 뜯는 거래요. 올 이른 봄 광연이랑 대야들고 나가 수업시간도 까먹은 채 열심히 냉이캐고 쑥뜯던 실력을 발휘한 거지요. 지명이는 냉이를 뿌리도 먹냐는 질문을 해 함께 웃기도 했지요.
그리고 "왜 쑥인지 아니"하고 질문했을 때 동현이가 엄마에게 들었다며 "쑥쑥 자라서 쑥"이라고 했지요.
저는 요즈음 우리 자연과 관계된 어휘들, 생활과 관계된 말이나 이야기들을 아이들과 많이 주고 받는데 떠들지 않고 참 잘 듣습니다. 또 자기들의 생각도 아주 잘 이야기하곤 합니다.

써 놓고 보니 이 얘기 저 얘기 참 많네요.
너무 오랜만에 써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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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돌 ( 2005-04-28 10:15:39 (7년이상전)) 댓글쓰기
쑥은 ''뜯''는 거군요. 그리고 그렇게 ''쑥쑥'' 자라나요? 저도 새삼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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