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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생각열매방 아마일지
작성자 : 느리
  수정 | 삭제
입력 : 2010-10-28 15:26:33 (7년이상전),  조회 : 324
10월 12일 생각열매방 아마일지

오늘이 28일이다. 보름 지났다. 날적이에 아마일지로 대신한다는 한 줄만 썼었다. 아마들이 궁금할까 하는 생각보다 일지 안올리면 아마 인정 안 된다는 햇살의 문자 압력으로 드디어 쓴다.

울이 등원 시키고 집으로 왔다. 오늘 아마라는 전화가 왔다. 뜨아~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일정을 취소하고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터전으로 갔다.
막 나들이를 가려던 참이었다. 운도 좋지. 통합 나들이였다. 선생님들과 함께 하면 참으로 든든하고 거저먹기라는 건 어린이집개 3년의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안다.
성서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잘들 놀기에 같이 놀기만 하면 되었다. 헌데 운동장 한편에 소방서 아저씨들 긴급 출동 시 타고 내려오는 봉처럼 생긴 게 있었다. 부실허리인지라 안아서 올려 달라는 요주의 주문들을 경계했건만 주문쇄도를 피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그걸 혼자 다리 꼬며 올라갔다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 같은데 왜 만들어 놓은 것인지. 아예 줄을 서서 대기하는 아이들. 한 번 올라갔던 친구는 다른 곳으로 가서 놀고 오면 다시 안아 올려주겠단 정도의 꾀를 내어 횟수를 조절했다.
오르고 매달리고 넘고 건너고 달리고. 손바닥에 쇠 냄새가 나고 물집이 잡힐 정도로 노는 친구들도 한 번 호-하고 불어만 주면 또 달려가 놀았다.

“햐, 니네 잘 논다.”
“우리가 하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잘 놀지. 어린이집 오면 노는 것밖에 안 하잖아. 먹는 거 말고는.”
느리의 감탄에 규림이가 하는 얘기다. 맞다. 살면서 배우고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 공동육아의 진수를 너희들이 아는구나 싶었다.

나들이 다녀와 먹는 점심은 역시나 맛있었다. 아마활동하며 제일 좋은 게 맛난 점심이다. 하루 일과는 오리가 친절하게 써 놓은 글을 참고로 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자세하게 일러주는 규단이의 조언이 있었다. 방을 한 번 쓸고 이날의 도우미인 승범이와 예준이에게 작은 걸레를 하나씩 쥐어 주고 나머지 열매들을 데리고 거실에서 놀았다. 홀로 남자였던 승범이는 뒤늦게 온 예준이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방 안에서 걸레로 펼치는 둘의 놀이는 신났고 그런대로 방도 닦였다.
스킬자수를 하는 날. 자수를 마치고 낮잠을 자면 되는 것인데... 느리가 제일 힘들어 하고 두려워하는 낮잠 시간. 역시나 아이들은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녀석이라도 재우려고 토닥이다 마침내 포기 선언을 하자 승범이가 말했다.
“오늘 무지 재수좋은 날이다. 그치?”
그래 하루 낮잠 자지 않는다고 어떻게 되겠냐. 그림 그릴 친구, 책을 읽을 친구 자유롭게 있으라고 했다. 단 큰소리는 내지 않기로 했고 마지막엔 조금이라도 누워 휴식을 갖는 식으로 했다.

간식 먹고 오후 활동 시간. ‘무지 재수좋은 날’이었다. 요정의 나라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분홍이의 우크렐레 연주에 맞추어 ‘빨래’라는 노래를 배웠다. 방별로 나와 노래를 부르고 시간을 마쳤는데 열매들이 나왔을 땐 표정들이 너무 이상했다. 뭐랄까. 허공을 응시하는 불투명한 눈빛이라고나 할까.
“열매들 표정이 왜 저래요?”
“낮잠을 안 자서 졸려서 저러는 거예요.”
느리의 의아함을 분홍이가 풀어주었다. 역시 어린 아이들은 자야 한다...

오후 6시. 울이 치과 예약으로 일어설 때까진 아이들의 요청대로 만다라를 그려주고 색칠하는 시간을 가졌다. ‘느리, 느리는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려?’ 물어오는 아이들. 아마활동 하루는 오전에 ‘느리, 느리는 어떻게 이렇게 잘 달려?’ 물었던 것처럼 내 나이는 생각하지 않고 칭찬해 주는 아이들 속에서 시침 뚝 떼고 느끼는 행복의 시간이었다.
옆모습이 코보다 입이 더 나와 있는 도톨이들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고, 의젓한 형님방 나무들을 바라보는 것도 흐믓한 하루였다. 일곱 살에 학교 보내려 했다가 성미산학교가 일곱 살엔 전형을 받지 않는 걸로 바뀌었다고 해서 한 해 더 어린이집에 있은 울이. 동희나 다른 도톨이들 손 잡고 도와주고 놀아주고 간식 입에 넣어주며 보살피는 울이를 보며 절로 ‘일곱살, 공동육아 꽃이 핀다’는 소책자를 떠올렸다.
공동육아어린이집 마지막 아마. 아마활동은 허술하게 했지만 결이 울이가 잘 자라준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 역시도 잘 자라줄 거라는 믿음, 아마들도 같이 커줄 것이고 선생님들도 잘 지켜줄 거라는 기대는 크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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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 ( 2010-10-28 16:32:46 (7년이상전)) 댓글쓰기
ㅋㅋ코보다는 입이 더 나온 도톨이들~~커서도 입이 더 나와있음 우짜쓰까나?? 그럼 커서도 큰게 아닌것인가?? 동생들 엄청 예뻐라 하는 울이~!느리...울이한테 동생 만들어 주는건 어떨까요?
낙지 ( 2010-10-29 14:38:4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코보다 입이 더 나와 있는 도톨이들. 느리 눈썰미가 좋아 그림도 잘 그리겠어요.애들 입은 입이 아니고 새 주둥이 같아요.
느리 ( 2010-10-31 09:42:3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울이에게 동생들 앞으로도 마안히 생길 거예요. 느리가 '만들어 주'지 않아도요.^^
풍뎅이 ( 2010-10-31 13:14:04 (7년이상전)) 댓글쓰기
마지막 아마를 진짜 거저먹었군, 느리. 낮잠도 안 재우고, 통합 나들이에 요정의 나라까지... 다 지 밥그릇은 지가 갖고 태어난다니까. 쫌 이상하게 갖다 붙이는 것 같긴 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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