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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도톨방 아마일지
작성자 : 풍뎅이
  수정 | 삭제
입력 : 2010-10-31 13:48:38 (7년이상전),  조회 : 295
앞의 느리 아마일지를 보며 나는 양반이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9일밖에 안 지났다.

열시까지 등원인데 좀 늦었다. 하필 어머님과 작은눈이가 없는 날이라...
터전에 도착하니 이미 나들이 준비 완료.
급 작아지며 꽃병에게 묻는다. "나들이는 어디로 가나요...?" "성서초교요."
꽃병과 함께 가서 부담이 훠얼씬 줄어든다.
아이들과 눈도 맞추고 이름을 외우고 짝손을 하고 아주 천천히 걸으며 간다.
우리에겐 나들이 장소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나들이 가는 길도 중요하다.
가는 도중 아이들이 거미집을 찾는다. 여기, 또 저기, 요기도...
어떤 거미집에는 거미가 있고 어떤 집에는 거미가 없다.
한 마디씩 코멘트 하며 거미집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또 걸음을 옮긴다.
아마하기 며칠 전, 도톨이들이 나들이 가는 도중 이움 아파트 건너편 공사현장을
구경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곳을 지나가던 나, "뭐해요?" 꽃병, "집 짓는 거 구경해요." 우문현답에 찌그러진 나, "아, 예..."

성서초교 정문이 보이자, 도톨이들 뛰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끄럼틀에 오르고 모래에서 놀고 시소도 타고...
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조금 어려운 과정(구름 다리같은)으로 미끄럼틀에 오르는 것을 시도한다.
그래서인지 미끄럼틀 내려오는 아이들의 표정이 더없이 밝다.
친하지 않아서인가...내게 특별히 주문을 하는 아이는 없다. 그저 지켜보기로 한다.
도톨이들에게 가끔 말을 시켜 본다.
말 없이 조용한 줄만 알았던 혜린이가 통, 반장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다가 민서가 넘어져 입을 박는다. 운다.
꽃병이 바로 혜린이를 부른다. 일명, '혜린 명약'.
혜린이 119 구조대원처럼 달려와서 민서의 입을 '코~'하고 불어준다.
민서의 얼굴에 웃음이 퍼진다. 다시 놀기 시작한다.

잠시 후, 우리어린이집, 보내고 싶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대거 몰려온다.
미끄럼틀을 중심으로 새까맣게 아이들이 뒤섞인다. 어, 어....이거 어떡하나...
월리 찾기 하듯 그 틈에서 도톨이들을 찾아본다.
그러나, 뭘 그렇게까지....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이 미끄럼틀 앞에서 아이들의 착지에 멋진 코멘트를 날리며 힘을 북돋운다.
(와우, 아름다운 착지에요. 오오, 건강해요~, 예! 어여뻐요...등)
태유, 재영, 세환, 주형이가 신나서 미끄럼틀을 탄다. 이건 더 날로 먹는 상황?
우리 애, 산집 애 할 것 없이 뒤섞여 논다.
저쪽의 구름다리에서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 쫓아 거기로 가서 몇몇 도톨이들을 들어준다.
동희는 과묵함이 무기이다. 그냥 쳐다만 본다. 그러면 '넵!'하고 알아서 기게 된다.

점점 아이들의 동작이 슬로우가 되어갈 즈음, 이제 터전으로 돌아가야될 시점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물을 마시고 겉옷을 입고 다시 길을 나선다.

아마하면서 늘 기다리는 점심시간.
반찬을 엄청 많이 퍼서 먹는다. (애들이 아니라 내가)
놀랍게도 스스로 너무 잘 먹는 도톨이들.
내 옆에 앉은 규단이가 좀 부끄러워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밥과 반찬, 국...어느것 하나만을 먹거나 하지 않고 세가지를 잘 조절하며 먹는다.
선생님들이 애 많이 쓰셨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먹으면서 그 나이때 다른 형아들처럼 많이 흘리지도 않고 수다를 많이 떨지도 않고(이건 아직 모르지만) 딴 데 보지도 않고.... 비슷비슷하게 끝내고 의젓하게 빈그릇 들고 부엌으로 간다.
뭐, 집에선 좀 다를 수 있겠지만 터전에서조차 먼 산 바라보는 규단이를 생각하면 도톨이들 식습관은 참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 전 블럭놀이 한판.
기차를 만들어 타다 지치면 택배 배달을 하고 피아노를 만들어 치기도 하며 블럭으로 할 수 있는 온갖 놀이들을 전전한다.
꽤 많은 아이들이 거실에 모여 앉아 시끌시끌 노는데 누구(아이) 하나 조용해! 라는 말을 안한다.
다 다른 놀이를 하고 있는데 마치 놀이하는 아이들끼리 유리벽이 쳐진 것 처럼 자신들의 놀이에 집중한다. 놀라운 모습이다.

도톨이니까 낮잠 시간에 목이 쉬어라 책을 읽지 않아도 잠 들겠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 런 데, 웬걸...이건 완전히 반대 상황이다.
도톨이들 스스로 책을 한권씩 읽고 정해진 순서대로 누워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는 잔다. (어머나...나, 하는 게 너무 없잖아)
몇몇 도톨이들을 토닥거려주고 금방 방에서 나온다.

그래서, 날적이를 열심히 쓰기로 결심한다.
낮잠 내내 커피 마시며 날적이를 열심히 쓴다.
아이들과의 격렬한 몸놀이엔 익숙치 않지만 아이들 하나 하나와 눈 마주치려 애쓴, 여전한 초보 아마의 행적을 낱낱이 밝힌다.
낮잠을 자고 나서 닭죽을 간식으로 먹는다.
나도 먹고 싶었는데...모자랐다. 흑.

오후 활동을 준비해 오지 않은 나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꽃병.
"자, 우리 해파리 다리 만들까?'
꽃병이 미리 준비한 해파리 모양의 종이를 가위로 오려 다리를 만드는 도톨이들.
굵은 오징어 다리도 있고 다리를 아예 잘라서 고래라는 아이도 있고 삐죽삐죽 로봇 다리도 있고...
초 스피드(요 맘때의 집중 시간)의 활동이 끝나고 아이들의 해파리를 창문에 하나 하나 붙여준다.
그리고는 마당 놀이.
아, 이제 모래로 배 부를 시간이 돌아온건가.
밥도 지을테고, 국도 끓일테고, 아이스크림도 만들테고, 또 케익도 만들텐데...
난 아직 점심 먹은 거 소화 안됐는데 어떡하지라며 신발을 신고 털레털레 마당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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