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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그리고 건강검진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6-10 23:34:06 (7년이상전),  조회 : 321
금요일,
나들이를 가지 않는 오늘은 저도 느긋했습니다.
수업도 없고 무언가 분주하게 서둘지 않아도 됐거든요.
하지만 한 편으론 겁이 덜컥 나는 아침이기도 했습니다.
3,4,5학년 아이들과 산학교장터 포스터를 그려야 하는데, 이걸 여러 어린이집에 걸어야 하는데 작품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씀바귀선생님께 자문을 구하고 여러가지 재료를 준비하고 장터계획안을 들고 아이들과 하루열기를 했습니다.

아이들도 저만큼이나 느슨한 아침이었습니다.
길이 밀려 지명, 동현이 늦게 와 함께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15분 정도 열기를 늦게 했지요.
"오늘은 산학교 장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열심히 왜 우리가 장터를 여는지 , 무엇을 할건지, 그것들이 우리의 주제학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등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우리의 5학년들은, 아니 남자아이들은 끊임없이 잡담에다 말꼬리잡기에다.....
시작부터 아이들에게 빌미를 잡히면 포스터는 물 건너 가겠다 싶은 마음에 저는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지요.
"너무 예의가 없구나!"
아마 제가 산학교에 온 후 처음이었을 거예요.
순간, 흐르는 정적.
그리고 이어진 훈계(?)
그런데 갑자기 일어서 돌아다니는 광연, 녀석 참 눈치도 없네요.
그래서 또 한바탕 예의없음에 대해 싸잡아 몇 마디.
하! 진작 야단 좀 크게 칠 걸 그랬습니다.
덕분에 그 후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죠.
장터에 대한 의미, 그리고 설명회 이야기. 아나바다장터가 뭔지, 우리가 팔 것들은 어떤 것인지 등등. 질문할 사람은 손을 들고 이야기 하기.

포스터는 뭐고, 어떻게 만들 건지에 대한 설명도 곧바로 이어졌는데 산학교아이들은 포스터란 걸 안 그려 봤을 거예요. 반공포스터, 불조심포스터 뭐 이런거요.
글씨 크기와 그림 그릴 공간, 안내내용 쓰는 거 등을 칠판에 그림을 그려 자세히 설명했는데도 그림만 그리면 안돼냐, 포스터는 사진으로 하는 건데 우리도 그렇게 하자, 그리고 글씨는 작게 쓰고 싶다 이런 질문들이 계속 쏟아지자 답답한 동현이는 제가 설명하기도 전에 일일이 대신 대답을 해 주던걸요.

결국 "우리가 그리는 포스터가 산학교의 앞날을 좌우하게 된다"는 제 말에 마침내 고개를 끄덕인 아이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구요. 미리 도안 그림 그려보고, 모눈종이에 글씨 도안을 해서 먹지 대고 그렸고, 하나씩 하나씩 마지막까지 흐트러지지 않고 완성을 해내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자랑이긴 하죠. 중간중간, 잘못됀 건 고치도록 하고 마지막 선들도 점검하고 3월부터의 씀바귀선생님 수업 귀동냥이 퍽 도움이 됐습니다.

마지막 남은 두 사람은 민혁과 동현.
"아 힘들다 누가 색칠 좀 도와주면 좋겠다"
하는데 민혁의 대답.
"뭐하러 다 색칠을 해 색칠 안 해도 되잖아"
하지만 포스터를 정확하게 염두에 두고 그린 동현의 그림을 보니 이미 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색칠을 제가 좀 도와주었는데도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끝까지 해낸 것에 박수를 쳐주고. 민혁도 옆에서 기다려 주고.
아이들 작품.
달님이 좋다고 하니 안심이 되더군요.
12장의 그림이 완성되었죠.
어젠 열이 많이 나서 결석하고 오늘도 중간에 온 서영이까지.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에 있다는 건 이렇게 무언가를 성취해내는 것의 반복을 통해서일거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 순간 보여주는 집중력과 스스로 가지는 만족감 등을 통해 아주 조금씩 성장해가리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거죠.


오후엔 예정대로 건강검진 했지요.
1,2학년은 달님차를 타고 가고
큰 아이들은 한참을 걸어 소래산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시흥보건소까지 갔는데
이미 1,2학년들은 거의 다 끝났고 거기서 어린이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연합병원이란 곳을 소개해줘 거기까지 다시 걸어가서 무사히 검진을 마쳤지요. 보건소보다 만원이나 싸게 해서 팔천원에 했고 간호사가 대안학교를 알더라구요.
절더러 "대안학교 하시기 많이 힘들죠?" 이런 말도 하더군요.
피 뽑을 때 주사바늘도 잘 견디고 소변검사도 하고, 키, 몸무게, 시력도 재고.
아이들은 이 과정을 즐기는 것 같더라구요.

제가 사람이 많은 곳이어서 떠들면 안된다, 뛰어다녀도 안된다, 줄을 서서 순서를 지켜야한다 등등 미리 들어가기 전에 확인을 해서인지 어느 때보다 예의바른 어린이가 됐었고, 돌아오는 길은 차 안 타고 그냥 걸어왔지요. 20분쯤 걸렸나 봐요. 다행히 하늘은 구름이 끼어 덥지도 않았고 덕분에 불평하는 친구 하나 없었고, 더구나 돌아가 청소도 해야 한다는데 말대꾸도 안해 "아침에 내가 너무 심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였지요. 우현이가 돌아와 "아침햇살, 난 너무 힘들어 청소를 못하겠어"하고 말했지만 결국 우현이까지 청소 끝.
검사결과는 다음 주 수요일에 나와서 제가 결과보러 다녀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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