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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살이 이야기(감자 캐기)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5-06-27 00:57:21 (7년이상전),  조회 : 325
일요일 밤 12시에 컴퓨터를 켜니 부지런한 달님이 어느 새 글을 올려놓았네요.
저는 어제 작은 딸 공항에 내려다 주고, 친정엄마병원 심부를 등을 하고 나니 저녁이 다 됐더라구요.
모처럼 일요일 오전 내내 피곤했던 몸을 추스리고 오후엔 옛날 튼튼 교사들 만났지요.

둘쨋 날 아침,
밖에서 나머지 학년들이 수건돌리기를 할 동안 5학년들은 안에서 캔 감자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마무리 논의를 했습니다.
감자의 생육기간을 생각해 보고 어떻게 팔 것인지, 얼마를 받을 것이며 장터에서는 어떤 음식을 만들건지, 누가 판매할 것인지 등에 대해 1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고 기록도 했지요.
아이들이 글쎄 얼마나 짠돌이인지 학교에서 먹을 감자도 판다고 하네요.
자기들이 다니는 산학교에도 돈을 받겠다는 거지요.
또 힘들게 농사진 것이니 제가 집에도 조금은 가져가야 한다니까 호미로 찍힌 것은 상품가치가 없으니 그걸 가져가겠대요. 나머지는 엄마들더러 사가라고 한다네요.
이 담에 모두 부자되겠어요.
아니면 나누어먹는 기쁨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거나.
하여간 모든 결정은 저를 포함해 다수결로 정했는데, 감자를 판 비용은 세가지로 정했지요.
여행경비, 문화상품권 하나씩 사 갖기, 불우이웃돕기(10퍼센트)인데 세번 째는 아이들이 싫다는 걸 제가 끝까지 우겼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가 버는 금액의 10퍼센트 정도는 적어도 누군가를 위해 써야한다고 했죠. 지난 번에 꽁돌님이 올려주신 시도 한 몫을 했죠. 결국 아이들은 자기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거라고 인정을 했고 20퍼센트, 5퍼센트로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10퍼센트로 결정을 했지요..
상임위에서 감자농사에 대한 이익금 결정권은 5학년에게 있다는 것을 승인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했고 노동을 하는 데에서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군소리없이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터에서 판매를 잘 하기 위해 수요일엔 재래시장을 다시 갈 예정입니다.
상인들이 어떻게 물건을 파는 지 어떻게 상품을 늘어놓는지 등을 꼼꼼하게 지켜보기 위해서지요.

첫쨋 날 밤에는 1,2학년이 위층에서 자는 동안 3,4,5학년은 의미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 다음, 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아이들이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함께 따라오는 거지요. 그리고나서 그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에 대해 그림을 그리고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었는데 장난끼없이 매우 진지하개ㅔ 이어졌습니다. 설명을 모두 함께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개인적으로 제게 설명을 하고 끝냈지요. 이런 모습들에서 이젠 아이들의 힘이 많이 자랐다는 게 느껴집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짜증내고 거부하던 모습들이 명상도 가능해진 거니까요.
담력훈련은 원하는 아이들만 데리고 갔고 침묵을 지킬 수 있는 사람만 갈 수 있다고 했더니 자령, 광연, 동현, 민혁, 준동, 다훈, 세희 ,하현이 따라 나섰지요.
감자캐던 저력을 보여준 자령과 광연이 제일 앞장섰고, 동현이는 조금 겁이 나는지 자꾸만 제 팔장을 기기도 하고 옆에와서 몸을 부딪히면서 걸어서 얼마나 우습고 재미있던지요. 덩치만 컸지 조금 무서웠던 것 같거든요.
돌아와서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을 켜고 노래부르기를 했는데, 음악이 없어서인지 세희와 하현이 조금 노래를 부르고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는데 나서는 친구가 없었지요. 지명이가 자기는 반주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하더니 엠피쓰리를 이용해 불러보겠다고 해서 일단 허용을 해 주었더니 아빠 닮아 정말 노래를 잘 하던걸요. 다른 아이들도 조금은 따라했는데 지명이의 노래를 들으며 저는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답니다. 이번에는 기차안에서 듣겠다며 한동이랑 지명이가 엠피쓰리를 들고 왔는데(들살이 와서는 가방에 넣어주고 꺼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신세대의 그 노래의 분위기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감성을 50대의 감성으로 제가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또 이번 들살이에서는 의도적으로 5학년들을 나머지 학년과 분리하려고 애를 썼는데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좋았지요. 원래 2층은 개방한 적이 없는데 낮에도 5학년들을 위층으로 보냈더니 조용하기에 가 봤더니 쥬라기공원비디오도 보고 노래방기계도 켜서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구요.(저는 켤 줄 몰라 한 번도 혼자 해본 적이 없는) 하지 말라고 하려다가 자기들끼리의 동료의식과 추억거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그냥 두었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우리가 주고 싶은 만큼 아이들은 자연을 우리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연을 힘들어하고 귀찮아하고, 그거보다는 오히려 방에 들어앉아 기계와 함께 있고 싶어합니다. 저희 딸들도 예외는 아니지요.
어쨌든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또 다른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구체적으로 본 거지요.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요.

감자캐기와 기계를 좋아하는 모습 둘 다 우리가 수용하고 조화롭게 해결해야할 몫이지요.
어쨌든 제가 차에서 내려놓는 감자를 보면 모두 입을 크게 벌리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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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 2005-06-27 14:13:4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침햇살, 달님, 맛단지, 모모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부쩍부쩍 몸과 마음이 자라는 아이들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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