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커뮤니티 가입하기

카운터

Today : 705
Total : 1,021,949
텃밭이야기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7-09-10 23:21:44 (7년이상전),  조회 : 214
 

오랜만에 햇볕이 따가운 하루였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과꽃 옆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심어놓은 벼가 잘 자라려면 많은 햇살이 필요하지요.

‘봄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속담도 있지만 오늘 햇살은 어지간히 따갑더군요.


너나들이 시간에 3,4,5,6학년과 김장배추를 심었습니다. 아주 여린 배추모종은 아직 1,2학년이 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여 대신 1,2학년은 나들이를 잠깐 다녀왔지요.

교사와 아이들에게 심는 간격과 배추모를 빼서 심는 방법 등을 일러주고 4,5,6학년이 배추모를 심는 동안 저는 3학년들만 데리고 쪽파도 심고, 알타리무씨도 뿌렸습니다. 5,6학년이 심어놓았던 대파(작은 것은 실파라고 하고 그게 자라면 대파가 되지요)는 풀 때문에 잘 자라지 못했기에 땅이 아까워 그 사이사이에 쪽파 씨를 뿌렸습니다. 감자를 캔 곳에 개학 하자마자 제가 뿌려놓은 무는 제법 자랐습니다.

그 무를 보고 3학년들이 재잘댑니다.

“지금 나온 게 떡잎이야. 본잎이야?”

“딱 보니까 떡잎이네”

“맞다. 본잎이 안 나왔잖아. 어 그러고 보니, 쌍떡잎 식물이네”

채송화와 꽃밭가꾸기를 하며 배운 것을 이렇게 잘 활용하는군요.

수빈이는 자기는 이 세상에서 벌레가 가장 싫다며 호들갑인데, 혜원이는 담담하게 “난 공동육아가 7년째라 그런 건 아무렇지도 않아”하며 쪽파를 심고 흙을 손으로 잘게 부숩니다.

영태는 외할머니와 쪽파 심었던 것을 이야기하며 친구들에게 잘 심으라 잔소리하고 상진이는 아무 소리 없이 자기 할 일을 합니다.


3학년들과 쪽파를 다 심고 보니 고학년들이 배추를 제법 심어 놓았습니다. 말랑말랑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이 척척 잘 하더라네요. 농사일이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꽃도 심어보고 여러 가지 작물을 심어보아서인지 흙을 다루는 것이 이제 제법입니다. 수도가 바로 옆에 있으니 물 주기도 참 좋습니다.

역시 풀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한 고추지만 그래도 제법 붉어서 아이들은 신이 나서 붉은 고추도 땁니다. 맛단지는 이걸 하나 버리는 일 없이 요리에 넣어 골고루 맛을 내 주시지요.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한 번 둘러보았는데 크게 손질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작은 두둑이 남아 있어 그 곳에 갓씨도 뿌렸습니다. 이건 씨가 너무 작아 제가 뿌렸지요. 김장에는 향이 좋은 갓이 꼭 들어가야 하니까요.

나중에 자랄 것을 생각해 배추 모종은 간격을 넓게 심었기에 가운데에는 골을 내고 남은 무씨를 마저 뿌렸지요. 그건 웬만큼 자라면 다 뜯어서 겉절이도 해 먹고 국도 끓여먹을 겁니다.

무, 알타리, 갓, 쪽파씨 모두는 시골 저의 집에 뿌리고 남은 것들을 심었습니다. 해를 넘기면 발아율이 떨어지거든요.


우리 아이들이 심은 것들, 무럭무럭 잘 자라야할텐데요.

식물은 사람들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답니다.

배추가 조금 자라 벌레가 끼기 시작하면 한 두둑씩 담당을 정해 벌레를 잡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학교에 오시면 아이들만 데려가지 말고 부모님들의 발자국소리를 들려주시지요.

잘 자란다 칭찬도 해 주시고요.

 
이름


비밀번호
새참 ( 2007-09-11 10:45:11 (7년이상전)) 댓글쓰기
텃밭에 알뜰살뜰 가을겨울 먹을거리들을 심으셨네요.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저도 어쩌다 가는 학교지만 꼭 한번씩 눈맞춤이라도 해줘야겠네요. 올 김장이 기대됩니다.
아카시아. ( 2007-09-12 00:40:12 (7년이상전)) 댓글쓰기
글을 보기만 해도 겨울 김치맛이 도는양 군침이 돕니다....아! 맛나겠다....^^
No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90
아이들 날씨이야기 달님(이화전) 2007-10-08 186
389
1학년 고구마 떡케? 만들기(수아어머님과 함께) [4] 달님(이화전) 2007-10-04 218
388
고양자유학교와 축구시합 [8] 아침햇살 2007-09-28 231
387
축구는 모타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1] 유니콘 29 2007-09-30 159
386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3] woosmi79 2007-09-22 202
385
더하기는 좋고 빼기는 싫은데 [3] bys6701채송화 2007-09-19 245
384
농심이 발동한 꼬맹이들 [3] woosmi79 2007-09-19 172
383
나의 나무 그림책 도감 만들어 나갑니다. [5] 달님(이화전) 2007-09-18 248
382
갯공생태공원 10km 걷기 [3] 달님(이화전) 2007-09-14 227
381
주제학습 그리고 목공작업 [7] 파도(한상윤) 2007-09-13 212
380
난 100이라는 수를 이렇게 생각해 [5] 달님(이화전) 2007-09-12 196
379
아이들이 쓴 달 시 보셔요 [1] woosmi79 2007-09-12 189
378
1학년 하루이야기 쓰고 있어요 [3] 달님(이화전) 2007-09-11 181
377
텃밭이야기 [2] 아침햇살 2007-09-10 214
376
한 낮에 햇볕이 뜨거운 월요일이예요. [2] 달님(이화전) 2007-09-10 182
375
잘 다녀왔습니다. 채송화요, [5] bys6701채송화 2007-09-07 180
374
1학년들 방학이야기 들어보실래요? [5] 달님(이화전) 2007-09-05 247
373
수아의 방학 이야기 [1] 달님(이화전) 2007-09-07 172
372
2학기 첫날... [2] 아침햇살 2007-09-03 185
371
책방을 만든 뜻은 수도를 놓은 뜻과 같다! [2] 그루갈이 2007-08-28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