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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들의 공동묘지?
작성자 : momocori
  수정 | 삭제
입력 : 2006-04-02 20:00:12 (7년이상전),  조회 : 474
4,5학년끼리 가는 첫 들살이! 3박 4일 들살이라도 되는 양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아이들이 하나둘 온수역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시간 잘 지키는 자령이가 늦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중동역에서 우현이를 기다리느라 아직 못 오고 있다는 겁니다. 우현이는 벌써 도착해 있는데...(자령이와 만나기로 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우현이 먼저 와버린 거죠.) 어렵사리 자령이를 만나 우현이가 미안하다고 하자 자령이 그냥 씨익 웃어넘깁니다. 멋지죠? 그래서 무사히 기차역으로 출발! 장항행 무궁화호 열차를 탔습니다. 자령이가 수수께끼 책을 가지고 와서, 남자 아이들은 문제를 맞히며 가고, 여자 아이들은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쉴새없이 재잘거리며 갔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유구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처음에는 다들 버스가 언제 오냐 투덜거리다가 이내 기다림에 익숙해졌어요. 막간을 이용한 수학 퀴즈 대회도 열었지요. 우리가 내야 할 버스비는 모두 얼마? 산학교 아이들이 모두 왔다면 버스비는 얼마? 이런 식으로요. 나중에는 연필까지 꺼내 계산하며 모두들 열심입니다. 그러다 보니 버스가 금방 왔지요. 버스 안에서도 떠들지 않고 잘 갔습니다. 어르신들이 타시자 인호 인범이는 얼른 일어나 자리를 내어 드리기도 했답니다.

12시 30분쯤 아침햇살 선생님 댁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침햇살 선생님께서 이미 밥을 해두셔서서, 어머님들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해주신 밑반찬과 함꼐 맛있게 먹었지요. 아이들은 점심 먹자마자 바깥으로 나가 놀기에 바빠서 1시간쯤 쉬면서 놀았습니다. 그리고는 거실에 모여 감자 공부를 했지요. 씨감자 노래시를 옮겨 쓰고 부르고, 씨감자를 실제 크기로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반은 농사꾼이신 아침햇살 선생님께서 왜 감자씨가 아니고 씨감자인지 왜 감자를 토막내서 심는지 여러 가지 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셨지요. 그 말씀에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언제쯤에나 삶과 공부를 하나로 들려주는 교사가 될는지... 곁에 모델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 계시니 정말 복받았다 싶습니다.

실내 수업을 마친 뒤에 밭에 나가 발자국으로 밭 면적 재기를 해보고, 두둑에 난 풀도 뽑았습니다. 그런 뒤에는 씨감자를 자르고 밭에 심었지요. 간격을 맞추기 위해 고랑 끝에 끈 막대를 세워놓고 일을 하니 훨씬 편합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호흡이 척척 맞아 어떤 아이는 땅을 파고, 어떤 아이는 씨감자를 놓고 알아서들 잘 했지요. 빼놓고 씨감자를 묻지 않은 곳이 있을까 봐 흙은 맨나중에야 덮었습니다. 흙 덮기 전 감자들이 흙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세희가 꼭 감자들의 공동묘지 같다고 하더군요. 자령이는 "감자는 캐는 것도 재미있고 심는 것도 재미있네" 하며 좋아했고요. 우현이는 감자를 다 심은 뒤에도 밭에 남아 풀을 열심히 뽑았답니다.

감자 심고 조금 놀다 보니 또 어느새 저녁이에요. 5시쯤 모여서 밥해먹기를 시작했습니다. 인호, 인범, 서영, 우현네 조가 오므라이스를, 자령, 준동, 세희, 광연네 조가 불고기 덮밥을... 만들기만 따로 만들고 먹는 건 나눠먹기로 했지요. 다들 칼 잡는 솜씨가 제법입니다. 조장인 서영이와 자령이가 역할 분담도 잘 나누어서 일을 맡기니 교사가 도와주지 않아도 일이 척척이었지요. 불고기 양념만 아침햇살이 만들어 주셨고요. 맛은 어땠냐고요? 물론 아주 훌륭했습니다. 불고기가 너무 질기간 했지만 뭐 그 정도야...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음식이라 그런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다 먹었습니다. 다 먹은 뒤에 준동이가 하는 말, "근데 잇몸이 좀 아프지 않냐?" 불고기 맛있다고 욕심내서 먹더니 잇몸이 아팠나 봅니다. 어찌나 웃기던지...ㅎㅎ

저녁을 먹은 뒤에는 디비디비딥 게임을 재미나게 하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담련 훈련을 하러 나갔습니다. 말이 담력 훈련이지 다같이 볓빛을 맞으며 걷고 싶은 마음이 더 컸죠. 밤하늘의 별들이 얼마나 총총 빛나는지 정말 아름다웠어요. 물론 아이들은 별빛보다 귀신에 관심이 많았죠. 가기 전부터 담력 훈련에 대한 기대들이 대단했던 터라 저는 아이들이 겁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상한 그림자가 보인다, 늑대 울음소리다... 이러면서 무서워하는 게 보입니다. 결국 얼마 못가고 되돌아가자는 아이들이 생겼죠. 결국 공동묘지 곁을 지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돌아가고, 인호 인범이와 저만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왔습니다. 인호 인범이는 다른 아이들 겁쟁이라고 툴툴툴... ^^

씻고, 옷 갈아입고, 하루 이야기를 쓰고, 이제 자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계획에 없던 노래자랑대회가 열린 겁니다. 사회는 서영이가 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여, 노래방 조명까지 켜놓고 대회를 열었습니다. 처음엔 애들이 할까 싶었는데 다들 대단해요. 우스꽝스러운 춤을 선보인 광연이,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와 보아 노래, 게다가 춤까지 춘 세희, '여행을 떠나요'를 불러 목이 쉰 자령이, 허무송을 재미나게 부른 준동이, '김치 주제가'를 부른 우현이, '빈대떡'과 '사랑했나봐'를 부른 인호 인범이...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아침햇살과 저도 한 곡씩 부르고요. 참 즐거웠습니다.

하루 이야기만 썼는데 글이 참 길어졌네요. 둘째 날에는 산에 오르며 쑥 뜯고 잠깐 놀고(세희와 서영이는 풀요리 놀이를, 남자 아이들은 야구와 물고기 잡기를) 밥 먹으니 하루가 다 갔어요. 다들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내내 잘 놀고요. 좋은 추억을 간직한 아이는 그릇 가지 않는다는데, 들살이의 추억을 거름으로 아이들도 감자와 더불어 잘 자랐으면 좋겠네요. 잘 자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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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 2006-04-03 09:26:44 (7년이상전)) 댓글쓰기
광연이는 4,5학년끼리 간 게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고 다녀온 후에도 들떠있더군요. 몇달 전 꼬박꼬박 본 ''...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왔죠. "추억은 힘이 될 수 없어!" 아닙니다. 추억은 분명 거대한 힘을 늘 발휘합니다. 저는 우울할 때면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따금 빼먹으며 씁쓸한 현실을 달콤하게 견뎌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야금야금 빼먹을 추억이 너무 많아 평생 행복할 것입니다. 행복했던 추억은 삶의 힘이다!
박강희 ( 2006-04-03 11:44:4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인호, 인범이도 무척 재미있었다고 해요. 자기들 끼리 가서 자~알 놀았던게, 아이들을 더 의젖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2프로 ( 2006-04-03 14:41:56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저도 우울할 때면 어린시절의 추억을 이따금 빼먹으며 씁쓸한 현실을 달콤하게 견뎌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야금야금 빼먹을 추억이 너무 많아 평생 행복할 것입니다. 행복했던 추억은 삶의 힘이다!
황어 ( 2006-04-03 16:53:03 (7년이상전)) 댓글쓰기
감자 농사가 올해 기대됩니다. 4,5학년만의 들살이가 무척 좋았나 봅니다. 점점 세희가 씩씩해져가서 좋아요. 감자를 열심히 심었다고 하면서 손을 보여주는데, 봄바람에 튼건지 감자농사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무척 험하게 되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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