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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그 첫 술
작성자 : momocori
  수정 | 삭제
입력 : 2006-04-15 12:30:48 (7년이상전),  조회 : 359
4,5학년은 어제 노틀담 복지관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하는 나리방 하나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하나반 친구들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기 때문에 오전 시간에는 먼저 복지관 원장 수녀님께 인사를 드리고 복지관 구석구석을 구경했습니다. 치료받는 아이들 모습도 보고, 직업훈련을 하는 형님들 모습도 보고 하면서요. 건물 곳곳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세희는 꼭 성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잠깐 간식을 먹은 뒤에 복지관 선생님께 장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가지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장애가 있어요"란 말을 해서 교육을 안 받아도 되겠다는 평을 받았지요.

교육을 마친 뒤, 원장 수녀님께서 특별히 우리를 위해 떡볶이 반찬까지 준비해 주셔서 복지관 식당에서 밥을 먹었어요. 밥을 다 먹고는 복지관 숲 마당에 나가서 신나게 놀았지요. 아이들은 잘 놀았는데 저는 마음이 불안해서 쫓아다니며 잔소리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쌓아둔 나무를 제 것처럼 가지고 놀고, 놀이터 시설을 쿵쿵거리며 이용하고요... 학교에서라면 잘 노는 것만으로 두고 볼 텐데, 그곳은 우리가 손님으로 간 곳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어제는 복지관 분들이 여러모로 배려해 주신 것 같은데 늘 배려만을 바랄 수 없으니 앞으로는 가기 전에 교육을 단단히 해야할 듯싶습니다.

놀다보니 두 시간 여가 훌쩍 지나 친구들 만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재형, 수연, 채호, 종원 나리반 친구들이 하나둘 오고 자기 소개가 시작되었지요. 누가 먼저 하겠냐고 하자 복지관 친구들이 먼저 손을 듭니다. 4학년 수연이는 수줍어하면서도 자신 있게 자기 소개를 하더군요. 우리 쪽에서는 서영이가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씩씩하게 소개를 하였습니다. 다들 쑥스러워하긴 하면서도 웃으면서 자기 소개를 마쳤습니다. 그런 뒤에는 모둠을 두 개로 나누어 짝을 지었지요. 인호, 우현, 자령, 인범이가 채호, 재영이와 한 모둠, 세희, 준동, 광연, 서영이가 수연, 종원이와 한 모둠이 되어 하늘조, 산병아리조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이제 둘씩 셋씩 손을 잡고 가까이에 있는 계양산에 꽃구경하러 나섰습니다. 아이들이 꽃나무 아래를 서로 손잡고 가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 같았죠. 그런데 그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원이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주기 힘들어하는 광연, 준동의 모습도 보이고, 짝을 잘 챙기다가도 잊고 혼자 먼저 갈 때도 있는 자령, 인범의 모습도 보입니다.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아직은 서먹해 하는 우현이의 모습도 보이고요, 예쁜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하며 챙기는 세희, 서영이 모습도 보입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저는 '조금 더 부드럽게 손을 끌어주었으면' '잘 알아듣기 어려워도 말을 들어주고 말을 건네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솟아 우리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논다 싶으면 눈치를 보냈지요. 그랬더니 스스로 판단이 아니라 제 눈치를 보아 행동하는 것 같아 '아차' 싶었어요. "모모 이제 손 놔도 돼? 언제까지 손 잡아야 해?"하고 물어볼 정도니... -.-

첫 술이라 그런지 돌아오는 걸음이 조금 무겁더군요. 이 만남을 어떻게 의미있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
4,5학년 부모님들, 아이들에게 "복지관 아이들 만난 일로 하루이야기 쓰기" 잊지 말라고 꼭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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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 2006-04-15 13:13:47 (7년이상전)) 댓글쓰기
한 술 밥에 배부르지는 않지만 맛은 보았겠죠.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데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니, 저희도 아이들의 힘을 믿고 지켜 보겠습니다.
2프로 ( 2006-04-17 12:13:4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잘읽었습니다. 우리 애들이 마음도 솔직하고 난 척도 안하고... 그리고 실수를 안할라고 눈치를 볼 줄도 알고 ....좋은데요 뭐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셈, 모모님.
유니콘 29 ( 2006-04-17 16:31:29 (7년이상전)) 댓글쓰기
하루하루 아름다운 꼴들을 먹다보면 가슴이 살찌고, 깨끗하고 정이 가득찬 물(?)들을 먹다보면 생각이 맑아져서 세상 그어떤 것도 포용할 수 있는 큰 그릇들이 되어갈겁니다. 그 첫 술은 이미 채웠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고 생동감있는 인격체로 변모해 갈 겁니다.! 이들의 길잡이로 수고하시는 모모에게 신의 축복과 평안이 가득하길..모모!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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