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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토요일 산학교 운동장에서...
작성자 : 그루갈이
  수정 | 삭제
입력 : 2007-04-30 00:02:10 (7년이상전),  조회 : 246

  우현이가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해서 산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날씨가 정말로 좋은 토요일 오후다. 거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좋은 날씨다. 산학교에는 조수빈, 조우현, 강한님, 솔비(한님이 개), 꽁돌이 있었다. 우현이는 야외탁자에 앉아 수빈이가 가져온 ‘도라에몽’을 발견하고 손에 들었다.

 

박우현: 낄낄낄...

꽁돌: 너도 재미 있지.

수빈: 아빠, 심심해. 누구 좀 불러줘.

꽁돌: (전화...) 혜원이는 시골에 가 있대.

수빈: 문주언니한테 오라고 해.

한님: 공연보러 간다고 한 것 같은데.

그루: 수빈이는 손등의 아토피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안 먹니?

꽁돌: 햇빛 알러지가 있어요.

 

조우현: (철봉에 매놓은 그네를 타다가 철망을 올려놓고 그루를 부른다)

        철봉 그네가 재밌어.

그루: 어디 그네 맬 만한 나무가 있나 모르겠네요.

꽁돌: 보니까 없어요.

그루: 방법을 찾아 매야겠네요. 또 하나만 매서는 희소성 때문에 안될 것 같고

      두 개는 매야겠네요. 트럼펠린을 설치해야 좋은가.

 

한님: (운동장 위의 비탈에서 솔비가 따라붙자 밟힐 수도 있으니까)

      얘가 개념이 없어.

그루: 너 어려운 말도 하네.

꽁돌: 니가 개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은데.

(수빈과 조우현은 맨발로 뛰어논다. 빨리 야외수도를 설치해야겠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친구? 놀이기구? ?

  간밤에 잠을 못 잔 꽁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잠! 꽁돌은 책도 두 권이나 가져왔지만 볼 기회는 없을 것 같다.)

 

꽁돌: 도라에몽이 재미 있더라구요. 30권 다 읽었어요. 어릴 적에 상상해 봤음직한 얘기는 다 나와요. 권선징악적이 아니예요. 평범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예요.

그루: 도라에몽이 무슨 뜻인가요.

꽁돌: 그건 잘 모르겠고,

  (‘도라에몽’이 무슨 뜻인가. 인터넷에는 설이 분분하다. ① 도라야끼라는 속에 팥이 들어간 일본과자에서 나온 말. 만화에서 도라에몽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도라야끼. 에몽은 일본의 평민남자들에게 흔히 붙던 돌림자. 팥빵+돌이=팥빵돌이. ② 도라야키(どらやき라는 일본식찐빵)을 좋아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이건 도라에몽이란 이름이 먼저 붙고 뒤에 설정된 내용. ‘도라에몽’의 ‘도라’는 범과의 동물을 의미하고, ‘에몽’은 근세 일본에서 평민에게 정식으로 이름이 부여되기 시작하였을 때 주로 남자들에게 붙여졌던 에몬(衛門)에서 따온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것도 그냥 추측. 정확하게는 도라네코(얼룩고양이)와 에키몽(오뚝이)의 합성어. 작가는 캐릭터 이미지 설정에 고민하던 그때의 심정을 ‘도라에몽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만화를 남겼는데 고양이를 데리고 나오다 우뚝이를 걷어차는 바람에 얻은 아이디어로 이름을 지었다고 함. 오뚝이에다 고양이의 이미지를 심은 것. 괭이오뚝이.)

    아이들 책의 태반이 판타지예요.

 

그루: 판타지의 유행은 현실이 누추하고 답답하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꽁돌: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독서가 문제예요.

그루: 노르웨이의 숲이 고양이 이름이라지요. 대학생들 중에도 무라카미 하루키 류의 책과

        판타지 류가 많아요. 어릴적에 다양한 일본만화가 커서 무라카미 하루키 류의 비디오

        뺨치는 소설로 이어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의 독서계획을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네요.

 

  (심심해!를 연발하는 수빈이를 보면서 세월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빈이와 한님이의 모습, 조우현과 박우현의 모습을 보면서 『몽실 언니』를 다시 들춰보았다. 몽실이는 배고픔을 이겨야 성장할 수 있었지만, 수빈이는 심심함을 이겨야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다운 아이란 도대체 뭔지...) 

 

  『몽실언니』(권정생, ㈜창비, 1984[2000]). 토쿄에서 태어나 안동의 살강마을로 부모를 따라 ‘귀국’한 몽실이. 몽실이는 “한없이 가난한 그 아버지” 정씨를 아버지로 두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실상 부재한 상태였고, 어머니도 사실상 부재 상태였다. 몽실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까지 짊어져야 했던 한 ‘절름발이’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했던 시절, 가난이 안겨준 격언들이 많다. “쌀알을 흘리지 마라, 보증서지 마라, 도박하지 마라, 술 취하지 마라, 부지런해야 산다, 사람이 각박하면 못쓴다, 사람을 박대하지 마라, 배워야 산다”... 생존의 지식은 그때가 더 풍부했던 것 같다. “바디나물, 고수나물, 뚜깔나물, 개미나리, 칫동아리나물, 미역나물, 잔대나물, 싸리나물⋯⋯ 몽실은 정신없이 나물을 캤다.”(88쪽) 『몽실 언니』에서 배움은 생존의 지식과는 다른 것으로 취급되었다. “배운다는 것은 어머니의 젖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머니의 젖은 키를 크게 하고 몸을 살찌우는 것이고, 배우는 것은 머리가 깨고 생각을 자라게 한다.”(76쪽)

 

  『몽실 언니』에서 가장 주목되는 역할은 아버지다. 나쁘다, 나쁘지 않다. ① “아버지가 나빠요. 차라리 싸움터에서 돌아오시지 않으셨으면 나을 뻔 했어요. 우린 어떡하라는 거여요. 지금도 아버진 아무것도 못하잖아요.”(210쪽) 자활 능력도 없으면서 술냄새 풍기고 게다가 손찌검까지 한다면 그건 아버지의 역할을 못하는 것에다 부가적인 죄까지 짓는 것으로 생각된다. ② “아버지도 엄마도 모두 나쁘지 않아요. 나쁜 건 따로 있어요.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쁘게 만들고 있어요. 죄없는 사람들이 서로 죽이고 죽는 건 그 누구 때문이어요.”(226) 『몽실 언니』는 남북 간에 ‘편가르기’를 한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몽실은 이제 노루실도 댓골도, 아무데도 마음 붙일 곳이 없음을 알았다.”(271) 산학교는 그 구성원들에게 ‘마음 붙일 곳’인가... 아이들의 모습을 들여다 보지 않는 어른은 그 자격이 결여되었다는 불문율. 그러나 그럴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 큰손길과 잔손길. 호미질 한번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

 

  아동문학 평론가 이지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권정생을 이 시대 최고의 어린이문학 작가로 꼽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작품은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몽실 언니』만으로 충분하니까.”(이지호, 『동화의 힘, 비평의 힘』, 김영사, 2004, 193) 모르겠다.

 

 <이지호 평론집 발췌>

* “장주식 씨는 예비 작가의 주제 의식, 표현 그리고 정성을 문제삼고 있습니다.”(21)

  -“누군가는 어른과 어린이를 아예 서로 다른 종족이라고 했습니다.”(32)

  -“어린이에 관한 1차 자료는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어린이 자신이겠지요. 어린이를 직접 들여다보세요.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린이의 행동을 관찰하세요.”(33)

  -“신춘문예의 동화 당선작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쉽게 읽히지 않는 동화는 좋은 동화가 아니다. 둘째,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없는 동화는 좋은 동화가 아니다. 셋째, 어린이를 소외시키는 동화는 좋은 동화가 아니다.”(43)

 

  - “환상동화가 철저한 리얼리즘적 논리를 바탕으로 꾸며져야 한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아는 작가”(61)

  =“『고양이 학교』(김진경, 문학동네어린이, 2002)는 한 마디로 말해서 실패한 환상동화다... 『고양이 학교』는 환상동화의 관건이 독창적인 환상구조를 구성하는 데 있다는 것을 인식한 최초의 환상동화이다.”(79)

  -“환상동화는 환상의 논리에 입각한 문제 풀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114) “그런데 이상한 것은 버들이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러브레터는 전혀 변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현실의 논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에 관한 환상의 논리를 제시했어야 했다.”(105)

  -“『고양이 학교』의 ‘고양이 학교’는 『해리 포터』시리즈의 ‘마법학교’를 그대로 모방한 것인데, 이는 독서 대중의 시류적 인기에 편승하고자 한 안이한 작가 정신을 대변하는 것 같아 뜻있는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118)


=“이오덕은 작가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필이면 졸작에 대해서 평가한 것이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사족이나 다름없는 말을 더한다. 작품을 평가한 것이지 작가를 평가한 것이 아니라고. 부디 챙길 것만 챙겨서 창작의 밑거름으로 삼아달라고. 이오덕의 인간적 풍모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그렇다. 미안한 일이다. 작가가 분신으로 여기는 작품을 쑤시고 후비고 뒤집고 젖히고 꼬집고 비틀고 엇질러 놓는데,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정말 평론가가 작가에게 미안해야 하는 것일까. 오히려 작가가 평론가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평론가처럼 작가의 작품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 또 어디 있는가. 평론가처럼 좋은 작품에 즐거워하고 나쁜 작품에 슬퍼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는가. 애정이 없으면 미움도 없는 법이다.”(192)


=큰나. 산학교는 산학교 사람들의 분신이자 예술작품, 분신론의 제출자 포도... 시흥 포도의 고장“ 포도탑...

=“작품 평론이 작가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의 서비스는 매서운 친절이다.”(195)

=“아무리 가깝고 허물 없는 사이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 있는 것이다. 상대의 아픈 상처를 헤집어 놓는 말이라면 농담으로라도 해서는 안 된다.”(216)

=“동화교육은 동화 바로 그 자체의 교육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다.”(239)

=“어린이의 사유 논리와 어른의 사유 논리의 관계를, 흔히 주술적 사유 논리와 과학적  사유 논리의 관계로 비유한다.”(254)

 

= “우리는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여덟 번의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도 초기의 교육과정은 10년 안팎 사용되었다. 그런데 4차 교육과정부터는 그 수명이 5년 정도로 단축되었다. 두루 아는 바와 같이, 그것은 정권의 교체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이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는 정권이 바뀌는 5년마다 백년지대계를 다시 꾸려 왔던 셈이고, 앞으로도 그럴 셈인 것 같다. 초⋅중등교육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320쪽)

=“읽기 교과서를 5년마다 개편하여야 하는 까닭은 국어과 교육과정이 5년마다 개정되기 때문이다. 국어교육의 틀을 5년마다 새로 짜야 할 정도로 국어교육의 환경이 그렇게도 급변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단지 정권이 5년마다 바뀔 뿐이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군사 독재 정권의 전통도 전통은 전통인 모양이다. 이제 교육은 교육의 논리로 풀 때도 되었다.”(334)

 

=교육은 정말 백년지대계여야 한다. 철학과 합의를 바탕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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