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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네요
작성자 : 그루갈이
  수정 | 삭제
입력 : 2007-05-06 00:05:53 (7년이상전),  조회 : 230

     <어린이날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하는 날...>

 

  2007년 어린이날 산학교의 하루를 생각해 보면서 진행된 일과 지극히 개인적인 소감을 적어봅니다.

 

  9시 반에 학교에 갔다. 길가의 주차공간 옆의 도랑에서는 할머니 한분이 살진 미나리를 뜯고 계셨다. 도랑물은 완전히 썩은 물인데 그 물 속을 마시고도 식물들을 씩씩하게 잘 자란다. 하지만 그 미나리를 먹을 수 있을까. 더러운 도랑물을 먹고 자란 미나리를 보며 은근히 착찹해졌다. 길건너편의 정원 잘 가꾼 집에서는 그 집앞에 세운 차를 치워달라고 했다. 그곳을 관리하는 할아버지는 언제 정원 좀 구경하겠다고 하자, 사장님이 사진 찍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곳의 입구에는 “경축 근로자의 날 주식회사 신일기초”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날씨는 정말 쾌청했다. 저녁때 집에서 뉴스를 들어보니 오늘은 처음으로 충남 금산이 30.2도로 30도를 넘는 더운 날씨를 보였다고 했다. 서울도 26도가 넘었다니 아마 여기도 그쯤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야외수도’가 아쉬운 하루였다. 산신령과 아침햇살도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운동장 쪽에서는 어린이날 체육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당에 가보니 학교 공간의 구성표을 큰 종이 위에 표로 정리해 놓고 있었다. 공간이름을 뽑아놓은 걸 보고 마음이 무척 설레었다. 이 평범한 장소는 이렇게 세계적인 장소^^로 거듭 창조되고 있다! 운동장은 “개나리운동장, 뜀터, 자유나라, 공터”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것들을 놓고 운동장 이름을 결정하는 투표를 할 것인지 운동장을 그렇게 구분한 것인지 궁금했다. 오〜 공간에 멋진 이름을 붙이고 있구나! 선생님들에게 확인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산학교에서 공간의 의미 창조 작업은 ‘환경미화’라는 별 의미 없는 작업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터전을 창조적으로 구성하는 주제교육이다. 먼저 최근의 가장 인상적인 작업인 벽화를 떠올렸다. 이전에 말했듯이, [벽화의 주제로 똥을 제안했던 광연이는 산학교 벽화가 “똥같은 학교”를 그린 것이라고 했다. 헉^^ 붉은악마식 어법이다. 똥같은 학교’라^^  세상에 자기네 학교를 똥덩어리라고 대만짝만하게 그려놓은 아이들은 세계적으로 매우 특이한 사례로 보인다!] 하루 종일 못 만난 벽화 작가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 벽화를 그릴 때 준동이는 주로 건물들을 그렸다고 한다. 세희는 똥과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시트지에 쓴 이름표를 달았다. 상신이는 ‘아앙’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유니콘의 사회로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산학교 식구들도 확실히 늘어난 것이 운동장에 다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사람 반 공터 반이었다. 운동장 가에는 가연지후 할머니와 민혁세희 할머니께서 오셔서 구경하셨다. 나중에는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셨다.

 

  오전에는 ① 바둑돌 옮기기, ② 가랑이로 풍선 끼고 이어달리기, ③ 위로 아래로 공을 옮기기, ④ 2-4-8명이 다리묶고 달리기 등을 했다. 풍선 이어달리기를 할 때 아침햇살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빙자해서 재밌게 노는 것 같다”고  ‘인사말씀’을 하셨다. 영초는 엄마가 달리기 하자 엄마 꼬리를 잡고 따라가다가 울어버렸다. 공옮기기를 할 때 꽁돌은 채륭엄마를 보고 “오랫만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채륭엄마는 “오랜만이래.”라고 했다. 인사도 “반갑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④ 2인3각, 4인5각, 8인9각 이어달리기에서는 재영이와 아빠가 제일 열심히 연습했다. 영태와 영태아빠, 채륭이와 아빠는 무지하게 속도가 빨랐다. 상신이와 엄마는 열심히 달리다가 넘어져서 울었다.

 

  졸업생 중에는 유일하게 한동이가 왔는데 가족중에서 키가 제일 큰 것 같았다. 한동이는 “이제 그만 컸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너무 부럽다^^ 물론 키가 커도 불편한 점도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다가 동하아빠는 턱허니 벚나무 가지에 머리를 부딪쳤다.

 

  네 종목이 끝난 다음에 각 모둠별로 비빔밥을 비벼 먹었다. 비빔밥조개구이와 더불어 산학교의 지적 재산 중의 하나다. 비빔밥을 만들어 정을 나눈다는 것은 어쩌면 오늘의 초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현아빠는 “다 먹어보니까 거인네 것이 제일 맛있네!”라고 하셨다. 그게 객관적인 조사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러나 기현아빠 독수리의 모둠은 거인네 모둠이었다^^ 시원한 교실에 은밀히 자리를 잡은 채륭엄마 모둠에서는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하현아빠 감격시대는 박우현엄마네 모둠에 와서 식사를 하셨고, 물길은 거인네 모둠에서 식사를 하셨다. 감격시대를 보고 그루가 “제일 맛있는 곳에 찾아오셨네요!”라고 했다. 감격시대는 “말 한 마디로 인심을 얻었네.”라고 하셨다.

 

  노루귀모둠 이외에는 비빔밥이 다소 많이 남았다. 졸업생들을 위해서 20명 분의 음식을 더 했는데 몇몇 가족이 못 오고 졸업생들도 사정 때문에 많이 오지 못했다. 진이아빠는 출근하여 자동차를 고쳐야 했고, 한님아빠는 Y행사에 참석해야 했고 2월 4월 5월의 대목에 열심히 일해야 하는 한님엄마는 꽃집이 바빠서 못 오셨다. 다들 사는 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감격시대는 하현이가 여자친구가 4명이고 오빠들과도 재밌게 지낸다고 했다. 5월 17일에 검정고시를 보니까 문자를 날려달라고 하셨다. 하현이가 춤을 잘 춰서 스스로도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부모 중에 황진이춤 검무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검무를 배운다고 했다. “검무도 배워요?” 이 질문에 감격시대는 “거기도 서울이라 부모들 수준이 여기보다 한 수준 높아요.”라고 대답했다. 채은엄마와 상윤엄마는 “졸업하시더니 별 말씀을 다 하시네.”라고 했다^^ 그루는 검무로 세계를 주름잡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연극은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다고 했다. 웬 그런 소리를 했는지. 엄마들은 “애들이 연극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어린이날 행사에 엄마나 아빠들과 함께 아이들이 간단한 연극 한 자락을 했다면 더욱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점심 때 한동이네와 감격시대와 물길에 이어 2프로와 산유화가 오셨다. 지명이는 수두에 걸려 고생하고 있단다. 파도선생님의 아기는 방울토마토를 좋아하는데 먹는 표정이 너무 재미 있었다. 아빠들은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점심때 와서 학교를 둘러보던 포도는 목공장 아래쪽에 나무토막을 쑤셔박아 놓은 것을 보고 “나무를 여기에 다 쑤셔박아 놨네.”라고 점잖게 얘기했다. 터전정리조는 눈가리고 아웅하다가^^ 포도한테 딱 걸렸다. 그렇게 모아놓은 것은 나중에 모닥불 피우는데 쓰면 된다. 그루는 산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보기를 좋아한다. 주로 식물과 나무와 벽화와 같은 산학교 구성요소를 둘러보고 거기서 떠오르는 발상을 즐기는 쪽이다. 포도는 산한교 교정을 둘러보기를 좋아한다. 관심은 그루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시설이 적절한지,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등 시설관리의 관점에서 보는 듯하다. 그런 포도가 오늘은 “풀꽃과 나무를 공부하려면 산학교에 와서 해야겠네.”라고 했다. 정자 위쪽에는 애기똥풀이 많이 자라고 있고, 주방 바깥쪽에는 서양민들레가 많이 피어 있다. 산학교의 동식물 조사와 안내표지판 만들기도 여력만 있으면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영초는 “아빠, 담배 피워.”라고 말했다. “가서 피우지 말라고 해.” 나중에 보니까 아빠들은 학교 출입문밖 느티나무 아래에서 담배들을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고 가서 포도가 10여개의 꽁초를 주웠다. 가람아빠는 “애들이 나무에 올라가니까 떨어질까봐 걱정이야.”라고 했다. 준동아빠는 “가람이 광연이만 안 올라가면 될 것 같은데.”라고 했다. 사실 남자애들은 몇몇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많은 수가 나무와 정자지붕에 올라가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는 중력놀이를 말릴 수는 없을 것 같고, 자전거타기와 인라인이나 그네타기로 중력놀이 욕구를 해소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네를 매자니 마땅히 그네를 맬 나무를 찾기가 힘들고, 방방이(트럼펠린)를 설치하자니 어른용을 설치해야 하니까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느티나무 밑에서 두 할머니께서는 그늘을 즐기고 계셨다. 거기에 감격시대며 2프로가 앉았다. 감격시대는 “이 나무가 복을 주는 나무야!”라고 하셨다. 오후에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유니콘이 여러번 소리를 질러서 시합을 시작했다. ① 물풍선 던지기, ② 밀가루 속에서 사탕찾기, ③ 이어달리기가 오후 프로그램이었다. 우현이와 한동이 등은 물풍선의 물을 듬뿍 뒤집어 썼다. 재영이는 “우리 아빠가 갑자기 사라졌어!”라고 했다. 재영아빠는 뿔(Cerato) 속에서 잠시 피로를 풀고 있었다. 세라토는 그리스어로 뿔과 밖으로 튀어나온 모양을 뜻한다니, 모든 면에서 우뚝선 최고의 존재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스펀지> 지식으로는 아기공룡 둘리가 육식공룡인 ‘케라토케라우스’라나(엄마공룡은 초식공룡인 브라키오사우르스). 얼굴에 밀가루 범벅이 되자 사람들은 다소 즐거워했다.

 

  이어달리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확 끌었다. 1-2학년, 3-6학년, 1-2학년 엄마들, 3-6학년 엄마들, 135학년과 246학년 아빠들이 이어달리기 시합을 벌였다. 황어는 달리다가 넘어지자, “마음은 날아갈 것 같은데 몸은 안 따라주네요.”라고 했다. 아빠들의 마지막 주자는 체육대 출신의 현모아빠와 마라톤애호가인 광연아빠! 경쟁이 붙으니까 나름대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아이들은 달리기가 끝난 다음에도 달리기를 벌였다. 재영이는 넘어진 것이 아쉬웠는지 계속 달리려고 했다. 운동회 종목은 경쟁 위주의 시합보다는 협동능력을 중시하는 쪽이었다. 고학년 아이들에게 지적인 쾌감을 주는 종목도 개발할 여지가 있을 듯 싶었다.

 

  체육대회가 끝난 후 아이들은 과자와 같은 선물을 받았다. 우제는 “양말을 선물받았어.”라고 했다. 엄마는 “필요한 줄 어떻게 알았지.”라고 좋아했다. 서영이는 “도대체 왜 선물이 작년과 똑같은 거야!”라고 항의했다. 선물을 똑같이 하더라도 학년별로 차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갈 사람들은 가고 남은 사람들은 강당에 모였다. 강당에서는 "지금부터는 어버이날 시작이야."라고 했다^^ 꼬박의 차에 한님이를 태워주려고 데려가려니까 한님이는 “엄마가 이상한 아저씨 따라가면 안 된 댔어요.”라고 했다. 봄맞이는 “그루갈이가 이상한 아저씨야?”라고 물었다. 하긴 면도도 못하고 머리도 부스스하니, 나름대로 깔끔함을 중시하는 한님이가 일종의 용모 비판을 한 셈이다.

 

  생각하면 산학교 운동회는 느슨한 구성, 대여섯살부터 어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만남의 마당이다. 사람들은 쾌청한 오늘 무엇을 느끼고 하루를 마무리했을까. 포도는 "마음껏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좋네요."라고 오늘의 소감을 피력했다.  ‘부모회 회장의 말씀’이 있었다면 이런 말씀이었을 것이다. 이말은 또 터전을 만든 어른들이 있고 터전에 생기를 불어넣는 아이들이 있어서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땀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이런 말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산학교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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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 2007-05-08 00:03:22 (7년이상전)) 댓글쓰기
[정정]기현아빠 독수리는 == 준동(국화)네 모둠임/ 지명이는 수두에 걸려 == 수두는 동현이가 걸림
송이 ( 2007-05-08 11:47:46 (7년이상전)) 댓글쓰기
그리운 분들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아른하네요^^ 동현이가 수두에 걸리고 팔까지 깁스를 하고 있어 가보지를 못했어요. 잘들 지내시죠? 아이들도 한뼘은 컸을텐데...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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