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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가만있어."
작성자 : bys6701채송화
  수정 | 삭제
입력 : 2006-12-08 21:34:31 (7년이상전),  조회 : 287
누구 말일까요? 낙지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물고 종은이가 한 말입니다.
누구에게? 낙지에게.

수리산 등반도 취소되고, 은행동 도서관도 휴무이고, 수요일에 갔던 소래산도
또 가면 재미가 덜하고 등등의 이유로 아이들 시선이 어디에 제일 많이 쏠리는
곳을 생각해 봤더니 5월에 한 번 갔던 어시장 소래포구였습니다.

월곶에서 아저씨들이 낚시해서 잡아놓은 망둥어를 보고, 고기잡이 갔다가 돌아오는
고깃배가 물을 가르며 멀리 파도가 이는 걸 신기하게 보고, 길가에 불을 피어놓은
곳에서 찬 손을 녹이고, 낚시밥 갯지렁이를 보면서 아유 징그러워 하고, 수인선 좁은 철길을 따라 소래 어시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채송화 튀김 먹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은 먹을 것을 졸라대고, 그래 기분좋게 구경할려면 아이들
입막음부터 하자 생각하고 낙지 먹을 곳을 물색하니 세발낙지 6마리에 만원을
한다고, 10명이 먹기엔 부족하고 이만원어치 주문했더니, 손빠르게 12마리를
바구니에 담고 머리 내장을 빼내고, 칼로 칵칵칵 해대니 아이들이 낙지 불쌍하다고
위하는 척 합니다.

모두들 나무 젓가락을 들고 길바닥에 앉아 열심히 먹습니다.
"아까는 불쌍하다며?"
"먹을 때는 그런 생각 안들어"(조수빈)

그런데 제 옆에서 먹는 종은이는 고개를 숙이고 먹는데 한참이 걸립니다.
낙지와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젓가락에 낙지를 묶어서 이빨로 먹을려는데
낙지가 자꾸 종은이를 거부합니다. "야, 가만 있어"
이 말을 낙지가 들었을까요? 듣고도 말을 안들었을까요? 결국은 종은이 입 속으로
들어갔으니 종은이 말 들은거네요.

"근데, 낙지가 뱃속에서 꿈틀꿈틀 하는 것 같아"
"나도 그래"
배불리 먹고 3학년 팀은 킹콩이, 2학년 팀은 저랑 같이 구경거리에 나섰습니다.
" 이건 넙치야, 이건 농어야, 이건 우럭이야,아줌마, 이건 뭐에요? 민어야, 우럭이야, 이건 개불이야. 어, 애벌레같아. 아냐, 남자 아이들 xx같아. 야, 예쁜 조개다. 키조개다.만져봐도 돼요? 아줌마, 얘들아, 저쪽으로 얼릉 가, 이건 가오리고, 이건 홍어야. 으흠, 명태 알 먹고 싶다. 야 새우젓 먹고 싶다. 너희들 학교 안가고 여기 뭐하러 왔니? 자연 공부하러 왔니? "
한 바퀴 돈 아이들 모습입니다.

3학년 몰래 2학년들만 따뜻한 어묵을 사줄려고 가는데 뒤에서 채륭이에게 들켜
모두들 튀김집 앞으로, 오뎅, 가래떡 구이, 호떡을 먹으며 다시 학교로
"채송화, 수학 숙제 많을 때 채송화 미웠는데, 이렇게 사주니까 좋다"

오늘 제가 아이들에게 아부 아닌 아부를 하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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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프로 ( 2006-12-09 10:33:49 (7년이상전)) 댓글쓰기
이 글을 이번 소식지에 게재하기를 강추합니당^^
새참 ( 2006-12-11 12:15:36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앉은 자리에서 산낙지 서너마리는 뚝딱인 세연이, 무지 부러웠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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