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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교에서의 터전살이
작성자 : 아침햇살
  수정 | 삭제
입력 : 2007-02-27 23:42:47 (7년이상전),  조회 : 228

긴 방학을 끝내고 아이들이 모두 모인 새 학교에는 이른 봄햇살이 아주 따스했습니다.

그리고 신입생을 맞이하지 않은, 그리고 덩치 큰 6학년이 떠난 학교 마당은 아이들의 수에 비해 너무 컸습니다.

몇 명은 너른 교실 바닥에 엎드려 그림도 그리고 수다도 떨고, 어디선지 꽃삽을 찾아 모래놀이도 하고.남자아이들은 여전히 마당 구석구석에 지천으로 널린 나뭇가지들로 칼싸움을 하기도 하고, 담장으로 쳐 놓은 철망에 공을 세게 차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힘에 겨운지 모두 교실에 들어와 무더기로 모여앉아 그림을 그렸구요.

질척했던 운동장도 어느새 다 말라 있었습니다.  

아이들 얘기가, 벌써 나비도 나왔다나요.

 

첫날 오전엔 학년별로 모여 방학지낸 이야기를 나눈 후

모두 강당에 모여 앉아 노래도 부르고, 샐러드 놀이를 했습니다. 사과, 감, 배, 바나나인가 샐러드에 들어가는 과일을 네 종류 정해 술레가 부르는 대로 자리 옮겨앉기를 하다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시 술레가 되는 놀이인데 재미에 모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통나무놀이도 하였지요. 모두 엎드리면 엎드린 위로 차례로 구르는 놀이인데 1학년들의 그 가녀린 몸 위로 저도, 달님도, 파도까지 굴렀는데도  끄떡없었지요.

맛단지선생님게서 해 주시는 맛있는 밥도 먹고, 오후에는 땀나게 두어시간 마음껏 놀다가,

다시 강당에 모여 학교공간과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ox퀴즈를 하고, 파도선생님이 진행하는 보물찾기를 다섯모둠으로 나누어 진행해 상으로는 간식(소보루빵) 먹을 때 다섯가지의 마실 것을 정해 이긴 순서대로 고를 수 잇는 특권을 주었지요.   

 저녁식사 후에는 인간윷놀이라는 걸 했는데, 아이들 네 명이 윷이 되어 몸을 던지는 거였지요, 잡고 잡히고 나중에는 조금 지루해질 듯 하다가 승부가 결정되자  이긴 팀은 고함을 지르며 마감을 했는데  오랜 만에 학교에 나와 놀아서인지 모두 피곤해 보여 하기로 했던 털실방울만들기는 다음 날 오후로 미루었지요.

10시부터 잠자리에 들기 시작한 아이들은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모두 잠들고 교사들을 너른 교사실 책상에 앉아 12시 넘어까지 3월 교육회의를 하였습니다.    

 

이튿날,

터전에서 주무신다는 걸 집에 가서 편안히 주무시라고 했더니 맛단지 선생님은 새벽같이 학교에 오셔서 맛있는 아침을 준비하셨습니다. 늦게 이룬 잠인지라 음식냄새를 맡고서야 겨우 일어났습니다.

온도를 낮추고 잤는데도 방바닥이 하도 따듯해 찜질방에서 잔 듯, 전날의 피로가 말끔히 가셨는데 아이들은 더웠다고 합니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뒷산으로 나들이를 가고, 저는 나들이도 못가고 자원교사로 오실 고상원선생님이 오셔서 오전 내 새 학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후에는 풍물놀이를 맡아주실 조춘영선생님도 오셔서 또 두어 시간.... 또, 이런 저런 전화에 하루종일 말만 한 것 같습니다.

참, 영어수업을 맡아주실 임해진 선생님도 이틀 동안 함께 했습니다. 직장에서 우리 터전살이에 합류하기 위해 휴가를 냈대요. 동작이 잰데다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솜씨가 교사들의 눈에 쏙 들었지요. 특히 은빈이가 착 달라붙어 계속 영어책을 들고 다니며 읽어달라고 하였지요.

새로 수업을 맡게될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 열정이나 생각이 우리 학교와 잘 맞아  특히 올해에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3월이 시작되면 모두 만날 분들이지요.  

  

오후에는, 전 날 밤 하지 못했던 털실방울 만들기를 했습니다.

이 털실방울은 제가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놀이로 뜨듯한 방에 동무들과 모여앉아 여러 개 만들어서 가장 잘 만들어진 것은 모자끝에 달았었는데 방학 전에 하려다 못한거였지요.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이 방울을 몇 년 전에 발도로프 공부를 할 때 거기서 만드는 걸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그 후로는 어린이집에서 일곱살을 데리고 해마다 겨울이 되면 방울을 만들었던 건데 세대가 달라서인지 달님도 채송화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네요. 집에 돌아가기 전 오후에 강당에 모두 모여 색색의 털실로 방울을 열심히 만들던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예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영태는 자기 것을 만들며 영초 것을 챙기는  모습이었고(영초는 좋은 오빠 둬서 참 좋겠다), 몹시 축구를 하고 싶은 채륭이는 끝까지 만들지 않고  참견만 하고 다녔지만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역시 산학교아이들이었지요.

오후 세시가 되면서 아이들이 하나둘 학교를 떠나고, 교사들은 남아 주문한 칠판이 와서 각 교실마다 달고, 청소기 돌리고, 내일 수업할 책상 모두 교실에 정리하고나니 다섯 시 반,  진짜 학교 같았습니다.

 

올해 새 학교는 공간이 넓고 활동량이 많아 아무래도 살이 빠질 것 같은 좋은 예감입니다.

이틀 동안 교사실을 내집 드나들 듯, 뻔질나게 들어오고, 떠드는 소리가 천둥소리 같긴 해도 터전살이를 마친 교사들의 느낌은 방학을 마치고 첫 등교한 아이들인데도 들뜨지 않고 질서가 몸에 배인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두고 봐야지요.

 

내일은 신입생 맞을 준비를 하려 합니다.

상윤이가 열이 많이 나서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내일은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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