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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3월25일 부모참여수업 우현아빠편)
작성자 : plantino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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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03-26 16:27:28 (7년이상전),  조회 : 569
《2005년 3월 25일 금요일 부모참여수업: ‘나의 이름’》

아침에 가서 학교에 가 있으니까, 8시 3분 50초에 최혜원이 가장 먼저 도착했다. 혜원이는 차돌수집가였다. 자신의 개인보관함에 수집해놓은 보물인 돌들을 보여주었다. 8시 12분에 영태가 도착했다. 혜원이는 “미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싶다고 했고, 영태는 ‘오목’을 두고 싶다고 했다. 결국 혜원이는 마당에서 강쥐와 놀았고, 영태와 오목을 한 판 두었다. 37분에 문주가 도착했다. 45분에는 세희와 하현이가 도착했다. 그리고 나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르르 도착했다.

<오전 고학년 수업>

금요수업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오전수업은 포도가 저학년을 맡고, 우현아빠가 고학년을 맡았다. ‘고학년’의 아침열기 시간에는 12분동안 수업 내용에 대한 소개를 하였다. ‘나의 이름’ 수업은 한편으로는 ‘한자’가 자신의 일부지만 빌려온 기호체계이기 때문에 모국어 수준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충분히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시인의 눈’으로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을 체득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수업시간과 놀이시간이 뒤섞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두 시간의 존재의미를 구분짓기 위해서 평소 시간에는 평어를 쓰고 수업시간에는 높임말을 쓰기로 했다. 아이들은 “깐깐징어와 같잖어.”라고 했다.

그리고 9시 30분부터 수업에 들어갔다. 먼저 눈을 감게 하고 “한평생 쓰고도 남는 물건”이라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평생 쓰고도 남는 물건’에는 뭐가 있을까 하는 문제를 아이들과 얘기해 보았다. “책”(서영), “사람들... 쇠똥 악동”(민혁), “창 칼”(세희),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하현), “집, 펭귄”(광현), “붓”(우현), “세상의 모든 것”(자령), “학교”(준동), “지명”(돈), “그냥 펭귄”(동현), “다훈”(실), “유골”(한동). 물론 수업진행자는 말과 글, 그리고 이름 같은 것도 있다고 했다.

‘자금우(紫金牛)’ 화분을 들고 잘 ‘관찰’하고 그 특징을 말해보기로 했다. “열매가 빨갛다” “열매가 동그랗다” “잎이 초록색이다” “잎이 타원이다” “잎이 풍성하다” “화분이 갈색이다” “추위에 약하다” “이름이 있다” “자생한다” “씨가 달린다” “뿌리가 있다” “물을 빨아들인다” “미생물이 있다” “햇빛을 받아 이산화탄소를 마신다”. 한 가지는 끝까지 안나와서 수업진행자가 얘기했다. “키가 작다.”

다음에는 자금우(보라빛소, 순금소), 천냥금 이외에 다른 이름을 지어보기로 했다. “천냥빚” “펭귄” “궁예(가 길렀다)” “작은이” “작은 나무” “작은 사과” (“앵두”). 그리고 이름이 없다면 어떨까 하는 점을 얘기해 보기로 했다. 얼마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는 “지겨워”라고 했다. 자금우에는 여러 개의 이름이 있고 그것들은 각각의 특징에 따라 지은 것들이다. 이름이 없으면 대단히 불편하다는 점을 얘기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산학교’의 ‘산’은 본래 한자 ‘山’에서 나왔다. “각자 자유롭게 산의 모습을 그려봐요. 다 다르지요. 같은 글자라도 이렇게 그 구체적인 뜻은 다 달라요. 여러분이 시인이 되어 이름의 뜻을 생각해 봅시다. 일하지 않은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했는데, 자! 해보지요.”

가나다 순으로 먼저 ‘광연’이의 이름을 얘기했다. ‘김’과 ‘우’가 만나서 멋진 ‘광연이’를 낳았다는 점, ‘김’이란 글자는 본래 하나의 그림이었다는 점, 그러나 뭘 그린 것인지는 많은 견해가 있다는 점, ‘김’이란 한자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금빛상자에서 나온 아기를 뜻하는 김알지 이야기, 그리고 ‘우’는 벌레의 모양을 본 뜬 것이라든지 해충을 한손으로 잡는 모습을 본뜬 것, 먼 옛날 황하(벌레 모양?!)에서 홍수를 다스린 영웅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김’과 ‘우’의 만남은 간단히 ‘금빛상자’와 ‘벌레잡이’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물론 성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과정은 생략하고, 이름의 뜻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① “빛나는 연못”이 무슨 뜻일까, 시인이 되어 생각해 봐요! 이름은 나쁘게 풀이하면 안돼요... “아이디어가 빛난다”(자령), “연못의 개구리, 빛나는 연못처럼 밝은 아이”(민혁), “빛나는 ○머리”(자령), “연못”(동현) “빛나는 오징어”(한동), “빛나는 육개장”(다훈), “반짝반짝 빛나는 별빛이 연못에 비친다”(하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 같은 마음”(세희). 이 대목의 시인은 ‘세희!’ 박수!

② 우현: “만날수록 어진 사람”은? “만날수록 공손한 사람”(다훈), “현기증이 잘나는 사람”(지명), “좋은 사람”(한동), “높은 사람”(자령), “꼼꼼한 사람”(민혁),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서영), “다정한 사람”(세희), “예절바른 사람”(준동), “마음이 차분한 사람”(하현), “힘센 사람”(광현).

③ 세희: “세상의 희망”은? “안전한 삶”(민혁), “보온이 잘되는 사람”(지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서영), “운좋은 사람”(동현), “온전한 세상”(우현), “세상을 다듬는 사람”(자령), “마음이 차가운 사람”(한동), “계속 발전해 나가는 사람”(준동), “지혜가 많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세희), “비둘기가 생각난다. 하얀 비둘기 같은 희망, 행운”(하현), “마음이 따뜻한 사람”(광연).

④ 자령: ‘길잡이와 수호천사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란? “아령든 아저씨”(지명), “아들이 구름위에 올라가 있는 모습”(민혁), “꾀많고 지혜많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세희), “혼자서도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사람”(하현), “운이 좋다”(다훈), “전설의 용장 다오가 생각난다”(한동), “자유의 아이”(우현). -자신의 수호천사는 어떻게 생겼을까!

⑤ 준동: “슬기롭고 재주가 많아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게 무슨 뜻일까? “원숭이띠”(민혁), “준장의 똥, 모든 걸 시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지명), “아무리 어려워도 할 수 있고 불가능이 없는 사람”(세희), “손재주가 좋고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는 사람”(다훈), “아인슈타인”(한동), “잔머리 엄청 잘 굴리는 사람”(동현), “훌륭한 학자”(우현), “좋은 사람”(광연),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서영).

⑥ 서영: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상서로운 꽃”? “민들레 씨앗 날아가는 시원한 모습”(하현), “셩같은 사람”(지명), “시원한 물이랑 별꽃처럼 시원하고 아름다운 사람”(세희), “좋은 꽃”(한동), “행운이 많은 꽃”(우현).

⑦ 한동: “힘차게 날아올라서 세상을 밝게 비춘다”는 뜻은? “한 그릇의 동태찌개 같은 모습”(지명), “건강한 사람”(하현), “새로 다시 힘차게 시작하는 사람”(세희),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민혁).

⑧ 다훈: “많은 이들에게 도움과 가르침을 주는 사람”의 뜻은? “착하고 도움을 주고 사람들에게 행운이 되는 사람”(하현), “고기란 고기는 다 혼자 시켜버리는 사람”(지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기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세희), “지식을 많이 주는 사람”(동현).

⑨ 하현: “여름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고 현명하고 어진 사람”의 뜻은? “하늘같이 넓고 푸른 마음을 가진 사람”(세희), “훌륭한 사람”(한동), “여름에 태어난 사람”(민혁), “화훼단지”(지명), “여름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어진 사람”(우현).

⑩ 지명: “밝은 뜻을 가지고 사는 사람”의 뜻은? “항상 밝은 사람”(하현), “항상 밝고 명랑하고 신나게 사는 사람”(세희), “밝으면 머리가 밝은 사람”(다훈), “파티하는 사람”(한동).

⑪ 민혁: “사람들을 위해 불편한 것들을 고치는 사람”의 뜻은? “장보고”(민혁),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항상 친절한 사람”(하현), “백성을 살리기 위해 힘을 많이 쓰는 사람”(한동), “용맹한 사람”(지명), “용맹한 사람”(준동), “늘 푸른 마음을 가지고 현명하고 따뜻한 사람”(세희), “백성의 명을 위해 힘을 많이 쓰는 사람”(민혁)

⑫ 동현: “햇빛을 받은 아침이슬처럼 밝게 빛나는 사람”의 뜻은? “핑구”(동현), “밝게 빛나는 사람”(세희), “이슬처럼 맑고 빛나는 사람”(하현), “동태찌개를 현명하게 잘 끓이는 사람”(지명), “거울처럼 깨끗한 사람”(한동).

수업은 12시 12분에 끝났다. 고학년 수업에서는 ‘산’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림만큼 아이들의 정서상태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수업시간에 그린 그림에는 ① 수업진행자가 시켜서 그린 그림 ② 지루해서 그린 그림이 있다. ① 수업 중에 수업진행자의 지도에 따라 그린 그림에서는 비교적 정리된 아이들의 생각에 아이들의 의식과 무의식 상태를 보여준다. 남자 아이들의 경우엔 산봉우리가 세모꼴로 날카롭고 뾰족한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은 어떤 측면에서는 힘과 힘이 부딪치는 일종의 전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② 지루해서 그린 그림은 수업이 끝난 후에 아이들이 버리고 간 종이에 있다. 그 그림들은 매우 거칠지만 아이들의 정서와 생각이 드러나 있다. 거기엔 이런 문구가 보였다. “방귀맛 어때?”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 머리, 유행에 민감함” “난 왕고추!! 모자이크처리 저질 저질” “장동민 이세영” “최자령 崔子靈 Choi Ja Ryeong” “내똥이 더 굵어! 내 똥은 더 커!” “미친 요괴들” “바보” “내 고추가 최고야!! 나라니까” “대머리 아찌 등신이래! 윽윽 가위손 주먹손” 5학년의 경우엔 사춘기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가 하는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 보였다. 전반적으로 예쁜(?) 그림보다는 요괴나 괴물을 많이 그렸다. 왜 이런 그림들이 많이 나올까 하는 점,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아니면 텔레비전의 영향 때문인지 매우 자연스런 반응인지 등등은 좀더 분석을 해봐야 할 것이다.

점심식사 시간에 아이들은 밥을 잘 먹었다. 아무튼 열심히 일(공부)하고 적어도 오전수업에서 버텨낸 아이들답게 잘 먹었다. 세희는 맛단지에게 “반찬을 참 맛있게 하시네요.”라고 하며 자기네 집의 음식과 재료가 틀리다는 점을 얘기했다. 우현아빠도 “파만 빼고 다 먹었어요. 맛있으니까 참 잘 먹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맛단지는 “하루종일 뛰고 노니까 잘 먹죠. 대안학교가 이렇게 좋은 건지 예전에는 몰랐어요.”라고 했다. 오전 수업이 끝난 후에 포도는 “작은 애들은 수시로 싸워요.”라고 했다. 우현아빠는 ‘큰 애들도 그래요.’라고 했다.

<오후 저학년 수업>

오후수업에서는 아이들의 성씨에 ‘나무목’자가 세 개나 들어가기 때문에 ‘나무’를 그려보았다. 나무 그림에도 아이들의 성격이 상당히 강하게 반영되었다. 종은이는 화가처럼 나무를 그렸다. 나무를 여러 개의 손을 가지고 있고 웃고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였다. 종은이는 뿌리까지 모두 그렸다. ‘괴물’ 그림을 그리는 때도 있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자아상을 표현한다는 그림도 있는 듯하다. 혜원이는 빨간 열매가 달린 늘씬한 나무를 그렸다. 그 모습은 마치 둥그런 머리를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밑둥도 튼튼하게 보이고 나뭇잎도 빈약하게 보이지 않는데 가지에 잘린 부분이 있었다.

천하의 노력파 문주는 빨갛고 큰 열매를 맺는 나뭇기둥이 큰 나무를 그렸다. 나뭇잎도 풍성하고 열매도 좋은 걸로 봐서 성취욕도 보이고 안정감도 보였다. 수빈이는 후다닥 그리기의 명수였다. 자기가 관심을 가진 다른 그림을 내내 그리다가 나무를 그리라고 하자 후루룩 그렸다. 나무 옆에 꽃 한 포기를 그려 넣었다. 수빈이는 속도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자칭 두 “천재” 임채륭과 박영태는 붙어 앉아서 많은 얘기를 했다. 그림을 그리는 속도는 무척 느렸다. 겉으로는 산만해 보여도 속으로는 매우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들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임채륭은 자신의 그림을 “풀밭전쟁에서 살아남은 하나의 나무, 천재적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했다. 혜원이는 방의 분위기가 맘에 들지 않는지 시끄럽다며 “다른 데서 읽을래!”하며 수학방으로 가곤 했다.

저학년 아이들 사이에서 ‘나의 이름’을 얘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수업시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드잡이로 시작해서 드잡이로 끝났다. 우선 말리고 봐야 했기 때문에 너무 떠드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킬 수도 없었다.

“이 세상을 침착하고 편안하게 헤쳐나가는” 영태는 예습의 귀재였다. 자기 이름 이외에도 자기가 아는 한자를 칠판에 죽 써놨다. 모르는 글자는 물어가면서 썼다. “마음을 닦아서 빛이 나는 삶을 사는” 수빈이는 자기 이름의 한자가 너무 어렵다며 “내 이름 한자는 너무 어려워. 우리 아빠는 잘 쓰는데. 우리 아빠니까.”라고 했다. “나눔을 아는 아름다운” 혜원이는 돌잡이로 공책과 연필을 잡았고, 문주는 연필만 잡았다고 했다. “종소리로 사랑을 표현하는” 종은이는 한자를 열심히 그리며 자기 이름을 한자로 써서 보여주었다. “열매를 풍성하게 거두는” 채륭이는 부르지 않아도 와서 칠판에 자기 이름의 한자와 한글을 모두 써놓았다. “아름다운 글을 세상에 두루 펴는” 문주는 수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이 수업에 참가하였다. 금빛상자와 지킴이가 만나서 문주를 낳았다는 식의 얘기를 시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는데 너무 어려운 얘기였겠다.

<수업 이후와 닫기에서 나오기까지>

“계획은 화려했는데... 수업은 했지요.”라는 포도의 말은 수업 상황을 잘 요약한 것 같다. 실제 수업의 진행과정은 예상대로 ‘몸따로 마음따로’의 측면이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적어도 20시간짜리 수업을 2시간에 진행했다는 점, 눈에 보이는 공부보다는 보이지 않는 더 큰 공부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 아침햇살이 걱정했던 대로 아이들의 수준차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3학년 등이 적극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지루했어요!” 광연이의 총평이다. ‘배움에는 고통이 따른단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진행상의 문제가 더 클 것이다. 몇몇 아이들은 등교시간에 학교에 들어오면서 나름대로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다거나 내 이름의 뜻은 뭐야라는 식으로 ‘나의 이름’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하였다. 마음속 한켠에서는 ‘너의 기대가 너를 배신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라는 게 일반적으로는 한계가 뚜렷하고, 아이들이 여러 개념을 선명하게 동시적으로 이해하기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이 있다. ‘이름’을 두고 뭔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실존적 의미가 아니라 ‘모범답안’을 습관적으로 내놓는 것을 보면서 시간상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나의 이름’ 수업은 ‘시인의 마음’으로 이름을 보자는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시인의 길, 그게 어디 쉬운가!

현실의 누구에게 집중하지 말고 ‘낱말’ 그 자체에 집중하여 그 시적인 의미를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이 의도에 부응한 것은 몇몇 아이들이었고, 평소 아이들의 생활과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걸러지지 않은 표현들이 많이 튀어나왔다. 저학년 아이들은 주로 몸으로 부딪쳤고, 큰 아이들은 아주 심한 말까지 생활화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엉김’으로 시작해서 ‘엉김’으로 끝났다는 측면도 있었는데 그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언제 끊어주고 언제 붙여주느냐 하는 시점(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상당한 경험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때는 일당백이라서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채송화’의 말은 들었다. 교사들이 정말 대단하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시끄럽게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란 개념이 형성되어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몸싸움’이 많이 보였다. 이런 현상을 반드시 부정적인 맥락에서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맛단지’께서 아이들이 잘먹고 건강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주셨다. 18명의 아이들을 보면서, “평균 이상의 관계능력을 가진 아이”들,

‘자유로우면서 지킬 건 지킬 주 아는 아이’들의 학교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느리건 빠르건 기대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4시 41분에 다른 일로 산학교 마당을 나섰다.(2005.3.2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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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평가보다는 당시의 상황과 그에 대한 수업진행자의 심태를 중심으로 몇가지 사항을 기술해 보았습니다. 수업과 관련해서 이후의 수업에 도움이 될만한 것이 생각나면 다시 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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