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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이의 가슴찡한 아픔. 2005년 4월 10일 일요일.
작성자 : 혜원엄마
  수정 | 삭제
입력 : 2005-04-11 08:21:24 (7년이상전),  조회 : 569
어제 시어머님 칠순을 치루고 일요일인 오늘 오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동네 식구들과 텃밭 일구러 나갔다 돌아온 혜원.
한참 놀다가 불 끄고 잠자리에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나갔다 와야 하겠단다.
“무슨 일인지 얘기해봐. 왜 나가야 하는데?”
“어. 내가 받은 용돈 엄마랑 아빠한테 나눠주려고.”
“응? 그런 건 내일해도 돼. 지금은 자자.”
“지금 나눠주고 자고 싶은데...”
“내일하자. 지금은 자고...”
엄마한테 붙잡혀 다시 누운 혜원.
“엄마, 왜 내가 용돈 받은 거 나눠 줄려고 하는지 알아?”
“글쎄...왜 나눠주는 건데?”
“응. 엄마, 아빠가 돈 많이 썼잖아. 그래서 내가 받은 돈 나눠주려고 그래”
“그래?”
“어, 내가 먹을거 사고 입을거 사고 그러느라 돈이 많이 들잖아. 엄마아빠가 힘들게 일해서 돈버는데 나는 돈도 못 벌고 그러니까 용돈 받은 거 나눠주려고 그래. 그러니까 엄마가 이따 아빠한테 가서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고 얘기해줘.”
“혜원아. 그건 미안한 일이 아니야. 엄마 아빠가 아이 키우느라 돈쓰는 건 당연한 것이기도 해. 그러니까 네 용돈을 나눠주지 않아도 괜찮아.”
이렇게 말하면서 속으로 ‘낮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한 얘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구나....’싶었지요.
“그래도 엄마, 아빠가 돈이 없어서 힘들어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러잖아...나 용돈 많이 받았잖아. 나는 엄마아빠가 다 사주니까 쓸데도 없고...그러니까 줄꺼야.”
“어...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구나...엄마, 아빠가 전에 몇 번 그런 얘기를 하기는 했지.”
“응. 그때 나는 엄마, 아빠가 돈이 없어서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
“그래..그랬었구나. 엄마, 아빠가 혜원이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엄마 아빠 잘못이야.
미안해. 혜원이를 걱정하게 했구나.”
“엄마. 그리고 우리가 돈이 없지만 우리 집보다 더 돈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들도 많이 있지? 그러니까 우리가 그렇게 가난한 건 아니지?”
“그래. 그렇지”
“집도 없고 먹을 걸 살 돈도 없는 사람들도 있지? 그래서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어 먹거나 아주 힘들게 오래 일해서 먹을 것을 살 돈을 구하지?”
“응. 그런 사람들도 있지...”
“나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지난번에 엄마, 아빠가 돈 얘기할 때 내가 울었지? 그때도 엄마가 미안하다고 얘기해서 마음 풀었는데도 계속 더 울었잖아. 그때도 우리보다 불쌍한 사람들 생각이 나서 그런 거였어.”
“그랬어?”
“응. 엄마 행복한 왕자 이야기 알지? 거기서도 그런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잖아. 성냥을 다 떨어뜨려 버린 성냥 파는 소녀랑 다락방에서 공부하는 어려운 학생이랑 그리고 너무 아프고 열이 나서 시원한 귤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그 애 엄마는 돈이 없어서 병원에도 데리고 못가고 물밖에는 줄 게 없었대.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파.(흑흑)”
“그래. 그래서 왕자가 그 애들을 도와줬잖아”
“응. 그래서 왕자가 자기 몸에 있던 보석들을 나눠줬어. 눈에 있던 사파이어랑 칼에 있던 루비랑 몸에 얇게 금이 있던 거랑 이런 걸 주고 또 그걸 도와주던 제비는 이집트로 날아가야 하는데 모든 것을 나눠준 왕자가 불쌍해서 겨울에도 못날라가고 왕자를 지키고 있다가 같이 죽었어.(흑흑) 모두들 너무 불쌍해.”
“왕자랑 제비가 죽었지만 그 아름다운 마음은 다시 살아나잖아. 천사가 하느님께 데리고 가서 말이야.”
“응. 그래도 세상에는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 그런 생각을 하면 슬프고 불쌍해.”
“혜원이가 그런 마음이 들었구나... 그럼 그 마음을 소중히 간직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으면 이제 자라면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각날꺼야. 그럼 혜원이가 할 수 있는 만큼 남을 도우면서 살면 돼.”
“지난 번에 산학교에서 어딜 갔는데 거기서 사랑의 풍선껌을 팔았거든. 그걸 사면 거기 그려져 있는 어린애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써있었어.”
“그랬어?”
“응. 근데 거기 그림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세 명 정도 그려져 있었거든. 근데 그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 보였어. 그래서 그 풍선껌을 사고 싶었는데 돈이 없었어. 그래서 너무 슬펐어. 그날 엄마한테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이야기도 못하고...(울음)”
“그랬어?”
“으응. 그건 돈을 넣으면 껌이 나오는 기계 같은 거였어. 근데 그 아이들은 우리나라 애들은 아닌 거 같았어. 피부가 까맣게 그려져 있었거든. 하지만 아주 힘들어 보였어. 그래서 정말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래...그랬구나.”
“산학교에 와서도 자꾸 그 생각이 났어. 그럴 때마다 마음이 찡~하고 아팠어. 풍선껌이 먹고 싶은 게 아니고 그 애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도와주지도 못하고...또 엄마한테만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도 못하고...(울음)”
“그랬구나. 엄마도 혜원이가 그 껌이 먹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알겠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 거지....그럴 수 있지.그럼...그리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얘기하니까 다행이다. 그리고 꼭 엄마한테만 이야기 하지 않아도 돼. 달님이나 아침햇살이랑 얘기해도 괜찮아.”
“아니야. 난 엄마한테 얘기하고 싶었어. 그리고 이 얘기 다른 사람한테는 하지 마. 알았지?”
“엄마한테 얘기하고 싶었구나. 근데 엄마랑 얘기할 기회가 없었구나?”
“응...마음이 너무 찡하고 아픈데 엄마, 아빠랑 있는 시간도 너무 짧고...그래서 이야기도 못했어.(울음)”
“그래...혜원아 그럼 내일부터는 혜원이가 그런 일이 있을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게 돈을 조금 갖고 다니면 어떨까? 엄마가 혜원이 가방에 500원짜리 2개 넣어 줄께.”
“그럼 갖고 다니다가 꼭 필요한 때 써?”
“응.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때만 쓰는 걸로 말이야.”
“그래. 동그란 지갑에다가 넣어주면 좋겠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동그란 지갑에다가 넣어 줄께.”
“엄마, 내 마음 속에는 희망이 너무 쪼끔밖에 없는 것 같아.”
“아니야. 슬프고 마음 아픈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해서 희망이 작아지는 건 아니야.”
“그래?” “그럼... 그런 걸 느끼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잖아.”
“그래서 다행이야?” “응. 그래서 다행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잘 자.”
울고 있던 딸내미를 달래고 재우고 나와서 드는 생각.
‘근데 돈을 갖고 다니려면 아무래도 달님이랑 아침햇살한테는 이런 얘기를 해야겠다.’
내일은 혜원이 돈을 챙겨주면서 이걸 알려도 될는지 허락을 받아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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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혜원이가방에 500원짜리 동전 두 개 넣은 지갑을 넣어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도 좋다는 허락을 득하고 이 글을 올립니다.
"혜원아. 네가 그런 마음으로 그런 일을 한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야 이해해주고
도와줄 수도 있잖아...."라는 얘기에 부끄럽지만 자기 얘기를 공개해도 좋다고 허락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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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j5055 ( 2005-04-11 10:56:13 (7년이상전)) 댓글쓰기
“나눔을 아는 아름다운” 혜원이의 이름풀이처럼 혜원이의 마음과 혜원엄마의 아픈마음이 모두 이해가 갑니다. 혜원이의 주변환경의 영향일지도 모르지요. 혜원이의 예쁜 마음이 혜원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걱정은 마세요. 혜원아! 너의 마음을 함께 나누자!
com ( 2005-04-11 11:18:13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 마음이 맑아지는 글입니다. 아침에 아이 데려다 주면서 학교에서 혜원이가 정장 스타일의 치마와 스타킹 입은 걸 보고 "참 예쁘게 입었구나" 헸는데... 지금 혜원이가 보고싶습니다.
아침햇살 ( 2005-04-11 13:21:20 (7년이상전)) 댓글쓰기
지난 번 행복한 왕자를 읽는 혜원이와 왕자의 마음씨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워낙 사려깊은 혜원이이기도 하지만 독서는 사고력을 키우고 생각을 정리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과 글 시간에 돈을 갖고온 수빈이가 뭘 사먹을거라고 했는데 자기는 돈 얘기는 꺼내지도 않3더라구요. 기회가 되면 한 번 이야기해 봐야겠어요.
황어 ( 2005-04-11 14:06:24 (7년이상전)) 댓글쓰기
어른을 감동시키는 혜원이... 정말 예뻐요
봄맞이 ( 2005-04-11 17:35:14 (7년이상전)) 댓글쓰기
평소에도 사려깊어뵈는 혜원인데 그 마음이 정말 예쁘네요. 그런 마음은 다른 아이들도 같이 나눌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떡볶이 ( 2005-04-11 23:46:38 (7년이상전)) 댓글쓰기
아.. 우리들의 딸!
2프로 ( 2005-04-16 10:17:49 (7년이상전)) 댓글쓰기
하이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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